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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 마음 설레는 시작 / 한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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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산책 작성자 편집부 작성일 2022-10-15 21:57 조회 8,16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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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설레는 시작
 
한화경(문협인니지부 회원)
 
 
요즘 나에겐 자꾸 신경 쓰이는 그이가 생겼다. 나를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준 매력적인 그다. 그는 내가 더 잘 해 보이고 싶은 열정을 가지게 해주고 나의 삶에 활력소가 되어주고 있다. 노력하는 만큼 친해지는 그이가 나는 참 좋다.
 
새로운 것을 시작한다는 건 용기가 필요하지만 '얼마나 좋은 일인가'라는 것을 요즘 들어 새삼스럽게 실감하고 있다. 예전부터 악기를 같이 배우자고 권해주던 고마운 동생이 있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함께 하지 못했었다. 그러다 둘째 아이까지 대학으로 보내고 마음 정리가 될 무렵에 가족도 어깨를 밀어줘서 눈 딱 감고 한 번, 동생 따라 그곳에 가보았다.
 
나는 그렇게 I.K 윈드 오케스트라에 입단하게 되었고 악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신경 쓰인다던 그이는 바로 세 손가락으로 2옥타브 이상의 소리를 낼 수 있는 호른이라는 금관악기이다.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브라스 밴드부에서 색소폰을 불며 음악에 열정을 쏟았던 학창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다. 오랜만에 추억 보따리를 열어보니 옛 모습이 줄줄이 나오기 시작한다.
 
당시 대부분의 학생들이 개인 악기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학교 악기로 연습을 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신입생이 악기를 배우려면 선배가 은퇴해 악기에 여유가 생길 때까지는 운동부와 함께 운동장을 돌며 근력 운동과 마우스피스로 소리 내는 기초 연습하면서 한 학기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친구들과 끈끈함을 쌓아가며 견뎌냈던 어린 모습이 생각이 난다. 그 어느 동아리 보다 길고 길었던 연습 시간과 대회를 향해 노력했던 나날, 무대에서 느끼는 짜릿한 긴장감과 엄한 규칙 속이지만 음악을 함께 만들어가는 기쁨 등 희미해진 기억 조각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돌이켜 보면 음악을 통해 작은 인생 공부를 했던 것 같다. 지금 새로 시작한 금관악기는 운지법부터 익히고 있다. 쥐어 짜내듯 겨우 나오는 볼품없는 소리에 쓰디쓴 웃음이 나오는 게 현실이지만 그리움만으로 남았던 음악에 다시 도전할 기회가 생겨서 마음만은 신나고 재미있다. 엄격한 수행 길과 같았던 청춘 시대 음악에 비해 중년시대인 지금이야 음악은 잘 해도, 못 해도 따뜻함이 있고 즐거워서 좋다.
 
일주일에 한번 합주 연습에 참여하고 있는데 혼자가 아닌 함께 만들어가는 음악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는 늘 미소가 지어져 있고, 집에서도 귓가에 맴도는 음악 소리 덕분에 행복지수가 나날이 올라가는 느낌이다. 하나 더 좋은 점이 있다면 막내딸과 같은 오케스트라에 막내딸 보다 4년 차 후배로 들어갔다는 점이다. 악기 초보자로서 엄마도 학생과 같은 성장기를 걸어가게 되어 서로의 거리감이 적당해졌다. 자칫하면 잔소리로 끝내기 쉬운 예민한 고2 생과의 대화가 음악이라는 공통점이 생겨서 한층 부드러워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코로나로 인해 안전지대인 집에서 지내느라 밖과 단절된 번데기 시절과 같은 생활을 보냈었다. 그러다 보니 지금처럼 대면으로 배울 수 있는 기쁨은 나에게는 각별하다.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자유를 얻어 마치 날개를 얻은 나비가 된 것처럼 활기를 되찾았다.
 
요즘 뉴스에서도 3년 만에 여행, 관광업이 다시 시작하거나 회복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들이 들린다. 물론 물가 상승 등 지금도 우리를 압박하는 요소들이 끝없이 많지만, 보람이 있고 마음과 몸이 즐거워할 수 있는 뭔가를 개개인이 가지고 있다면 같은 환경이라도 보다 긍정적인 생각으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용기를 내서 얻어낸 새로운 시작과 함께 자연스레 따라오는 만남이나 경험들은 나의 삶을 재설정해주고 있다. 덩달아 좋은 에너지로 인생을 풍부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그이가 나에게 그런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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