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7) K군에게, 통계에 관한 이야기 / 이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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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산책 작성자 편집부 작성일 2022-10-28 23:56 조회 9,480 댓글 0본문
K군에게, 통계에 관한 이야기
이병규(한국문협 인니지부회원)
K군!
어제 저녁 자리에서의 토론이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 나왔던 통계에 관련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특히 좋았던 것 같아요. K군이 본인의 키며, 월급 그리고 인도네시아 GDP 대비 주변 현지인들의 임금 격차 등의 이야기가 특히 기억에 남는군요. 그 자리에서 바로 이야기는 못했지만, 우리가 흔히 겪고 있는 통계와 관련된 이야기를 한 번 들려드릴 테니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를 잘 한번 들어 보세요.
미국의 North Carolina 대학에서 한번은 졸업생 중 평균 연봉이 가장 높은 학과를 조사를 했다네요. 사람들은 의대나 법대 혹은 상경대학이 그 답 일거라 기대했는데, 의외로 조사 결과는 지리학과라네요. 놀랐지요? ‘지리학과가 어떻게 평균 연봉이 가장 높지’라는 의문이 들 텐데요. 그 대답은 간단합니다. 바로 유명한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이 이 학교의 지리학과 출신이기 때문이랍니다. 마이클 조던의 어마어마한 연봉이 지리학과의 평균 연봉을 끌어올린 결과였다네요. 흔히들 말하는 평균의 함정 통계의 함정을 대표하는 사례라고 합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본인은 평균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요.
미디어를 통해 나오는 평균이라는 이름의 여러 통계 자료들을 보면 항상 나는 저렇게 까지는 않은 것 같은데 이상하다라고 생각을 하지요. 예를 들어, 대한민국 40대 평균 월급이 383만 원 정도라는데 과연 여러분들은 평균에 근접하고 있나요? 대한민국 남성 평균 키가 173cm라는데 여러분들은?
경제학자 얀펜이라는 양반이 이 평균의 모순점에 대해 ‘난쟁이 행렬’의 예를 들어 비유를 했는데 내용이 이렇습니다. 그는 소득에 따라 사람들을 줄을 세우는 그 기준은 ‘키’입니다.
소득에 따라 신장을 부여하고, 신장순서 즉 소득 순서대로 행진을 시키는 모습을 상상했어요. 시작은 소득이 마이너스인 파산자가 나타납니다. 소득이 음수이기 때문에 그는 키로 따지면 지상으로 나오지 못하고, 상반신을 땅에 묻고 다리를 하늘로 버둥거리며 나타나게 됩니다.
그 다음의 무리는 거의 바닥에 닿을 만큼 키가 작은 저소득군이 보입니다. 이 행렬의 진행 시간은 한 시간인데 30분은 지나야 겨우 1미터 신장의 무리가 나타나고 48분 후에 2미터 무리가 등장하게 되지요. 마지막 몇 분을 남긴 상황이나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수십 미터 신장의 거인 무리가 나타나는데 이들은 머리가 구름 위로 올라가서 얼굴을 알아볼 수가 없을 정도로 키가 큽니다. 지리학과의 마이클 조던들인 셈이죠.
자, 이제 생각을 해봐요. 이 1시간짜리 행렬의 평균 신장은 얼마일까요? 얀센에 따르면 1.7미터 정도라고 합니다. 우연이겠지만, 현재의 대한민국 남자들의 평균 키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이 행렬에서 과연 1.7미터라는 평균치는 이 행렬을 대표할 수 있을까요? 빈도로 보자면, 단연코 많은 숫자는 1미터보다도 낮은 그룹들이었습니다. 30분 즉 행렬 기간의 절반 이상은 1미터 이하의 신장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겨우 행렬의 마지막에 나타난 적은 수의 거인들 무리에 의해 평균의 왜곡이 일어난 것입니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차이로요. 예를 들어서, 여기 10명의 사람이 있고 9명은 1이라는 소득이 있는데 마지막 한사람 소득이 10 이라면 전체 소득 평균은 1.9, 즉 거의 대부분의 사람의 두 배가 되는 1.9라는 평균값이 이 그룹의 대표 값이 되어버립니다.
만약에 10의 소득을 가진 사람이 한 명 더 들어오면 평균은 2.8이 되고 이는 나머지 8명 소득의 2.8배나 됩니다. 장난 아니죠? 이렇게 보자구요. 9명이 1인데 1명만 20의 소득이라면 전체 평균은 2.9나 됩니다. 단 한 명 때문에 다른 사람의 세배의 평균값이 나오네요.
K군이 제기한 통계와 관련된 그 이슈들의 답은 아마도 여기 있는 게 아닐까요? 통계라는 학문이 참 재미있긴 한데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그 방향성이 아주 크게 달라지니 조심 해야겠죠. 앞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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