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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인협회 인니 지부 (19) 모임에 대한 단상 / 서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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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산책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6,401회 작성일 2018-09-05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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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필산책 19 >
 
모임에 대한 단상

서미숙/수필가,시인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장)
 
 
우리는 살아가면서이런저런 모임을 통해 사람들과 만나고 스치고 부대끼면서 살아간다. 즐거운 만남으로 기억되는 모임은 감동과 여운을 남기며 그 뒤를 돌아보게 한다. 만남을 통해 서로 기뻐하고 쓰다듬으며 함께 화합하고 교류하는 풍경은 아름답다. 

이곳 인도네시아 한인들도 한인들만의 공동체로 서로가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면서 세상 살아가는 정(情)을 나누는 행복한 한인사회로 거듭나고 있다. 요즘의 젊은 세대는 서로 만나지는 않고 컴퓨터와 스마트폰 같은 기계 뒤에 숨어 감정은 걷어내고 인조인간처럼 가상으로 만나고 대화한다. 그나마 페이스 북이나 블로거, 인터넷 카페는 좀 더 열린 공간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인터넷상의 만남이다. 어쩌면 앞으로의 시대는 점점 더 무언 족(無言 族)이 되어 혼자서 기계와 보내는 시간만 늘어날 것이다. 살가운 인간의 정이 더욱 그리워지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요즘은 전세계에 한류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고, 특히 올해는 아시안게임을 통해서 한국에 인도네시아라는 나라가 너무도 잘 알려져 있지만 십여 년 전만 해도 고국에 가게 될 때 ‘인도네시아에 살아요’하면 ‘인도’라는 나라로 착각하기 십상이었던 나라, 그렇게 생소하고 멀게만 느껴지던 인도네시아라는 나라에 살면서 어떤 모임을 통해 만나게 된 인연이라면 우리는 아마도 그 자체가 가벼운 인연은 아니었음이 분명하다. 
 
 
대부분의 이곳 한인들은 열대지방임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삶의 터전을 가꾸며 살고 있다. 부지런한 근성으로 모국인 한국은 물론 인도네시아의 경제발전에도 기여하면서 한인들만의 탄탄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그 바탕에는 타국에서의 애환을 함께 나누는 한인들만의 다채롭고 끈끈한 동호회 모임이 한몫을 한다. 모임과 만남을 통해서 행복 에너지를 생성하고 있는것이다. 남자들은 주로 학연, 지연, 직장등으로 연결된 모임으로 골프나 문화관련 취미활동을 함께 하며 친분도 나눈다. 부인들 또한 자녀들의 학부모 모임이나 학연 및 종교모임,골프 등으로 해외생활의 적조함을 달래면서 오랫동안 든든한 인연으로 이어지고 있다.
 
나는 주로 학연 및 문학과 관련된 모임, 종교관련 모임 등 여러 모임에 동참한다. 얼마 전에도 오래된 지인들의 모임에 참석했다. 이번 모임은 대 선배님의 생신도 곁들여진 만남이라 그런지 몇 사람이 준비해온 관악기의 선율로 축하 분위기가 한층 무르익었다. 만남이란 서로가 반갑게 가슴을 열고 다가간 만큼 기쁨이 되어 돌아온다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살아온 세월만큼 연륜이 깊은 선배님들의 이야기도 재미있고 경험담도 귀에 쏙쏙 들어온다. 물론 살아가면서 반가운 만남도 있는 것처럼 우리의 삶에는 아쉬운 작별도 있겠지만 말이다.
 
관악기의 연주가 끝나자 이번에는 축하 노래도 이어졌다. 남편 선배 되시는 분의 <서른 즈음에> 라는 선창 곡은 감동과 울림이 있어 분위기를 숙연하게 했다. 어쩌면 오랫동안 가슴 찡한 순간으로 기억될 듯싶다. 내가 평소 좋아하는 가수 김광석의 노래인데 그분의 훌륭한 가창력으로 듣고있으니 모두의 분위기는 서른 즈음의 그 시절로 돌아가 있었다. 
 
세월과 나이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기에 나이를 먹고 젊음의 모습이 허물어지는 것은 어쩌면 자연의 순리일 것이다. 누구에게나 최선을 다해 살아온 청춘의 시간이 있었기에 한 시절이 사라짐에 대하여 그리 서글퍼 할 일만도 아니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 시절이 있었기에 지나온 시간을 반추해보며 세상을 관망할 수 있는 지금의 이순간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기에... 돌아보면 <서른 즈음에>의 노랫말처럼 가슴 떨리는 공명의 파장, 파노라마 같은 인생의 우여곡절이 이렇듯 애틋한 선상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헤아릴 수 있으니 말이다.
 
 
진부한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사람은 만남을 통해서 성장한다고 믿는다. 살아가면서 눈에 보이는 것, 물리적으로 우리가 직접 눈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 생명, 재산, 지위, 명예, 권력 등 모든 것은 순간이요, 또 없어질 운명의 요소들이다. 모든 것이 물거품처럼 사라진다 해도 한 가지, 오직 한 가지 소중한 자산으로 남는 것은 마지막까지 내 곁에 있어주는 진실한 사람이라고 믿고있다.
 
여러 모임이나 만남을 통해서 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돌아보면 그렇게 만난 사람들이 우리의 삶에 모두가 스승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좋았던 사람, 나빴던 사람, 모두가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거울이 되었고 깨달음을 주었던 것 같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아무래도 혼자 고립되어 살기엔 이 세상이 너무나 힘들고 외롭다. 사람들은 말한다. 나이가 들수록 친구가 그립고 사람이 그립다고...
 
기회가 주어지면 좋은사람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편안한 모임을 자주 갖는 것도 감성을 잃지 않는 측면에서 정서적으로 좋을 것 같다. 중년으로 접어들면 남자든 여자든 모두 다 중성이 되어 의사소통도 잘되고 모난 성품도 둥글둥글하게 다듬어 진다. 어쩌면 더불어 사는 따뜻함이 더 그립고 절실해진다고나 할까, 젊어서는 자녀들을 양육과 교육에 신경 쓰느라 모임이 있어도 제대로 참여할 여유가 없었다면 50대인 지금의 나이는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어느 정도 자유로워졌다는 생각이다. 
 
사람은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지 않으면 피차 외롭고 고독하다는 걸 깨닫는다. 
대부분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겪는 불화는 상대를 인정하지 않아 생기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면 가정과 모든 개인은 물론이고 인류와 국가도 평화로워질 것이라는 생각에 미치기도 한다.
 
자카르타의 밤하늘이 환하고 밝게 비추이나 했더니 8월의 끝자락에 한가위 같은 보름달이 걸려있다. 사람좋은 얼굴 모양으로 크게 웃고 있는 것만 같다. 처음에는 이곳 인도네시아에서 바라보던 둥그런 보름달이 참 신기했었다. 내 나라에서 보던 달과 너무나 똑같아서 반가운 마음에 고향의 하늘을 보듯 달을 올려보고 또 보았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보름달을 바라보면 고국과 멀리 떨어져 살고 있어도 이곳의 한국사람들과 함께 마음을 나누면서 느끼는 평온한 여유로움이 스며져 있다. 
 
보름달을 보고 있으면 내면의 환한 빛을 다 내어주어 한 치의 그늘도 없는 투명한 삶을 보는 것만 같다. 큰 소원 하나를 담아 둥근 달을 향해 마음속으로 염원한다. 
외롭고 고통스럽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의 마음 안에도 보름달처럼 둥근달이 떠서 한줌의 어둠도 없기를,길지 않은 인생이기에 모임을 통해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서로가 충만함으로 가득하고 서로가 영원히 잊지 못할 따뜻한 인연이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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