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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인협회 인니 지부 (39) 개미의 독특한 습관처럼 / 루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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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산책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0,978회 작성일 2019-01-22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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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의 독특한 습관처럼
 
루이사 /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혼자 자취를 하고부터 제일 많이 경험하는 것은 바로 시간을 혼자서 많이 보내는 것이다. 특히 주말에 약속이 없을 때는 가끔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고민까지도 한다.주말에 시간이 조금 여유로울 때는 오전 10시쯤에 방에서 벗어나 오피스텔에 있는 수영장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날 아침도 나는 딱 한번 수영한 적이 있는 수영장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냈다. 수영장 한쪽에 담쟁이덩굴이 자라고 있는 벽이 있다. 가만히 보니까 그 벽에서 개미들이 한 줄로 기어 올라가고 있었다. 개미는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곤충이며 우리에게 너무 친숙한 생물이다. 개미는 다른 곤충과 마찬가지로 더듬이로 냄새를 맡는다. 더듬이를 통해서도 냄새의 강도나 방향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다고 한다. 페로몬이라는 매체로 서로 소통하는 개미는 페로몬으로 길을 남겨 다른 개미들이 따라올 수 있게끔 한다. 그래서 자세히 보면 개미들은 항상 한 줄로 기어가는 것이다. 그때 내 눈에 먼저 들어왔던 것은 바로 반대 방향에서 기어오는 개미들이다.
 
내가 목격했던 것은 살면서 모든 사람들이 최소한 한번이라도 본 적이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개미들은 다른 방향에서 오고 있는 개미들을 마주할 때 때때로 멈추고 접촉을 한다. 예외없이 모든 개미에게 하나씩 마치 서로의 입을 맞추는 것처럼 한다. 할 일이 없을 때는 역시 나도 별난 생각을 갖게 되었다. 개미들은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했을까? 왜 마주볼 때마다 멈추고 하나도 빠짐없이 접촉을 했을까?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걸까? 반바지 주머니에 있는 핸드폰을 꺼내서 나는 검색창을 열었다. 몇 초 안에 답이 나왔다.
 
 
개미들은 다른 방향에서 오고 있는 개미들을 마주할 때 때때로 멈추고 접촉을 하는 이유는 세가지가 있다. 첫번째 이유는 위험 감지하는 것이다. 개미는 사실 시력이 없는 생물이다. 그러므로 서로를 만지고 냄새를 맡는 것은 다른 집단에서 온 개미들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할 수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했다. 개미들은 근처에 있는 개미들이 한 집단에서 온 개미들인지 확인하고 싶어서 그렇게 하나씩 접촉을 한다고 했다. 두번째 이유는 먹이를 공유하기 위해서이다. 개미가 살아남는 방법 중 하나는 상호 협력을 통해 먹이를 얻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같은 집단에서 온 개미와 마주할 때 개미는 먹이를 옮기기도 한다.
마지막 이유이자 사람들이 제일 많이 생각하는 이유는 바로 개미의 인사법이다. 사람들이 제일 많이 믿고 있는 이론을 따르면 개미도 인간처럼 서로에게 이 방법으로 인사를 한다는 것이다.
 
개미들은 같은 집단에 있는 개미들과 같이 활동하면서 서로에게 의지하게 되었으며 사회적 본성이 매우 강하다고 했다. 그래서 같은 집단에서 온 동무들과 마주할 때 항상 하나씩 멈추고 접촉하는 것이다. 개미들이 서로에게 인사를 나누는 것처럼 우리도 인간의 인사법이 있다. 만나면 서로를 껴안아주거나 볼을 맞닿는 방법도 있다. 나는 특별히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과 서로를 껴안아주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 누구에게 안길 때는 안정하고 든든한 느낌이 든다고 할까?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이면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잘 모를 수도 있기에 우리의 따뜻한 포옹도 그 사람에게 위로와 힘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개미처럼 하나씩 만나 인사를 나누기 힘들면 요즘 세대에는 휴대전화라는 기기가 있어서 전화 한 통이나 문자 한 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얼마전에 한국에서 친하게 된 언니한테 카톡을 받았다. 그 언니는 그때 아보카도 주스를 먹고 있어 내 생각이 난다고 했다. 아보카도 쥬스 때문에 내 생각이 떠오르는 것도 신기하고 나를 생각하는 언니에게 너무 고마웠다. 개미들이 반대 방향에서 오는 다른 개미들 보면 그냥 스쳐 지나갈 수는 있지만 모르는 척하지 않고 애써 하나씩 마주치면서 인사를 하는 것처럼… 언니도 아보카도 주스를 한 모금 마시면서 내 생각이 떠오를 때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언니는 나에게 카톡을 보냈다. 그 당시에 혼자 자취해서 외로움을 많이 타는 나에게 언니의 카톡 하나가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몰랐다. 이렇게 소소한 안부라도 큰 힘이 될 수 있었다.
 
 
카톡에서나 문자 내역에서나 전화기록에서는 우리가 자주 연락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의 휴대전화에 있는 연락처를 보면 자주 연락하는 사람들 외에 다른 사람들도 많이 있을 거다.그 사람들은 잠깐 어느 행사 때 만난 사람이거나 대학교 다닐 때 같은 수업을 들었던 친구일 수도 있다.한번쯤은 그 사람들에게 안부를 묻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상대방도 갑자기 문자나 전화를 받으면 당황할 수도 있지만 우리의 소소한 행동이 힘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잘 지냈어? 요즘 어떻게 지내?
그런 질문을 받으면 “아,나도 관심 받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우리가 연락하는 사람이 잘 지내고 있다면 다행이고 우리가 연락하는 사람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에게 본인이 세상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걸, 본인한테 관심을 주는 사람도 있다는 걸, 그런 느낌을 느끼게 해서 그 사람의 마음을 다시 따뜻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열심히 살다 보면 그냥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 있지만 우리에게 다가와 잠깐이라도 우리 앞에서 멈추는 사람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핸드폰을 꺼내 문자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2019년 새해를 맞아 그동안 바쁜 일상 때문에 잊고 있었던 사람들에게 잠시 인사를 전하고 싶다. 마치 마주 오는 집단 동무들에게 하나씩 인사하는 개미의 독특한 습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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