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7) 거울 앞에서 / 김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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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산책 작성자 편집부 작성일 2023-09-29 19:54 조회 766 댓글 0본문
거울 앞에서
김형석(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나이가 불혹(40세)이면 자신의 얼굴과 행동에 책임질 나이라고 여러 문헌이나 매체를 통해 접하게 된다. 한 예로 미국의 대통령 링컨은 친구 추천으로 면접 온 사람을 얼굴만 보고 거절했다는 일화가 있다. 이렇듯 얼굴은 그 사람의 마음의 거울이라고들 한다. 얼굴을 통해 됨됨이를 들여다본 것이다. 그래서 항상 맑고 깨끗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또한 태어나면서 부모로부터 물려받아 선해 보이고 천진하기만 하던 얼굴이 삶의 여러 터널을 지나며 또 다른 얼굴로 변화해 간다.
▲ 김형석 作
얼굴의 사전적 정의 외에 또 다른 의미를 찾아보자. 다양한 해석 중에 ’얼‘은 사람의 정신, 혼, 마음처럼 내면을 뜻하고 ’굴‘은 통로를 말한다. 그래서 멍한 사람을 보면 얼빠졌다고 말을 한다. 40대를 이미 훌쩍 지나온 지금 그때를 찬찬히 회상하면서 나름 과거의 시간 속에서 나는 과연 어떠했는가를 뒤돌아보고 현재의 나를 살펴 거울 앞에 다가서서 얼굴을 바라보며 앞으로의 삶을 스스로 다독여 보려고 한다.
어릴 적에 우리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얼굴만으로 단순하게 평가받아 왔다. 그래서 “애는 생긴 게 장군감이다. 누구 닮아 이렇게 예쁘지! 참 똘똘하게 생겼네.” 등등, 좋든 아니면 싫게 든 검증을 받는다. 그러면서도 한쪽에서 누군가는 이런 말들을 한다. 아기 때 예쁘면 커서는 별로지, 오히려 어릴 때 못생긴 애들이 커서 예뻐진다니까 라는 말을 듣고 어린 시절을 지나 학창 시절로 접어들면서 우리는 얼굴에 더욱 집착하게 됐다. 그때가 여드름이 우리를 괴롭혔던 시기이기도 하다.
신체의 변화를 겪으며, 남녀 학생들 모두가 거울을 마주하던 시간이 많았었다. 청춘의 시기는 외모에 집착하는 게 오히려 당연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때만 해도 풋풋한 사과처럼 각자의 개성으로 대부분 외모는 큰 차이가 없었지 않았나 싶다.
▲ 김형석 作
그 후 이성 간의 만남은 결혼 적령기에 들어 더욱 외모에 신경을 쓰고 가꾸며 여러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변신을 꾀한다. 간혹 인조인간이라고 할 만큼 얼굴의 여기저기를 손보는 성형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다소 우스갯소리로 공항 출국 심사에서 여권 사진과 실물이 너무 달라 난처한 경험을 겪는 일도 있다고 한다. 동서고금을 살펴봐도, 얼굴에 관련한 이야기는 역사 속 비화에서도 수없이 많이 등장한다.
우린 오랜만에 방송에 출연한 가수나 배우 등, 연예인의 모습에서도 예전 모습과 확연하게 달라진 얼굴을 보고, 아니 그렇게 곱던 얼굴이 참 많이 상했다거나 아니면 전에는 참 촌스러웠는데 나이 들어 멋스럽게 변했다고들 이야기를 하곤 한다. 오랜 시간이 흘러서 동창회에 참석하거나 집안 애경사에 가보면 어떤 이는 몰라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나이가 50대에 들어서면 살아온 삶을 그대로 반영하여 그 사람의 살아온 삶이 그대로 얼굴에 각인이 되어 고통 받은 삶을 살아온 얼굴, 남을 속이거나 속고만 살아온 삶의 얼굴, 마음을 잘 다스려 삶을 살아온 흔적들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측면에서 관상학적으로도 오랜 세월 얼굴은 매우 중요하게 다뤄져 개개인의 운명에도 폭넓게 적용되고 동물상으로도 해석하기도 한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초년생은 일에 대한 능력이 중요하다. 하지만 최종 면접에서 얼굴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렇듯 얼굴은 삶을 살아가며 선입견적 이미지를 제일 먼저 주게 되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 아니할 수 없다. 범죄학에서도 조차 범죄형 얼굴 연구가 갈수록 심도 있게 다뤄지고 있다니 말이다.
나는 언제부턴가 거울 보는 게 싫어지고 사진 찍는 게 싫어지기 시작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 나이가 아마도 40대였던 것 같다. 사진 앨범을 보면 40대 사진이 확연하게 적다. 바쁘게 살았던 시기이기도 했지만 그나마 있는 사진조차도 얼굴의 표정이 웃는 모습은 없고 꼭 불만이 가득한 화난 사람의 표정이다. 왜 그렇게 표정이 찡그린 얼굴 사진이 많았을까? 일상이 긴장이 얼굴로 비쳐 나온 것이 아니었나 싶다.
변명을 말한다면 일에 빠져 살았었다. 시기적으로 일에 대한 욕심으로 사업을 확장하던 때고 금전적으로도 어려움 또한 많았던 시기다. 다 잘 될 것만 같았던 일 또한 여러 고비를 겪던 시기였다. 그러다 보니 외모에 신경 쓰는 게 점점 더 소홀해지고 가끔 사진 찍을 때마다 좀 웃는 표정을 지으라고 해도 찍힌 사진 속의 얼굴은 굳은 표정에 찡그린 얼굴로 오히려 점점 더 굳어져만 갔다.
어느 날 문득 나 자신의 거울 속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란 때도 있었다. 정말 이게 내 얼굴인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우울한 표정에 세상 고민을 다 이고 있는 초췌한 얼굴, ‘아! 이러다가 내 얼굴이 이런 표정으로 완전히 굳어지는 게 아닐까?’하는 큰 두려움마저 들었다. 그래서 나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여러 노력을 시도하게 되었다.
운동, 명상, 규칙적인 식생활 습관 등등 그 외에도 지인의 조언을 들어가며 실천해 나갔다. 하지만 긴 시간 이미 굳어진 얼굴을 회복한다는 것이 중병에 걸린 환자나 다를 바가 아니었다. 앞에 언급한 방법만으로는 고치기 힘든 병인 걸까? 좀 더 실질적인 것이 필요한 게 아닐까? 해서 웃음으로 얼굴의 근육 운동도 해봤다. 여러 방법을 동원해도 좋아졌다고 보기에는 아직도 굳은 표정은 남아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얼마 후에야 해결의 출발점이 마음에 있을 거라는 깨달음이 들었다. 마음을 잘 다스리면 얼굴은 자연스럽게 뭉치고 굳어진 안면 근육이 눈 녹듯이 풀릴 것이라고.
▲ 김형석 作
거울 앞에서 찬찬히 얼굴을 응시해 본다. 그러면서 자기 암시를 통해 마음속으로 이렇게 속삭여 본다.
‘그동안 고생 많았다. 이젠 꾹 닫은 입은 입 꼬리를 올리고 부드럽고 밝은 미소를 지어 보자고 찡그린 매서운 눈빛은 애정이 담긴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자‘
화초도 대화하듯 속삭이며 좋은 얘기를 해 주면 더 곱게 자란다고 한다. 내가 먼저 나를 이해하려는 자세로 거울에 비친 나와 친해져 보자.
그리고 나이가 점점 들다 보면 자연적으로 얼굴에도 노화가 오게 된다. 주름선 사이사이로 레코딩 된 음반처럼 지워지기 힘든 삶의 흔적들로 쌓여간다. 일부 사람들은 얼굴 시술을 통해 젊음을 되찾고 지키려 할 수 있겠지만 한계가 있을 것이다.
중년의 나이에서 오는 신체적 변화란 살며 겪어가는 인간사의 자연적 이치가 아닌가!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을 먼저 잘 다스리는 것이 선행이라고 본다. 외모와 내면의 원활한 관계를 유지한다면 비유적으로 가을이 오면 또 다른 세상으로 우리에게 아름다움과 운치를 선사하며 계절을 따르는 나무들이 그 해답이 아닐까 생각한다.
실천하기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내심을 정돈하고 스스로 위로하고 사랑하며 칭찬하면 내 안의 울림이 얼굴로 자연스럽게 전달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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