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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우리만의 속도, 우리만의 길 / 루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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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산책 작성자 편집부 작성일 2018-09-26 11:00 조회 6,92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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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산책 22>
 
우리만의 속도, 우리만의 길
 
루이사 / 한국문협 인니지부 사무차장
 
 
순식간에 졸업한지 거의 1년이 되었다. 작년 이 즈음에는 논문 발표 마치고 최종 논문을 제출하기전에 담당 교수를 만나서 열심히 상담하고 의견을 구하고 있었다. 매일 논문 작업을 하다가 피곤하면 노트북을끄지 않고 절전모드로 해 놓았다. 이제 수면이 부족했던 그 시절에서 거의 1년을 지나갔다. 가끔 밤에 잠이 안 올 때는 혼자 생각에 빠지면서 시간이 참 빠르게 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시 생각해보니까 직장 생활도 거의 1년이 되었다. 졸업하자 마자 바로 취직할 수 있어서 천만다행이었다.
 
번역 일은 국제관계학과(정치외교학과랑 비슷함)에서 나온 나랑 조금 안 어울리지만 한국어를 좋아해서 하게 되었다. 인도네시아 대학교 (UI)의 한국어학과에서 졸업한 친구는 장난식으로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한국어학과 애들은 너 같은 사람 안 좋아해. 우리는 4년동안 대학교 다니고 피, 땀, 눈물 흘리면서 한국어를 공부했는데 너는 독학해서 한국어 번역가가 돼있다니….”
 
 
그 친구의 말을 듣고 나는 또 깊은 고민에 빠졌다.
나는 4년동안 전세계에 있는 나라들의 정치, 경제, 문화, 그리고 사회를 공부하긴 했는데 그럼 나는 어떤 일을 해야 되는 걸까? 나 같은 사람들은 어디서 일해야 되는 걸까? 외교부? 아니면 대사관? 그리고 내 대학 동기들은 지금 어디서 일하고 있는 걸까?
 
요즘 눈 뜨자 마자 확인하는 SNS 하나가 있다. 그것은 바로 인스타그램이다. 인스타그램에서 ‘스토리’ 라는 기능이 있는데 그 기능을 통해서 친구들의 근황을 볼 수 있다. 역시 SNS라는 곳은 자랑하는 곳이 아닐까 싶다. 매일 친구들이 공유한 스토리를 보고 어디서 일하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 어디로 여행 가는지 대충 알 수 있다.
 
내 대학 동기들 중에 대기업에 취직한 사람도 있고 정부 쪽에 일하는 사람도 있고 석사과정을 하려고 외국 가는 사람도 있고 심지어 Miss Indonesia가 된 친구도 있다. 그 친구들의 인스타그램을 보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하면서 부러워하기도 했는데 신중히 생각해 보면 과연 나도 그 친구들이 하는 일을 하고 싶은 걸까? 나는 한국어를 좋아해서 이전 일을 선택하게 되었고 지금은 한국어로 글 쓰는 게 좋아하고 더 깊게 공부하고 싶어서 지금 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너무 좋다고 생각하고 이 후에 또 무슨 길을 열려 있을 건지 기분 좋게 기다리고 있다.
 
 
매일 아침 하루를 시작하기 전 겨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이 든다. 대박 난 친구도 있지만 지금까지 취직하지 못하는 친구도 있고 대학원 가고 싶은데 몇 번 신청했음에도 불합격하는 친구도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많이 봤던 글이 있는데 사람들은 각자의 시간대 속에서 살고 있다는 글이었다. 발리는 자카르타보다 한시간 더 빠르지만 자카르타가 느리다는 뜻이 아니다. 대학교를 빨리 졸업하는 사람도 있고 조금 늦게 졸업하는 사람도 있다. 취직을 빨리 할 수 있는 사람도 있고 시간 조금 더 걸려서 취직하는 사람도 있다. 취직을 빨리 했지만 일찍 그만 둔다는 사람도 있고 좀 늦게 취직했지만 오래 견디고 높은 직위까지 가는 사람도 있다. 고등학교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 중에 이제 결혼했고 임신 중인 친구도 있고 아직까지도 모태 솔로인 친구도 있다. 세상에서 사는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시간대 안에서 살고 있고 각자가 걸어가야 할 길이 있기에 각자의 속도로 그 길을 걷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는 19살에 페이스북을 만들고 설립해서 지금 억만장자가 되었지만 커널 샌더스 (샌더스 대령)는 65세에 KFC를 창업했다. 유명한 해리 포터 시리즈의 작가인 J.K. 롤링은 해리 포터를 창작하기 전에가난한 미혼모였고 해리 포터 원고를 완성된 후 12개의 출판사에게 거절당했지만 결국 블룸즈버리 출판사를 통해서 해리 포터가 전세계에서 유명해졌다. 다른 사람들이 우리보다 더 빨리 성공하거나 더 잘 나간다고 보일 수 있지만 우리도 느리지 않고 우리 시간과 우리 속도에 맞게 가고 있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장단점이 있고 사는 환경도 달라서 다가오는 기회와 마주해야 할 어려움도 달라진다.
 
내 친한 친구들 중에 본인 인스타그램 계정을 삭제하고 핸드폰에서 인스타그램 앱을 제거한 친구가 있다. 나는 그 친구한테 왜 그렇게 했는지 물어보고 그 친구의 대답을 듣고 심각하게 생각을 했다.
 
“인스타그램을 확인할 때마다 다른 사람들이 엄청 잘 나가고 인생을 즐겁게 살고 있는 것 같은 모습만 봐서 우울해졌다. 나는 왜 그 사람들처럼 안되는지…. 나는 왜 계속 이 자리에 머무르는지…. 그래서 차라리인스타그램을 제거하는 게 낫겠다.”
 
사실 나는 우리보다 더 잘 나가는 사람을 보면 부러워할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를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더 성공하는 사람들 보면 동기부여로 만들고 우리만큼 못하는 사람들 보면 감사해야 할 이유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는 우리가 하는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고 우리가 가고 있는 길에 더 씩씩하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SNS에서 좋은 모습만 보일 수 있지만 그 사람들이 했던 노력과 자신과의 싸움들도 있으리라.
 
나의 길과 너의 길이 다르고 나의 속도와 너의 속도도 달라서 본인의 속도를 맞춰서 본인이 가야 할 길을 걸으면 된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보고 부담 갖지 않고 본인의 인생에 집중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열심히 잘 사는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인생을 보고 우리의 인생을 서두르게 살 필요가 없다. 우리는 우리만의 시간대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에 있는 모든 순간과 과정은 우리 시간에 맞게 올 테니까 열심히 살면서 기분 좋게 기다리면 된다. 묵묵히 우리의 목적지를 향해 노력하면 언젠가는 우리도 그 결승선에 도착할 테니까. 어차피 인생은 달리기가 아닌 속도보다 완주가 더 중요한 마라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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