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 자바에서 또 다시 꿈을 꾸며 / 이태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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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산책 작성자 편집부 작성일 2019-09-11 15:08 조회 6,834 댓글 0본문
< 수필산책 71 >
자바에서 또 다시 꿈을 꾸며
이 태 복 / 시인, 한국문협 인니지부 부회장
슬퍼도 울지만 기쁠 때 우는 것도 인간 본연의 마음이다. 슬플 때 우는 눈은 빨갛기에 피눈물이라 하지만 기쁠 때 우는 눈물은 영롱한 이슬처럼 빛이 난다. 이번 두 번째 시집인 ‘자바의 꿈’을 출간한 후 내 자신을 격려하고 용기를 주고자 조촐한 출판기념회를 준비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주위 분들의 과분한 찬사와 축사, 넘치는 덕담들로 팔자에 없는 복을 누렸다. ‘자바의 꿈’ 출판기념회를 마치고 살라띠가로 귀향하기 위해 공항으로 향하는데 넘쳐 오르는 기쁨과 감동에 나도 모르게 이슬을 닦듯 휴지로 눈물을 찍어 내었다. 이번 자카르타 열흘 일정을 처음부터 지켜보며 공항까지 바래다주던 땅그랑 현지 매니저가 웃으면서 내가 질질 짜는 모습에 영문을 몰라서 당황해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kali ini hutang budi// 이번에 진 마음의 빚 때문에“ 짧게 말했지만 현지인 매니저는 눈치를 챘나보다. 땅그랑에서 수까르노하따 공항으로 가는 뒷길, 다닥다닥 붙은 서민들의 집들이 차창 뒤로 휙휙 지나고 퇴근길에 인니 사람들의 오토바이 행렬 너머 야자수들이 실루엣으로 지나고 석양빛은 오늘따라 더 아름다웠다. 많은 사람들의 축복 속에 치러진 출판기념회의 결실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나는 어느새 환갑 나이의 지는 해다. 뜨는 해를 소망이이라 한다면 내게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남기고 지는 해인 노을이 더욱 아름답게 다가온다.
이번 ‘자바의 꿈’과 함께 전시된 대한독립열사와 위안부 사진전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제 더 낮아지고 더욱 겸손한 자신을 만들자며 행복해서 귀향길이 울고 말았다. 고마운 분들의 얼굴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나는 일일이 기억하면서 감사의 문자를 보냈다. 또 다시 덕담으로 회신이 온다. 사랑은 많이 받은 사람이 많이 사랑하게 되나보다. 나의 두 번째 졸 시집인 ‘자바의 꿈’은 제목 그대로 꿈으로 시작되었다. 얼마 전 동창들에게 부러워하는 메시지가 왔다. "태복이 부럽다. 모든 걸 내려놓고 글을 쓸 수 있다는 게..." 그렇지만 동창들이 오해하는 부분도 많다. 시만 쓸 줄 아는 시인의 삶이기에 사실 현실적으로 부족함이 더 많다는 것을...사람들은 시를 쓰고 시집을 내는 건 돈을 많이 벌어놓고 노년에 악세서리로 쓰는 것으로 오해를 하고 있다. 첫 시집 ‘민들레 적도’를 출간한 후부터 어찌 보면 시는 나의 생활이 되고 위로가 되었다. 첫 시집이 디아스포라의 인니 정착기의 서정이라면 두 번째 시집 ‘자바의 꿈’ 은 자바의 땅 산골마을에 ‘사산 자바문화연구원’을 개원하고 살아가면서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어가면서 느끼는 행복을 그려낸 성장 시라고 할 수 있다.
문명의 역주행 기차를 타고 더 낮아진 생활을 하고 때가 묻지 않은 사람들과 살면서 부딪칠 일이 없기에 남과 부딪치기보다 나 자신과 대립하면서 끊임없이 나를 낮추며 편안해지는 삶을 그려낸 시였다. 두 번째 시집을 내면서 나는 깨달았다. 영광은 크고 위대한 것에 있지만 행복은 작고 낮은 곳에 있다는 것을... 그렇기에 영광은 창조주의 것이고 행복은 인간의 것이다.
피조물인 나는 낮은 곳에서 행복을 누리면 되었다. 그뿐이었다. 행복은 꿈꾸는 자의 것이다. 꿈꾸는 자는 과정의 고난도 행복이고 이루어진 꿈의 열매는 더욱 값진 보람으로 기쁨인 것이다. 나 자신의 행복도 중요하지만 함께 어우러져 사는 사람들과의 행복을 위한 것이다.
이번 ‘자바의 꿈’ 이라는 두 번째 시집은 제목처럼 꿈 중에서 하나가 이루어짐이었고 이로 인해 내 꿈에 함께 동참한 분들과 행복을 나누니 너무 좋았다. 성경의 꿈쟁이 요셉처럼 출판의 꿈을 꾸고 함께 나누고 공유했다. 같은 코드의 사람이 먼저 공감했기에 출판을 기다렸다.
공감은 꿈이 이루어지는 작은 시작이었다. 나를 가장 아끼는 분의 단언(斷言)으로 흔쾌히 출판 비를 후원받았다. 출판비용만으로 시집이 완성되는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경제적인 부분이 해결되었다는 것은 내가 짊어지고 가야할 큰 짐 하나를 덜어준 셈이기에...
‘자바의 꿈’ 시집 출판기념회는 어찌 보면 개인출판 행사이기에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았다.뒤에서 보이지 않게 도움을 주신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장님과 회원님들께 이 지면을 빌어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대한독립 열사와 위안부 사진전시회까지 함께하니 전시 기획, 행정 일들이 차고도 넘친다. 많은 일들로 정신이 없었지만 보이지 않는 어떤 힘에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면서 모두 멋지게 마무리 되었다. 역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것인가 보다. 톱니바퀴를 돌리시는 나의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
무엇보다 이번 출판기념회와 더불어 이루어진 대한독립열사와 위안부 사진전은 한인 언론사들의 관심을 끌어냈고 대한민국의 언론을 타면서 인니 한인동포들에게 대한독립열사와 위안부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기억되게 해주는 일과 그 현장을 영구보존하고 기념해야 할 숙제를 주었다. 역사의 뒤안길에서 잊혀 질 뻔 했던 대한독립열사와 위안부들의 애환이 세계 곳곳에 알려져 다시는 전쟁으로 인한 만행이 자행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암바라와 담벼락에 흐드러져 피어있는 부겐베리아로 환생한 안타까운 소녀들의 꿈! 많은 동포들에게 기억되기를 바랐던 나의 소중한 꿈 하나가 이루어져 그저 감사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나는 이제 행복한 마음을 안고 자바로 돌아가 또 다시 꿈을 꾸리라. 소박한 생활 속에 감사함을 심어 나눔을 실천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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