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인협회 인니 지부 (61) 특별기고 - 골목을 걷다 / 권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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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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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필산책 61- 특별기고 >
골목을 걷다
권대근 / 수필가, 평론가(문학박사)
88년 동양문학 등단, 대신대학원대학교 문학언어치료학 교수
88년 동양문학 등단, 대신대학원대학교 문학언어치료학 교수
문화마을이라 했던가. 잊어버린 칠팔십년 대의 기억을 찾아 사람들이 모여든다. 물고기 떼처럼 화살표도 떼로 몰려다닌다. 화살표가 안내하는 대로 태극길을 따라가니 문화의 흔적들이 눈길을 끈다. 80년대와 비교해볼 때 주민이 반으로 줄었다고 한다. 비어있는 집도 제법 있는데 그 집들에서 주워온 갖가지 폐품으로 벽걸이를 만들어 골목 벽에 한가득 붙인 작품이 앞을 막는다. ‘염원’이란 이 작품에서 작가는 삶의 흔적을 표현하고 싶었을 게다. 밤낮으로 쓰던 콘센트며 깡통주둥이에 붙어있는 따개며 단추 같은 눈에도 잘 띄지 않는 것들이 문화를 말하는 소중한 아이콘이 되었다.
문화란 거창하고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지 않은가. 한동안 골목 문화에 매료된 여행가나 문화사가들이 한양의 뒷골목, 어디어디 주점 골목 등을 글의 테마로 삼아 눈길을 끈 적이 있었다. 골목이란 향수가 어린 곳이다. 하지만 태극도 마을의 골목은 골목이라 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담과 담으로 싸인 곳, 담과 집의 벽으로 싸인 곳이 아닌 곳이 대부분이기에 하는 말이다.
방이 바로 길을 보고 있고 길에서 바로 방에 들어가는 형태의 길이 이어져 있다. 어느 집에서나 도란도란 말소리 새어나오고, 문만 열면 오가는 이와 소통이 가능하다. 방문을 열고 소리치면 앞집, 옆집 모두 대답할 수 있는 거리여서 동네 사람들은 말 그대로 이웃사촌이 되지 싶다. 길이 끊어졌나 싶으면 계단이 나오고, 막다른 길인가 싶으며 굽어진 길이 이어지는 곳, 태극길에서 이곳 사람들의 삶에 대한 곡진한 자세를 본다. 오십년 대 고향을 버리고 이곳에 판자촌을 형성하고 삶터를 개척한 이래 급하게 변해가는 아랫동네의 모습을 묵묵히 내려다보며 견뎌야 했던 서글픔이 없지 않으련만 골목에서 만난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명랑하였다. 우리가 어렸던 시절에 동네에 나타난 낯선 사람은 아이들에게 좋은 구경거리가 되었지 않은가.
골목길을 돌다보면 쇠고리나 자물쇠를 차고 있는 키보다 낮은 작은 문들을 볼 수 있다. 옥외 화장실들이다. 길에 가끔 놓여있는 화분에는 고추며 상추가 자라고, 한 집에서는 황구 한 마리가 묶인 채 으르릉거렸다. 또 다른 골목길 모퉁이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어슬렁어슬렁 걸어 나온다. 골목길 어디선가 무심코 만나게 되는 고양이들, 마을 주민은 별로 안 보이는 이 골목길에 터줏대감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발길 아래 한 계단 낮은 집에서 도란도란 말소리가 들리고 웃음소리와 함께 조금 열어 둔 문으로 삼겹살 굽는 냄새가 새어나왔다.
방이 바로 길을 보고 있고 길에서 바로 방에 들어가는 형태의 길이 이어져 있다. 어느 집에서나 도란도란 말소리 새어나오고, 문만 열면 오가는 이와 소통이 가능하다. 방문을 열고 소리치면 앞집, 옆집 모두 대답할 수 있는 거리여서 동네 사람들은 말 그대로 이웃사촌이 되지 싶다. 길이 끊어졌나 싶으면 계단이 나오고, 막다른 길인가 싶으며 굽어진 길이 이어지는 곳, 태극길에서 이곳 사람들의 삶에 대한 곡진한 자세를 본다. 오십년 대 고향을 버리고 이곳에 판자촌을 형성하고 삶터를 개척한 이래 급하게 변해가는 아랫동네의 모습을 묵묵히 내려다보며 견뎌야 했던 서글픔이 없지 않으련만 골목에서 만난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명랑하였다. 우리가 어렸던 시절에 동네에 나타난 낯선 사람은 아이들에게 좋은 구경거리가 되었지 않은가.
골목길을 돌다보면 쇠고리나 자물쇠를 차고 있는 키보다 낮은 작은 문들을 볼 수 있다. 옥외 화장실들이다. 길에 가끔 놓여있는 화분에는 고추며 상추가 자라고, 한 집에서는 황구 한 마리가 묶인 채 으르릉거렸다. 또 다른 골목길 모퉁이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어슬렁어슬렁 걸어 나온다. 골목길 어디선가 무심코 만나게 되는 고양이들, 마을 주민은 별로 안 보이는 이 골목길에 터줏대감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발길 아래 한 계단 낮은 집에서 도란도란 말소리가 들리고 웃음소리와 함께 조금 열어 둔 문으로 삼겹살 굽는 냄새가 새어나왔다.
변화의 바람은 계속 분다. 언제부터인가 감천동 일대가 문화마을이란 이름으로 각 매체와 외국의 영화사들이 들어와서 촬영을 하곤 한다. 그만큼 집들의 묘한 구조와 다닥다닥 붙은 집들이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내기 때문일 것이다. 동서대학교에서 제정하는 ‘영화의 집 3호’, 부산시에서는 걷고 싶은 명품길 21선 중 근대역사의 길이란 이름으로 태극도 마을에서 자갈치 시장까지의 길을 선정하였다.
또한 좋은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 일환으로 태극도 마을에서 꽃길원예체험 사업을 벌이기로 하였다. 한 발자국씩 다가가다 보면 희망의 세계에 다다를 수 있을까. 태극도 도량으로 향하는 길을 내려가다 잘 꾸며진 복지관 건물을 보았다. 도화지에 아이들이 죽죽 그은 곡선들처럼 재개발도 불가능하게 자리 잡은 집들이지만 힘겨운 삶 속에 새겨진 속주름까지 팽팽하게 펴져 살기 좋은 마을로 이름나길 빌어본다.
화려한 색감의 축제를 이루고 있는 이 마을의 겉만 보고 내리는 지나친 낭만화를 경계해야 하리라. 저녁 무렵 붉은 노을이 태극도 마을을 감싼다. 분홍과 노랑, 파랑 등 다채로운 색의 향연이 펼쳐진다. 색의 대비가 뚜렷하여 역동적이고 감각적인 분위기 속에 마을이 꿈을 꾸는 듯하다. 다가올 행복을 꿈꾸는 마을 위 산복도로에 가로등이 켜지고, 한 집 두 집 전등을 켠다. 어두운 하늘에 별 몇 개 빛나는데 태극도 마을은 동화 속 나라처럼 반짝거린다.
또한 좋은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 일환으로 태극도 마을에서 꽃길원예체험 사업을 벌이기로 하였다. 한 발자국씩 다가가다 보면 희망의 세계에 다다를 수 있을까. 태극도 도량으로 향하는 길을 내려가다 잘 꾸며진 복지관 건물을 보았다. 도화지에 아이들이 죽죽 그은 곡선들처럼 재개발도 불가능하게 자리 잡은 집들이지만 힘겨운 삶 속에 새겨진 속주름까지 팽팽하게 펴져 살기 좋은 마을로 이름나길 빌어본다.
화려한 색감의 축제를 이루고 있는 이 마을의 겉만 보고 내리는 지나친 낭만화를 경계해야 하리라. 저녁 무렵 붉은 노을이 태극도 마을을 감싼다. 분홍과 노랑, 파랑 등 다채로운 색의 향연이 펼쳐진다. 색의 대비가 뚜렷하여 역동적이고 감각적인 분위기 속에 마을이 꿈을 꾸는 듯하다. 다가올 행복을 꿈꾸는 마을 위 산복도로에 가로등이 켜지고, 한 집 두 집 전등을 켠다. 어두운 하늘에 별 몇 개 빛나는데 태극도 마을은 동화 속 나라처럼 반짝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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