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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인협회 인니 지부 제3회 적도문학상 대상 (한국문협 이사장상) / 바띡론 4-채송화 /이태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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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산책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6,216회 작성일 2019-04-18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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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적도문학상 대상 (한국문협 이사장상) / 시 부문
 
바띡론 4-채송화
 
이태건
 
어린 시절
어머니의 장독대 돌들 앞에
무리 지어 피었던 채송화들
 
옛 빛깔 그대로
반둥 집 뜰에 피어 있다
 
작은 바람도 이기지 못하고 팔랑 이는 꽃잎
그 위로
용케 하늘을 받쳐 들고 있다
 
아마, 어머니 고향 전라도 영암과
지금 내 사는 반둥 식민의 역사 속에서
계절들 무겁게 내려 쌓이고
수만 햇살 뜨겁게 내리 꽂힐 때에도
 
낮은 몸뚱어리 더 낮게 땅에 엎드려
내 새끼 내 자식 보듬으며
뿌리로는 말라가는 물 끝을 찾아 헤매었으니
뿌리 그 작은 발가락 꼼지락거리며
 
오늘도
인도네시아 땅에선 어디서나
채송화를 닮은 여인들이 갈증을 견디며
바띡을 짓고 있다
 
모든 자식들 독수리 되어
아침 하늘
훠얼훨훠얼훨 수직으로 날아가는 문양
 
날라고, 날아가라고
내 새끼들은 부디 높이높이 날으라고
 
 
*대상수상 소감 / 이태건
 
세상에 대한 후들거림, 나는 싸움을 못한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뒷자리 앉은 녀석과 싸움이 붙었는데 일방적으로 맞고 끝났다. 싸우기도 전에 다리가 후들거리고 녀석이 보이지도 않아 싸울 수가 없었다. 발표 울렁증도 있어서 수업시간에 돌아가면서 읽기라도 할라치면, 순서가 오기도 전에 심장이 쿵쿵거리고 얼굴이 달아올라 나도 모르게 내 두 다리는 달달거리고 있었다. 남 앞에 서는 것이 너무도 두려웠다. 세상을 살아가는 게 힘들겠다는 생각을 어린 나이에 깨달아 버렸다. 이런 생각을 하니 아마 약육강식의 동물 세계였다면 나는 어린 나이에 이미 죽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갑이 순환하기까지, 후들거리는 나를 지탱시켜 준 것은 내적인 소통 덕분이다. 세상에 대한 후들거림을 극복하려는 주절거림은 나의 시가 되었다.
탁한 부유물이 씻겨 나가면 새 물이 솟아나듯, 주절거림 속에서 정제된 시어들을 통해 나를 순화시켜 왔다. 그리고 거대한 세상 앞에서 나처럼 후들거리는 이들에 대한 연민은 내 시의 방향이 되었다. 나는 내 시가 후들거리는 이들을 대신해서 공감하는 말을 눈물처럼 흘려보내길 바란다. 많이 부족한 작품을 귀하게 보아주신 심사위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인도네시아에서 작품 활동을 하시는 분들을 만나 눈이라도 마주치고 싶다. 작품을 제출해 보라고 떠밀어 주신 반둥의 엄정호 전 회장님, 함께 기뻐해 주신 아름다운 교우들과 UPI 가족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끝으로 “오,그 정도였어?”하고 처음으로 내 시를 인정해 준 아내에게 진한 감사와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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