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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로힝야족 사태 ‘나비 효과’…인도네시아 정치 세력 간 다툼으로까지 번져 정치 편집부 2017-09-19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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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무슬림 시위자들이 미얀마의 로힝야족 학살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 출처/=AP, 연합)

인종학살 논란까지 불러온 미얀마의 무슬림 소수민족 로힝야족 학살 사태가 세계 최대 무슬림 인구 국가인 인도네시아의 보수파와 세속파 간 정치 다툼에 이용되고 있다.
 
닛케이아시안리뷰의 14일자 보도에 따르면 지난 8일 인도네시아 자바 섬에 위치한 보로부두르 불교 사원 앞에서 급진파 이슬람수호전선(FPI)과 기타 무슬림 단체 1000여 명이 모여 미얀마 정부의 무슬림 로힝야족 학살을 규탄하는 시위을 개최했다.
 
최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주재 미얀마 대사관 앞에서 발생한 시위까지 합하면 벌써 다섯번째 대규모 시위다. 이는 인도네시아 급진파 이슬람 세력들이 로힝야 사태를 이용해 소수 불교 신자 간의 갈등을 부추겨 세속주의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대통령에 대해 정치 공세를 쏟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의 13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인도네시아에서는 FPI로 대표되는 급진 이슬람파가 점점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FPI는 설립 초기 자카르타 시내의 공공 장소를 파손하거나 기물에 ‘유대인 금지 구역’ 등의 낙서로 채우는 등 과격한 반달리즘(문화·예술 및 공공 시설을 파괴하는 행위)으로 알려졌던 단체다. 하지만 점차 자원봉사에 힘쓰거나 대중 설교에 집중하는 등 활동 전략을 변경해 대중들의 호응을 얻기 시작했다. FPI의 최종 목표는 인도네시아가 샤리아 법(이슬람 율법)을 따르는 종교국가로 거듭나는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현재 개방 경제를 표방하는 민주주의 국가이다. 그러나 2013년 전국민의 72%가 샤리아 법 전국 확대 실시를 지지했을 정도로 최근 몇 년 동안 이슬람 보수주의가 급속도로 강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메카로의 성지순례를 신청하는 사람도 급증해 성지순례를 가려면 기본적으로 30년을 기다려야 한다. 이는 대기시간이 2년에 불과했던 2000년과는 대조적인 수치다. FPI는 그동안 400여건의 샤리아 법을 새롭게 도입했으며, 그 중엔 간통죄 처벌·여자들의 히잡 착용 의무화·심야 외출 금지 등이 포함됐다. 
 
급진 무슬림 시위자들은 작년 자바·수마트라 섬에 세워진 인도네시아 전설 속 인물들의 동상을 철거하는가 하면, 지난 달엔 이슬람 전통에 대한 모욕이라며 정부에 유교 사원 철거를 지시하기도 했다.
 
이는 2004년 인도네시아 쓰나미 이후 빠른 회복을 위해 각 지역 유지들의 자치권이 강화된 데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인도네시아 각 지역 유지들이 강력한 샤리아 법에 의존해 지역 사회를 지도하면서 사회 전반에 종교적 색채가 강해진 것.
 
FPI는 지난 4월 조코위 대통령의 정치적 협력자 바수키 차하야 푸르나마 전 자카르타 주지사의 재선 실패에 일조하기도 했다. 아명 ‘아혹’으로도 알려진 푸르나마 전 주지사는 화교 출신의 기독교 인사로 차기 대선 후보로까지 거론되면서 인도네시아 정계에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러나 그가 자카르타 주지사 재임 시절 신성 모독 논란에 휩싸이자 FPI는 푸르나마 주지사의 주지사직 사퇴와 강력 처벌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이에 인도네시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화교에 대한 인도네시아 원주민들의 반감까지 더해지면서 푸르나마를 비난하는 시위는 전국 규모로 확대됐다. 푸르나마는 결국 재선에 실패했으며 이후 결국 법정에서 신성모독죄로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2019년 차기 인도네시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이처럼 날로 심각해지는 인종·종교 갈등과 급진 이슬람 단체 영향력 강화는 재선을 노리는 조코위 대통령에 큰 위협 요소가 되고 있다. 
 
조코위 대통령은 반(反)이슬람 주의자로 낙인 찍혀 다수 지지자들을 잃는 치명적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미얀마 정부를 강경 비난하고 지난 3일에는 레트노 마르수디 외무부 장관을 미얀마로 파견하는 등 로힝야족 문제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얀마와 경제 교류가 없는 인도네시아에게 있어 조코위 대통령의 이같은 적극적 외교 행보는 매우 이례적으로, FPI의 공세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마르수디 장관은 미얀마의 실권자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 겸 외무장관과의 면담을 통해 로힝야족을 위한 병원을 설립해도 좋다는 지원 허가를 받아냈으며 이를 적극적으로 언론에 홍보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로힝야 사태 이외에도 자국 내 다수파인 무슬림들로부터 종교적 정통성을 인정받기 위해 국제 사회의 이슬람 관련 문제들에 해결과 중재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8월 개최된 아세안(ASEAN) 외무장관 회의에서도 인도네시아는 예루살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한다는 성명의 초안 작성을 주도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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