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 / 서미숙 > 한국문인협회 인니 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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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인협회 인니 지부 (106)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 / 서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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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산책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8,241회 작성일 2020-05-14 17:50

본문

< 수필산책 106 >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
 
서미숙 /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장 (수필가, 시인)
 
 
최근 인도네시아의 풍경은 펜데믹 ‘코로나19’의 영향 탓인지 거대한 빌딩숲인 자카르타를 비롯한 시내 곳곳과 주변 도시들이 저녁노을처럼 처연하면서 무겁고 힘든 느낌으로 다가온다. 적도의 햇살조차 삼켜버릴 것 같은 경제적 불황을 온몸으로 맞서고 있는 느낌이랄까.
 
멈출 줄 모르는 루피아의 약세로 물가는 계속 치솟고 있고 외국인인 우리 교민들의 생존에 대한 위기의식은 물론 현지인들의 생계가 더욱 걱정되는 요즈음이다. ‘코로나19’의 감염을 우려하는 예방차원인지 시도 때도 없이 교통 통제를 하고 있는 자카르타 관문의 풍경은 외로운 타국에서의 삶을 더욱 고단하게 하는 요인이다.
 
얼마 전부터 해마다 빨라지고 있는 최대 이슬람 명절인 라마단월을 알리는 금식일이 시작되었다. 예년 같으면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는 한인학생들의 여름방학과 라마단휴일이 맞물려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고국을 방문하는 시기였지만 올해는 전 세계를 강타한 펜데믹 ‘코로나19’ 라는 전염병이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에 고국을 방문하는 일조차 순조롭지 않다. 이 또한 마음이 무겁지만 순환의 계절이 멈추어 있지 않듯이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 는 진리를 굳게 믿으며 또 다시 새로운 하루를 맞는다.
 
 

 
오늘 한국뉴스를 보니 확진자수가 두 자리 숫자에서 한 자리 숫자로 꾸준히 줄고 있어서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적 거리두기로 전환 되었다는 반가운소식도 들린다. 고국은 어느 정도 큰 불길은 잡았다지만 완전히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고 한다. 확진자수는 줄었지만 아직도 완치된 환자들은 많지 않은 것 같아 한국을 방문하지 못하는 교민들의 심정은 착잡한 것만은 사실이다. 매년 여름방학과 라마단 휴일을 맞아 한국을 방문하는 교민들은 건강검진이다 뭐다 병원을 찾을 일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에 도착하는 대로 자가격리부터 해야 하고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하는 일이 우선이기에 건강검진을 위해 병원을 찾는 일은 여느 때와 달리 조심스럽고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최근 코로나환자들 대부분이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유입된 감염자 이다보니 한국으로 귀국하는 일은 멀고도 험난한 여정이 되고 말았다. 그렇지만 우리 고국인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코로나19’를 잘 대처하는 나라로 수준 있는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 바이러스에 대한 의료체계가 잘 갖춰져 있고 국민들의 수준 높은 의식으로 마스크 쓰기가 잘 되고 있기에 한국인으로서 큰 자부심을 느끼는 요즈음이다.
 
 
생각해 보면 사람들이 함께 모여 활동하던 소통의 장이 이제는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위험한 요인이 된다고 하니 ‘코로나19’ 이후의 우리 삶의 형태는 예전과는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언제쯤이면 ‘코로나19’ 와 같은 유행병을 제어할 수 있는 치료제가 개발이 되려나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제일 안타깝고 마음이 아픈 건 코로나 환자들을 치료하다가 감염된 의료진들의 소식을 접할 때이다. 한국의 의료진들은 미국 같은 선진국 의사들과는 달리 몸을 사리지 않고 환자들을 치료하는 ‘히포크라테스’의 정신을 잃지 않은 사명감 있는 훌륭한 의사들이 많기 때문이다. ‘모든 일은 지나가고 또 지나간다.’ 그래서 간절히 바라건대 인류의 생존과 건강을 위협하며 소중한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원망스러운 바이러스인 ‘코로나19’가 하루빨리 멀리멀리 지구 밖으로 물러가기를 진심으로 소망해 본다.
 
한국에 도착해 무사히 자가 격리를 마치고 외출을 하던 어느 날이다. 봄 햇살이 따스한 화창한 날씨에 대중교통을 피해 택시를 타니 기사분이 밝게 웃으며 손님을 맞는다. 코로나 때문에 모든 경제가 마비되었다며 울상을 지으면서도 농담 한마디를 건넨다. “힘든 일은 모두 지나간다죠? 언제 그런 일이 있었나 하는 것 처럼요.” 나는 처음엔 무슨 소린가 싶어 기사 분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분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외계에서 찾아온 손님처럼 담담히 맞이하고 잘 극복하고 기쁘게 보내주자며 환하게 웃었다. 기사분의 말대로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코로나19’ 환자들이 씩씩하게 잘 극복해서 밝고 환한 세상으로 다시 건강하게 나와 주길 진심으로 기원해본다. 기사분의 긍정심이 밝은 세상을 열어주는 희망이 되는 것만 같다. 그 밝은 생각이 잠시라도 마음을 즐겁게 해주었다.
 
 
달리는 차창 밖을 바라본다. 5월의 신록 속으로 깊은 상념이 스며들며 문득 타임머신처럼 지나온 시절이 스쳐간다. 희망의 상징인 네잎 클로버에 대해 애착을 가지던 때가 있었다.
어느 해 5월이던가, 네잎 클로버를 찾아다니며 행운이 온다는 전설을 굳게 믿었던 적이 있었다. 그 시절은 삶이 힘들고 버거워도 꿈을 향한 희망으로 부풀어 있었다. 그렇게 삶의 긴 터널을 통과해 오면서 밝은 빛의 출구를 바라보며 꿈을 잃지 않았던 시절을 회상해 본다. 지금도 나는 네잎 클로버의 전설을 굳게 믿고 싶다. 이번에 다시 네잎클로버를 찾아보려고 한다. ‘코로나19’ 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세계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현실과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경제적인 불황이 네잎클로버의 전설처럼 꼭 필요한 행운이기에 너무나도 절실하다.
 
우리 모두에게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원숙한 계절이 되어 밝고 기운찬 네잎클로버의 행운이 꼭 찾아와 주리라 믿는다. 나이가 들다보니 행운의 의미도 광범위하고 더 넓고 큰 소망으로 다가 오는 것 같다. 해외에서 오래 살아온 탓인지 진정한 애국자가 다 된 것일까? 우리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이 가족을 걱정하는 그 마음과 별반 다를 바 없으니 말이다. 어떠한 절망과 고난도 시간 앞에서는 어쩔 수없이 패배하고 만다. 우리나라를 힘들고 어둡게 했던 신종 바이러스인 ‘코로나19’도 이제는 서서히 그 위력을 잃어갈 것이다. 반드시 지나간다. 모든 것은 반드시 지나가리라는 그 당연한 진리 앞에 ‘코로나19‘ 라는 바이러스는 벌써 저만치 손을 흔들며 꼬리를 감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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