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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조용한 전쟁 / 김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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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산책 작성자 편집부 작성일 2020-07-09 13:43 조회 12,00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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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필산책 114 >
 
조용한 전쟁

김준규 / 시인 (한국문협 인니지부 운영위원)
 

어느 날 길거리에는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줄을 잇고 전쟁이 일어났다며 수근거리고 있었다.  ‘코로나 19’ 라는 바이러스 군단이 쳐들어 왔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전쟁에 대비한 비상사태를 선포한다. 외부로부터 유입될 수 있는 바이러스 군대를 최대한 막기 위하여 모든 공항과 항만을 폐쇄하고 국민들은 의무적으로 마스크를 써야하며 밖으로의 이동을 자제하라고 명령한다. 티비에서는 연일 지휘관을 내세워 전쟁 상황을 알리기 위한 브리핑이 계속된다. 중국 우한지역에서 조직된 ‘코로나 바이러스19’ 군단이 어느새 우리나라 대구에 있는 모 종교단체에 대규모로 잠입, 무차별 공격을 감행하여 하루에 수백 명이 부상당하고 수십 명이 사망한다고 보고한다. 대구 시장은 부상자를 수용할 병상이 부족하여 많은 환자들이 집에서 대기 중이라며 군의관과 간호사를 지원해 줄 것을 전 국민에게 호소한다.
 
 
바이러스 군단이 대규모로 잠입한 대구의 한 교회는 그들이 믿고 따르는 신만이 유일한 구원의 길이라며 교세 확충으로 수백만 명이 연일 신에게 경배를 외치는 거대 종교 집단이었다. "신은 어찌하여 인류가 수많은 재앙으로 고통 받고 있을 때 침묵하는가? 따가운 눈총으로 바라보는 국민들의 원성이 깊어질 때쯤 총회장이라고 일컫는 자는 기자회견을 자청하여 사태의 진원지가 된데 대한 사과문을 발표하기 전 엎드려 두 번 절을 하고 국민들에게 용서를 구했다. 하느님이 보낸 보혜사라며 만민 앞에 군림하던 그가 사람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비는 모습이 전 국민에게 방영되고 있었다.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철저한 감시의 대상이었다. 적군의 첩자인지 모르기 때문이란다. 우주선의 조종사처럼 머리부터 군화까지 온통 하얀 복장의 군인들이 군막이 처진 이상한 곳으로 끌고 가더니 면봉처럼 생긴 길쭉한 막대기로 입천장과 콧구멍까지 흩어가며 면밀하게 조사한다. 그리고 국내로 들어오기 전에 어디서 누구를 만났느냐고 이실 직고하라며 호통이다.

여러 장의 진술서를 쓰고서도 그것도 모자라 핸드폰에 위치추적 장치 앱을 설치하고 나서 다시 가택연금이 시작되었다. 생전 처음 겪는 감옥이었다. 위로 차 걸려오는 전화통은 불이 나고 지인들이 보내주는 먹을 것도 연일 도착되었다. 하루가 지나면 달력에 붉은 가위표를 그으며 운동 삼아 이쪽저쪽 방을 걸어 다니며 곰곰이 생각한다. 세상에 제일 못할 짓이 죄짓는 일인 것 같다. 보름 간의 가택연금도 이토록 힘이 드는 데 수년을 혹은 수십 년을 한 평짜리 차가운 감방에서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까? 갑자기 정치를 하다 감옥에 있는 사람들이 생각난다. 그까짓 정치는 뭐하러 시작해서 그 고생이란 말인가. 동사무소 직원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전화를 해댄다. 목욕 중에 전화를 받지 못하면 어디 갔다 왔느냐고 채근이다. 그래도 못 믿는지 불시에 방문하여 확인하는 일도 있었다. 티비는 연일 전문가들을 불러 예방책을 질문하며 상황을 보도한다. 코로나 군단이 수십일 사이에 유럽 전역을 휩쓸고 미국으로 건너갔다고 보도한지 얼마 안 되어 수십만의 미국 국민이 부상당하고 수 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난리였다. 사람 죽이는 최첨단 무기를 잘 만들기로 소문난 미국이 코로나 군단의 침공 앞에 왜 속수무책일까? 사람들은 의아하게 생각하면서도 치료제나 백신 개발의 진척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코로나와의 전쟁이 시작된 후 세상은 일찍이 보지 못했던 현상들이 생겨났다. 문명국가의 사람들은 관례적이고 일상적인 의식주에 만족하지 않는다. 학교나 회사는 집단을 이루며 의사를 소통하고 미래 발전을 도모하면서 종교생활을 공유하고 여가를 즐기는데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 한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던가? 우리가 즐기는 여가 중에는 스포츠, 여행, 식당, 카페, 유흥업소, 등의 의식주와 직, 간접으로 무관한 업종들이 헤아릴 수없이 많다. 이번 전쟁으로 말미암아 이들 업종이 직격탄의 표적이 되고 있는 이유이다. 과도한 경제 개발은 많은 환경을 훼손하고 지구 온난화로 인류의 안위가 위협받고 있다. 사람들이 모이면 너도 나도 수근 댄다. "사람이 천벌을 받고 있다" 모두가 수긍하는지 서로의 눈만 멀뚱멀뚱 쳐다 볼 뿐이다. 그러나 우울한 것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코로나 군단이 쳐 들어온 후 갑자기 봄 날씨가 맑아졌다고 좋아들 한다. 예년 같으면 황사로 인한 미세먼지로 하늘이 회색빛 이었을 서울 상공이 눈부시게 맑은 날을 많이 보게 되었다. 중국이 코로나로 인하여 산업 생산이 줄어든 탓이라고 단언하기도 한다. 전 국민이 마스크를 쓰자 이비인후과와 같은 호흡기 계통의 의사들은 환자의 급감으로 울상을 짓기도 하지만 공원을 찾는 사람도 하나둘 늘어나고 식당과 카페는 띄엄띄엄 떨어져 앉는데 익숙해지고 있다. 과유불급에 대한 반성과 자제의 모습이 눈에 뛰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인류가 바이러스와 전쟁을 시작한 역사는 초기 원시시대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대륙 간 이동이 자유롭지 않아 지역마다 각기 다른 전염병이 은둔의 시간을 보내다가 중세이후 해상과 육지를 통한 상업 활동으로 이동이 시작되면서 바이러스의 역외 진출이 시작된 것이다. 영국에서 비롯된 콜레라는 동 아시아의 많은 국가와 조선에도 급속히 전파되어 세종시대에는 이른바 역병이라 일컫는 전염병으로 수많은 사람이 사망에 이르는 계기가 되었다. 전염병의 청정 지역으로 번영하던 남미의 마야문명이 힘없이 무너지며 반 이상의 인구가 사망하게 되는 것도 스페인 정복군에 의한 천연두의 전파로 기인하였다고 한다.
 
인류는 종족보존과 안위를 위해서 작은 단위의 씨족 전쟁은 물론 국가라는 경계가 형성되기 시작한 이후 복잡한 이해의 충돌로 인하여 무수한 전쟁을 치루며 발전해 왔다. 역동적인 문명사가 과연 전쟁을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사람들끼리 서로 싸우는 시끄럽고 요란한 전쟁보다 더 무서운 전염병과의 ‘조용한 전쟁’은 늘 우리 곁에 있었고 앞으로도 그들과 함께 싸우며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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