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카뮈’의 소설 ‘페스트’를 읽고 얻은 교훈 / 서미숙 > 한국문인협회 인니 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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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인협회 인니 지부 (99) ‘카뮈’의 소설 ‘페스트’를 읽고 얻은 교훈 / 서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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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산책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1,144회 작성일 2020-03-26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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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필산책 99 >
 
‘카뮈’의 소설 ‘페스트’를 읽고 얻은 교훈
 
서미숙 / 수필가, 시인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장)
 
따뜻한 꽃차 한잔을 놓고 바라보는 창밖은 슬프도록 햇살이 눈부시다. 이렇게 좋은 날씨인데 세상은 온통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공포로 어둠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들과의 만남을 피하고 집안에만 틀어박혀서 TV를 보고 있자니 나라별로 확진자수만 늘고 있다는 뉴스에 마음이 어둡다. 대체 인간에게 닥친 이 불행의 끝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하늘은 인간에게 늘 새로운 교훈을 터득하라고 이런 고통의 시간을 주시나 보다. 2020년 대망의 새해가 떠오르고 희망찬 일상을 향하여 부지런히 순항 중이던 사람들의 삶에 ‘코로나19’ 라는 바이러스는 불행과 교훈을 동시에 안겨주고 있는 것만 같다.
 
바빴던 삶을 잠시 내려놓고 그동안 쌓아둔 책들을 읽어보기로 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인 ‘알베르카뮈’의 소설인 <페스트>를 선택해서 단번에 읽어 내려갔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19’ 와 너무나 닮아있는 다큐멘터리 소설이기 때문이다.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
 
1940년, 평온한 알제리의 해안 도시인 오랑 시에서 죽음의 병<페스트>라는 병이 발생했다.
어느 날 갑자기 쥐들이 비틀거리며 죽어간다. 죽어가는 쥐들이 몰려들면서 도시는 순식간에 공포로 휩싸이게 된다. 쥐떼가 ‘페스트’라는 병을 전염시키고 있었기에 사람들은 구토를 하며 임파선이 붓고 사지가 마비되어 집에서 거리에서 죽어갔다. 처음에 쥐들이 죽기 시작하고 전염병이 나돌 때는 몇 명의 의사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것이 무슨 병인지 몰랐다. 오랑시의 공무원들은 당황했고 엄중한 조처를 취하기 시작했다. 외부와 연결되는 시의 통로를 완전히 봉쇄하고 차단하고 굳게 문을 닫아 버렸다. 오랑 시는 더욱 혼란에 빠지게 되고 이러한 당국의 조치로 의사 ‘리외’는 지병으로 요양을 떠나있는 아내와 연락이 두절되고 만다. 또한 신문기자인 ‘랑베르’는 파리에 두고 온 연인과의 소식이 끊어지게 되었다. ‘리외’는 아내의 소식이 무척 걱정이 되었지만 의사로서 비참한 전염병 환자에 대한 사명과 연민 때문에 사설 치료시설을 설치하여 애정과 열정으로 전력을 다해 환자들을 돌보았다.
 
‘리외’의 주변에는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모두 선의적인 심성을 지닌 사람들이다. ‘타루’는 인생에 대한 희망을 갖고 있지는 않았지만 하나님을 믿는 성자가 되려고 노력하는 젊은이였고 시 공무원인 ‘글람’은 아득한 추억의 연인에게 사로잡혀 사는 노인이었다.
‘파늘루 신부’는 오랑 시에 번지고 있는 <페스트>야말로 믿지 않는 자들에게 내려지는 하나님의 형벌이라고 설교를 하면서도 너무도 비참한 사람들의 죽음 앞에 설교도 중단하고 방역과 간호에 정성을 다했다. 모두가 전염병을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제각기 의견이 분분했지만 페스트 예방에 온 힘을 합쳐 전력을 기울였다는 점은 모두가 같았다. 그러던 중 ‘파놀르 신부’를 비롯해 ‘리외’ 주변의 사람들이 페스트에 걸려 한명씩 쓰러져 죽음을 맞이한다. 신문기자인 ‘랑베르’는 페스트가 오랑 시에 발병할 초기부터 여러 차례 오랑 시를 떠나는 방법을 모색했지만 오랑 시의 안타까운 운명에 연대감을 느끼게 되고 공포와 불의가 절정에 달한 도시에서 ‘랑베르’는 페스트에 맞서 치열하게 싸운다. 나중에는 의사 ‘리외’의 환자들을 구제하는 사업을 도우며 함께 협력하게된다.
 
 
페스트로 사람들이 죽어가는 오랑 시
 
페스트로 인해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슬픔을 이기지 못했다. 이름도 없이 구덩이에 묻혔거나 화장으로 녹아 없어진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절망에 휩싸였다. 도시는 갈수록 피폐해지고 기쁨을 잃어버린 가족들과 연인들에겐 페스트는 지옥의 사자가 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쥐들이 다시 나오고 있어요” 움직이는 쥐들을 보자마자 사람들은 흥분하며 외쳐댔다.
“죽은 쥐가 아니라 살아있는 놈들이라니까요” 그것은 바로 페스트가 물러가고 있다는 신호였다. 이윽고 극성스럽던 페스트도 점점 약화되기 시작하고 굳게 닫혀있던 오랑 시의 성문도 열렸다. 그동안 환자를 돌보느라 심신이 지쳐있던 의사 ‘리외’ 는 한없이 피곤한 상태가 되어 있었다. 소설 속에서 리외는 외친다. 환자에게나 의사에게는 휴가는 없는 것이고 페스트균은 결코 죽거나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언젠가는 다시금 인간들의 행복한 삶을 습격해 올 수도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면서 소설은 끝이 난다.
 
현재 세계적인 유행병 펜데믹(Pandemic) 코로나19
 
도시를 봉쇄하고 모여 있는 사람들을 단속하는 오랑 시 당국의 정책은 몇 십 년이나 흐른 지금 ‘코로나19’ 로 인한 현재의 사태와 같아서 전혀 낯설지가 않고 오히려 이해를 돕는다. 소설 <페스트>의 내용에 깊이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리 인간의 삶에서 비극의 근원은 의외로 단순할지도 모른다. ‘누구나 피할 수 없는 한번뿐인 죽음’ 이라는 간단한 섭리 앞에서 그 명제가 말해주듯 ‘사람은 태어나서 언젠가는 죽는다’ 그렇다. 어찌 보면 죽음의 시기와 방식을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단순히 질병이나 전염병이라는 것이 ‘개인의 삶’에 던져지는 의미는 그렇게 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바이러스가 침입할 수 있는 환경 때문에 갑작스럽게 닥쳐오는 죽음보다는 삶을 정리하면서 적어도 예측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우리 인생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페스트>라는 소설은 일깨워 주고 있다. 카뮈의 소설 <페스트>는 무신론자이자 의사인 주인공 ‘리외’를 통하여 전염병으로 초토화된 도시에서 사람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도덕적 기준을 역설하고 있다. 전염병에 걸려도 남에게 옮기지 않는 노력과 성실함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코로나19’ 와 같은 세균의 공습을 우리는 어떻게 차단하고 대비해야 할 것인지를 극명하게 시사해 주고 있으며 고통을 통한 참된 교훈을 깨우쳐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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