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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인협회 인니 지부 (7)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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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산책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6,517회 작성일 2018-04-10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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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필산책 7 >

되는 것도없고 안되는 것도 없는 나라 

한 상 재 / 문협 인니지부 고문
 
 
최근 나는 한국에서 자카르타 지사장으로 발령을 받고 찾아온 한 대기업 간부를 만났다. 그는 인도네시아 발령을 받자마자 바하사(Bahasa) 책을 사고 인터넷으로 인도네시아를 검색해 봤다고 한다. 참 다양하고 많은 양의 인도네시아 관련정보를 접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정리해 보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고 말했다. 서로 상반되는 정보가 너무 많은 것 같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오래 인도네시아에 사신 분을 찾아 왔노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래 살았다고 다 아는 것은 아니다. 그는 마치 내가 인도네시아에 대하여선 뭐든지 다 알고 있을 것으로 보고 첫 마디부터 이렇게 물었다. '인도네시아는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것 같아요' 이 말을 좀더 풀어 보면 잘 될 것 같은 일은 잘 안되고 잘 안될 것 같은 일은 잘되기도 한다는 의미가 된다. 처음 인도네시아에 부임해서 자기 회사 직원들의 말을 들어보면서 느낀 것이란다. 그러므로 오늘 이 말의 의미부터 이야기를 해 달라고 했다. 
 
나는 우선 깊이 생각해보지 않고 그의 말이 맞는 것 같다고 응답했다. 그는 무척 실망하는 눈치
를 보였다. 뭔가 그 말 속에 담겨있는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참 난감했다. 비록 내가 인도네시아 신문에 난 기사들을 오랫동안 번역하고 또 그것을 잘 이해한 다음에 방송기사를 쓰고 있지만 그런 말은 처음 들어 봤기 때문이다. 그 말은 참으로 인도네시아를 다방면에서 잘 이해한 사람이 한마디로 인도네시아를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나는 지금도 인도네시아를 이해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도네시아 종족들의 문화가 너무 다양하고 나라가 크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자와섬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만 보고 인도네시아는 이렇고 이런 나라라고 말한다. 아주 쉽게 규정하고 보는 것이다. 그런 것은 마치 발리만 다녀오고 인도네시아는 힌두교의 나라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또 싱가포르를 거쳐 바탐섬만 다녀간 외국인이 인도네시아 문화를 통칭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마치 코끼리의 어느 한 부위만 보고 코끼리의 모습을 그려내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어려움을 잘 알고 있던 수카르노 초대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다양성 속의 일치’라고 하는 국시도 내놓고 ‘빤짜실라’라고 하는 국가이념을 제창하며 나라를 건국했다. 
그 덕분에 이슬람이란 종교 외에 기독교, 힌두교, 불교, 심지어 유교까지 공존하고 있다. 아직도 인도네시아는 미개한 종족들이 산간이나 바다 근처 어딘가에 각각 흩어져 살고 있는 나라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빈부격차가 심하다느니 무슨 지니 계수는 어떻다느니 하는 사치한 말은 입밖에도 내지도 않는다. 단지 실업율이 높고 가난한 사람이 많다고만 말한다. 이렇게 다양한 나라에서 뭔들 법대로 될 것을 기대한다는 것은 좀 무리다. 
 
그러나 도시는 아주 다른 모습이다. 뭐든지 법대로 한다. 조금만 도시를 벗어나면 그게 잘 안된다. 가령 길이 망가진데가 생기면 그것을 동네 사람들이 힘을 합쳐 고쳐보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거기에 약간의 모래를 퍼다 메워 놓고 청년들이 잔돈푼을 강요한다. 또 도둑을 잡아달라고 경찰에 신고를 하면 잡아줄테니 그 비용을 대란다. 어디 그뿐인가, 잠시 길가에 자동차를 주차해보면 어디선가 호루라기를 불며 주차비를 달라고 한다. 이처럼 너무나 이상하고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 인도네시아엔 너무 흔하다. 이런 저런 일을 생각해 보니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다’는 말이 인도네시아라고 하는 나라를 아주 적절하게 표현한 격언같다. 어쩌면 꼭 맞는 말일 수도 있다. 
 
그 말은 합법적인 것과 편법적인 것이 혼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법대로 엄격하게 처리하면 안될 일이라도 뭔가 인맥이나 뇌물을 주고 협력하면 되기도 한다. 반대로 이런 건 반드시 허가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그게 더 어렵게 꼬이는 경우가 흔하다. 그렇기 때문에 인도네시아에선 인맥과 뇌물이 아주 중요한 비즈니스 수단이 된다. 
 
인도네시아에 오래 체류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의 차이는 심하게 나타난다. 극과 극을 달리기도 한다. 가령 어떤 외국인이 군청에 가서 무슨 서류를 수속하려고 하면 먼저 관계 공무원을 만나게 되고 그 공무원은 준비서류를 이렇게 저렇게 갖춰 오라고 친절하게 가르쳐 줄 때가 있다. 사실은 참 쉬운 일이다. 그렇지만 어떤 공무원은 친절하게도 자기가 준비를 다 해 주겠다고 한다. 이런 친절을 뒤로하고 직접 일을 처리하게 되면 그 일은 더 지연되기 일쑤다. 수속하는 기간도 오래 걸리거나 무슨 하자든 잡아서 문제를 만들기 때문이다. 그 반대로 '나는 잘 모르겠으니 잘 챙겨서 도와 주시오' 하고 모든 것을 관계 공무원에게 맡기면 그 서류는 좀 부족한 것이 있어도 자기가 잘 만들어 채워주고 금방 처리해 준다. 물론 이런 경우 적절한 사례를 필요로 한다. 이것이야말로 안될 일인데도 되게 해주는 경우기 때문이다. 과연 이런 것을 단순히 부정 부패라고만 봐야 하는 것인지 혼동된다. 일종의 종교적 관습이 아닐까? 뭔가 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일종의 관행이 아닐까 생각된다.
 
나는 오래 전 깔리만탄(Kalimantan)의 한 군소재지에서 무역업무를 해 본적이 있다. 일종의 수출입 업무를 한 것이다. 그 때 우리 회사는 큰 공장을 짓기 위해 수많은 종류의 기자재를 수입하고 우리가 생산한 목재를 수출하고 있었다. 기자재를 수입을 하기 위하여는 수입면장과 통관에 필요한 각종 서류, 즉 선적서류들을 작성해야 했다. 당시만 해도 관세율이 높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노력했다. 관세가 조금이라도 적게 적용되는 물품으로 분류해 내는 작업이 우선되었다. 이렇게 분류한 서류를 토대로 그냥 통관하면 되지만 그래도 분류한 통관서류를 해당 세관장에게 보여주고 더 감세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문의하곤 했다. 그러면 세관장은 신이 나서 더 감세가 되는 서류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오히려 자기가 알아서 더 회사에 이익이 되는 서류를 만들어 주는 경우도 많았다.
목재를 수출할 때도 비슷했다. 그 중 제일 어려웠던 것은 은행에서 네고를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세관도 은행도 안되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 쉽게 일을 처리할 수 있었다. 따라서 되는 일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는 것이 다 나쁜 것은 아니다. 
 
이런 모든 일들을 살펴보면 정말 될 일도 안되고 안될 일도 되는 것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어떤 두 공장이 몇 해전 시골에 대지를 샀는데 한 공장은 용도 변경 허가를 받았고 다른 한 공장은 아직도 허가를 받지 못해 공장을 짓지 못하고 있다. 두 공장의 경우를 잘 살펴보면 두 공장 모두 용도 변경을 할 수 없는 곳이다. 그러나 한 공장은 어떻게 해서든 받았고 다른 공장은 아직도 받지 못한 것이다. 이런 사례는 인도네시아서 아주 흔하게 목격된다. 이런 경우도 자세히 보면 같은 관습을 놓고 서로 다른 결과를 내고 있다. 정말 인도네시아는 안되는 것도 없고 되는 것도 없다는 말이 실감난다. 그것이 분수령이 되곤 한다. 합법과 편법이 혼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분수령을 잘 깨달아야 인도네시아를 잘 이해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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