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인협회 인니 지부 제3회 적도문학상 최우수상 (재인니한인회장상) / 괜찮아요, Tidakapaapa /오기택
페이지 정보
수필산책
본문
< 제3회 적도문학상 최우수상 (재인니한인회장상) / 수필 부문 >
괜찮아요, Tidakapaapa
오기택
‘Tidakapaapa’
오늘도 어김없이 듣게 되는 이 말,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면서 가장 어렵고 낯설게 다가온 것은 그들의 ‘Tidakapaapa’ 문화였다. 기분이 좋아도, 기분이 나빠도 그들은 항상 웃는 얼굴로 ‘tidakapaapa’를 말했다. 처음에는 내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내가 못 알아들었을 거라 생각해서 무시하는 말로 생각했었다. 한국사람이라는 관점에서 생각할 때에는 도저히 그냥 웃어넘길 수 없는 일이었음에도 그들은 그저 웃으며 ‘Tidakapaapa’라고 말했다. 도대체 그들에게 ‘Tidakapaapa’는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말하는 ‘Tidakapaapa’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이 문구에 대한 이해를 위해,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이 말을 쓰는 경우를 생각해보았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에게 있어서 ‘Tidakapaapa’는 주로 ‘괜찮다, 대수롭지 않다’는 의미로 통용되고 있었다. 상대방이 실수를 해도, 무엇인가가 조금 부족해도,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음에도, 그들은 연신 ‘Tidakapaapa’를 말하곤 했다.
그런 인도네시아인들의 인내가 한국인의 관점에서 생각할 때 정말 답답해 보였다. 무슨 마법의 주문을 외우는 것인 양, ‘Tidakapaapa’를 외치면 문제는 일단 일단락되기 때문이다. 나도 그 마법의 주문을 외우고 싶었으나, 머리와 가슴속으로 이해할 수 없었으며 그로 인해 ‘Tidakapaapa’에 대한 답답한 감정이 먼저 솟아올랐다. 하지만 이곳은 인도네시아가 아닌가.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라는 말이 있듯 나는 인도네시아의 문화와, 이곳 사람들의 태도와 방식을 이해하고 인도네시아에 동화되어야 했다.어떤 문화적 다름에서 ‘Tidakapaapa’에 대한 이해가 시작될 수 있을까. 왜 나는 ‘Tidakapaapa’할 수 없는 것일까? 그러다 문득,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여유’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인도네시아에 처음 왔을 때,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얼굴에는 항상 웃음기가 가득했으며 더불어 표정에서 많은 여유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들은 도통 얼굴을 찡그리는 법이 없었다. 항상 웃고 있었으며, 항상 친절하게 응대해주었다. 이러한 긍정적인 삶의 관점과 여유는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 그리고 나는 왜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며, 그들처럼 할 수 없는 걸까?
어쩌면 우리의 생활태도와 방식이 ‘여유’를 배척하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한국의 문화를 돌아보면 가만히 있는 것을 두려워하며, 당장 하는 일이 없을 경우 도태되었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인생에서 ‘나’라는 관점보다는 ‘대중 속의 나’라는 관점이 우리들 사고방식에는 더 뿌리깊게 박혀 있었다. 나라는 존재여서의 내가 존재하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 속에서 나의 가치가 정립되기에 내가 존재하며 그렇게 정립된 가치가 어느 순간 나라는 사람의 자아가 되어버렸다. 이렇다 보니 남과 비교되어 남의 우위에 있을 경우에만 의미가 있는 것이 인생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자아의 존립과 정립을 위해서라도 뒤쳐질 수 없었다. 뒤쳐짐은 곧 내 존재의 ‘무의미’를 뜻하게 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적 차이 때문에, 한국인들의 마음 한켠에는 ‘여유’라는 단어가 머물 만한 공간이 없었다. ‘여유’는 사치였으며, ‘여유’를 꿈꾸기 전에 남들보다 앞서는 게 먼저였다. 이러한 타인중심적 사고관에 질리고, 자신의 본질에 대한 생각에 집중하게 되며 등장한 개념이 ‘워라벨’이라는 개념 같다. 무한경쟁에 지친, 더 이상 남과의 비교에 신물이 난 사람들이 ‘나’라는 자아를 돌아보게 되었고. 그로 인해 인생에서 ‘나’라는 가치가 가장 부각되어 발생한 현상이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의 ‘Tidakapaapa’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도네시아만의 ‘워라벨’을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그들이 여유를 가지고 있고, 남에게 친절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욕구가 충족되기에 타인을 배려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지며, 그 결과 나 자신이 중요한 만큼 상대방도 중요하다는 역지사지의 생각을 할 여유가 생길 수 있게 된 거 같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Tidakapaapa’는 어쩌면 자신의 행복에 대한 외부적 선언이라고 할 수도 있다. 본인의 지금 인생이 행복하기에 주위의 어떤 일에도 관대할 수 있으며, 그에 따라 주위의 반응에 의해 크게 흥분하거나 화를 내지 않는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남에 대한 배려로 ‘Tidakapaapa’가 아닌. 나의 행복에 초점을 둔 ‘Tidakapaapa’를 사용했던 것이다. 그렇게까지 생각이 닿다 보니, 인도네시아의 ‘Tidakapaapa’문화는 타인에 초점을 맞춘 문화이기보다는 자신의 행복에 더 초점을 맞춘 문화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이제 막 시작한 인도네시아의 생활에서 더 많은 행복과 더 큰 즐거움을 얻으며 살아가봐야겠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은 자신이 만족함을 느꼈을 때 비로소 발현이 가능하다. 그들을 이해함과 동시에 내 스스로도 더 행복해지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Tidakapaapa’는 타인에 대한 배려의 표현이 아니었다. ‘Tidakapaapa’야말로 진정한 자기 행복에서 비롯된 기쁨의 비명이자 나의 행복에서 오는 타인에 대한 여유의 표현이리라.
** 최우수상 수상소감 / 오기택
사실 지금도 제가 적도문학상 최우수상 수상자임이 실감나지 않습니다. 그저 글 쓰는 것이 좋고, 표현하기 좋아하는 저의 습작을 좋게 평가해주신 심사위원 여러분께 너무 감사함을 느낄 따름입니다. 저를 위해 항상 기도와 응원을 해주시고 계신 부모님께도 멀리에서나마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더불어 대한민국의 청년이 타국에서 도전하려는 모습에 좋은 평가를 주지 않으셨을까 추측해봅니다. 저는 대한민국의 ‘정말’ 평범한 청년입니다. 남들과 크게 다를 것 없는 제가 인도네시아까지 오게 된 이유는 하나입니다. ‘보통의 성공’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한국 사회에는 ‘헬조선’, ‘흙수저’라는 자조 섞인 말들이 유행어처럼 번져 있습니다. 저 역시도 그런 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고, 그로인해 노력보다는 포기를 먼저 생각하곤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문득 나의 청춘을 ‘순응’하는 것에 소비하고 있는 제 자신이 안쓰럽게 느껴졌습니다. 그 안쓰러움에서 탈피하고자, 도전해 보고자, 인도네시아에 왔습니다. 이제 막 시작하는 저의 인도네시아 생활기, 한국에 있는 제 동년배들을 위한 ‘보통의 희망’이 되고 싶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굳건히 내딛어 보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부족한 수상소감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전글제3회 적도문학상 -학생및청소년부 최우수상(주아세안 대사상)/아름다운 서울 도시의 이야기 /누르 사피트리 19.04.18
- 다음글제3회 적도문학상 최우수상(주인니 한국대사상) /사랑니 / 방성욱 19.04.18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