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위대한 감동의 뮤지컬 ‘모차르트’ / 서미숙 > 한국문인협회 인니 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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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인협회 인니 지부 (11) 위대한 감동의 뮤지컬 ‘모차르트’ / 서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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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산책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6,713회 작성일 2018-07-12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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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필산책11 >
 
위대한 감동의 뮤지컬 ‘모차르트’
 
서미숙 / 수필가, 시인(한국문협인니지부 회장)
 
 
한국에 머물게 될 때 좋은 점이 있다면 언제라도 다양한 문화공연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오랜 세월 인도네시아에서 살아오면서 학창시절 즐겨 찾던 연극이나 뮤지컬을 마음껏 감상할 수 없는 현실이 무척이나 아쉬웠다. 이런 나의 취향을 알고 있는 주변의 지인이나 친구들은 한국에서 지내는 시간에 공연 티켓이 있다고 불러주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달려간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서로의 취미를 알아주고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고 누군가에게 잊히지 않고 기억된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임을 깨닫는다. 나는 보수적인 성향 탓에 유행가나 가요보다는 고전음악이나 클래식음악을 더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모차르트의 아름다운 선율은 젊은 시절, 나의 심장을 두드리며 문학적인 감성을 열어 주었다. 잔잔하면서도 열정적인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이나 교향곡을 듣고 있노라면 퇴색되지 않은 순간들이 풋풋하게 살아있는 것만 같다. 그렇게 유일한 안식처가 되어 주었던 ‘모차르트’를 이번에 한국에서 뮤지컬로 만나게 되었다. 여름시즌에 맞춰 네 번째로 오픈하는 뮤지컬 <모차르트>를 만나러 가는 길은 맑은 햇빛을 받아서인지 발걸음조차 경쾌한 느낌이다. 
 
세종문화회관대극장에서 열리는 뮤지컬<모차르트>, 오스트리아 태생인 모차르트(Mozart,Wolfgang Amdeus)는 세계적으로 워낙 유명한 작곡가이고, 18세기 유럽을 주름 잡았던 천재 음악가이기에 영화 아마데우스를 통해서도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뮤지컬<모차르트>는 2010년 초연 당시 한국의 뮤지컬계에 유럽 뮤지컬을 심는 새로운 장르로 대단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고 한다. 그만큼 모차르트의 생애는 수많은 예술계의 창작 모티브가 되고 있다.
 
이번 뮤지컬 모차르트는 지난 작품들과는 차별화된 그 무언가가 있는 듯 했다. 바로 천재적인 음악가, 모차르트의 인간적인 분석이 아닌가 싶다. 의지의 주체인 볼프강(Wolfgang)과 재능의 주체인 자아를 상징하는 아마데(Amade)로 분리해서 짧지만 굴곡이 많았던 그의 역동적인 인생에 초점을 맞추며 관객들의 이해를 도왔다. 뮤지컬 배우들의 열연은 가슴을 쿵쿵 울리는 진한 감동으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특히 그날, 모차르트의 주연 배우로 열연한 임태경의 엄청난 파워가창력은 모차르트가 환생한 듯 최고의 감동을 선사했다. 오로지 뮤지컬 가수인 임태경의 팬이라는 나의 친구 덕분에 새롭게 변신된 모차르트를 만날 수 있었던 것 같아 새삼 친구에게 감사하고픈 마음이다.
 
 
모든 인간이 갖게 되는 사랑과 자유에 대한 갈망, 그저 평범한 인간으로서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어했던 인간 모차르트! 그만의 갈등과 고뇌, 그리고 천재 음악가로서 멈출 수 없었던 창작에 대한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뮤지컬 모차르트의 연출력도 대단했던 것 같다. 모차르트의 창작욕과 고뇌를 상징하는 세종문화회관의 독특한 무대 디자인은 관객들에게 그 시대의 모차르트를 만난 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 했다. 봉건적인 사회적 환경에 억압 받으며 자유롭지 못한 창작 활동을 해야만 했던 모차르트! 그의 복잡한 내적 갈등과 음악적 광기를 주연 배우들의 개성 넘치는 가창력으로 생생히 느끼고 감상할 수 있었다.
 
뮤지컬<모차르트>의 줄거리를 정리해보자면 음악의 신동인 볼프강 모차르트와 그의 누나 난넬은 궁중음악가 출신인 아버지의 주도 하에 유럽 전역을 투어하며 상류층 귀족들 앞에서 연주회를 갖는다. 그렇게 성인이 될 때까지 모차르트는 자신의 천재적인 음악성을 상업화하는 아버지와 자신을 얽매는 계급사회를 힘들어 한다. 자신의 고용주인 콜로레도 대주교와도 자주 갈등을 일으키게 된다. 볼프강 모차르트는 자유로운 음악 활동과 평범한 삶을 꿈꾸지만 어린 시절 아마데의 모습으로 늘 그를 따라다니는 천재성은 그에게 끊임없는 작곡을 하게 만든다. 아버지가 자신을 아들로서 인정해 주고 사랑을 주기를 바랐지만 아버지 레오폴드는 언제나 볼프강에게 천재성만을 강조하며 엄격하게 음악적 창작 활동만을 강요했다. 홀로서기를 갈망했던 볼프강은 드디어 기회를 얻어 홀로 파리로 오게 되지만 방탕생활을 하게 되고 연주회도 실패로 돌아간다. 아버지의 걱정대로 빈곤에 찌든 베버 가족을 만나 있는 돈을 다 날리게 되고 아픈 몸을 이끌고 연주회에 찾아온 어머니마저 죽음을 맞이한다. 충격을 받은 볼프강은 다시 찰즈부르크로 돌아오지만 자신의 명성을 넓히려던 콜로레도 주교에게 이용만 당하게 되고 베버부인의 딸 콘스탄체와 사랑에 빠진다.
 
그렇게 무엇을 해도 전혀 자유롭지 못함을 깨닫게 되는 볼프강 모차르트는 천재성 아마데로 인해 점점 더 악마처럼 변하게 되고 자아인 천재성과의 싸움은 절정에 치닫게 된다. 그러던 중 아버지의 부고까지 듣게 된다. 충격과 비탄에 빠져 있는데 정체불명의 남자가 찾아와 그에게 ‘레퀴엠’ 작곡을 의뢰하고 연이어 찾아온 친구는 오페라 ‘마술피리’ 작곡을 의뢰한다. 계속되는 작곡에 그의 심신은 피폐해지고 그의 천재성은 점점 더 파괴되어 간다. 그런 와중에 그가 작곡한 오페라는 유럽 전역에서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콜로레도 대주교와의 대립에도 승리를 하게 되지만 결국 그의 삶은 천재성인 아마데의 질책과 자책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서서히 죽음을 맞이한다.
 
 
인상 깊었던 에필로그를 덧붙이자면 죽어 있는 볼프강 집에 숨어 들어온 베버 부인은 볼프강의 시신은 아랑곳도 없이 남아있는 돈만을 찾아 도망을 친다. 죽음을 맞이한 순간까지도 천재였던 볼프강 모차르트는 그렇게 돈의 가치로만 치부되는 안타까운 장면이었다. 주위 사람들은 볼프강 모차르트를 주로 돈 또는 자신들의 명예를 위해 이용하려고만 했다.
 
아버지 레오폴드마저도 그를 순수한 자식으로 보지 않고 돈벌이로 구속하여 자신의 욕심만 채우려 했고, 대주교 콜로레도, 사랑했던 여인 콘스탄체도 그녀의가족인 베버 가족도 모두가 그랬다.
그랬기에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자유로움을 갈망했던 그의 천재성은 더욱 악마 성을 띄면서 스스로를 파괴해 갔는지도 모르겠다. 첫 번째 무대에서 흘러나오는 <내 운명 피하고 싶어> 라는 곡에서 온몸에 전율이 흐르도록 모차르트의 아픈 심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마치 우리가 아는 기억 속의 옛 인물이 아닌 지금 현재의 우리와 같은 시대를 사는 한 인간으로서의 고통처럼 절절한 아픔과 고뇌가 전해져 왔다. 그렇지만 그런 천재성 덕분에 우리는 지금, 이 시대를 살면서 모차르트의 수많은 격정적이고도 아름다운 곡들을 만나고 감상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진정한 자유와 또 자유로운 예술을 갈망했던 볼프강 모차르트는 결국 죽음을 통해 그 소원을 이루었다. 죽음과 함께 찾아온 그의 영혼은 어린 시절 아버지와의 화해와 사랑, 그가 그토록 꿈꾸던 자유와 진정한 사랑을 이루었던 것이다. 모든 인간에게는 영혼으로부터의 자유가 그만큼 소중하다는 것을 뮤지컬 <모차르트>는 깨우쳐 주고 있는 것 같다.
 
진정으로 구속과 경쟁이 없는 자유로운 삶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하고 과연 저 멀리 죽음 너머에만 존재한다는 말인가? 그 풀리지 않는 해답을 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멀리 새 한 마리가 구름을 향해 날고 있었다. 자유를 향해 떠나는 것처럼...... 천재이기 전에 한 평범한 인간이기를소원했던, 그래서 자신만의 자유로운 음악 생활을 하고 싶어 했던 모차르트의 안타까운 삶은 오랫동안 내 가슴에 아픔으로 남아 쉽게 떠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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