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인협회 인니 지부 (213) 이상하고 재미있는 동물들 / 강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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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고 재미있는 동물들
강희중/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반둥의 ‘꼬따 바루’에서 산 지도 1년이 넘었다. 유난이 크게 들리는 아침 참새의 ’짹짹’ 소리에 알람이 필요 없다. 상쾌한 기분으로 눈을 뜬다. 구름은 뭉실뭉실 떠다니며 사람이 살기 딱 좋은 습도와 온도가 마치 한국의 가을 날씨와 같다. 해발고도 700m, 사람 살기가 정말 좋은 곳이다. 예로부터 산 좋고,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에서 사람들은 살고 싶어 한다. 여기가 그런 곳이다.
가끔 버카시나 자카르타에 가면 한층 더위를 느낀다. 사람의 몸이 환경에 바뀌는 모양이다. 박물관을 짓기 전까지 이곳에 큰 주택을 우선 임대하여 살고 있다. 조금은 내리막길, 언덕 위의 집이다. 정문서 보면 2층에 지하가 있는 3층 집이다. 지하인 1층엔 레스토랑의 여자 종업원들이 산다.
정원이 아주 넓게 펼쳐져 있고, 야지수와 풀들이 싱싱하게 잘 자라고 있다. 장소가 아깝고 옛 시골 생각이 나서 닭을 한 쌍을 얻어와 풀어 놓았다. 알을 낳고, 새끼를 까서 온 가족이 풀 속을 다니는 연상을 하면서....... 그런데 보통 닭은 새벽 5시~ 6시 사이에 ‘꼬꼬댁’ 하며 아침을 깨우는데 요놈의 닭들은 좀 별나다. 새벽 3시만 되면 울어 댄다. 모두가 잠을 잘 수가 없다. 또한 수탉은 수시로 여직원이 자는 방의 통 유리창에 모이를 쫓듯이 부리를 쪼아 댄다. 수탉이 어디 감히 사람인 여자를 좋아하나?
종업원들의 항의로 결국 닭들은 체포되어 레스토랑에서 통닭으로 변했다. 제 분수를 지키지 않으면 화를 당한다는 것을 몰랐나 보다. 닭들이 사라지고 풀들이 잔뜩 자라서, 이번엔 흑염소 한 쌍을 가져왔다. 낮선 곳이라 그런지 늘 붙어 다니다. 이 녀석들은 식성이 좋아 풀을 잘 먹어 좋기는 하나, 풀 속에서 뿐 아니라 계단에도 실례를 해 대니 지저분하고, 냄새로 불편했다.
그런데 요 수놈도 수시로 여직원 방을 기웃거린다. 반둥 종업원들이 예뻐서 그런가? 결국 요놈들은 참형은 면하고, 유배를 보내기로 했다. 찌깜빽에 있는 지인의 공장에 풀이 많다고 하여 그곳으로 이사를 시켰다. 며칠 후 염소가 잘 있겠지 하고 그 공장에 방문했는데 그 곳 공장장이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공장이 외진 곳이라 밤에는 진돗개를 풀어 놓아야 하는데, 진돗개를 풀어놓으면 염소의 목을 물어 천당으로 보낸다고 한다. 진돗개는 영리해 고양이, 닭, 쥐, 뱀들을 닥치는 대로 물어 죽인다고 한다. 염소도 예외는 아닐 것 이라고....... 그래서 결국은 이웃집으로 보내게 되었다고 한다.
그 다음날 차량을 수리한 정비 공장에 갔는데, 잉꼬 새 수십 마리가 새장에 있는 것을 보고 잉꼬 새 한 쌍을 얻어 왔다. 알을 8개나 품고 있는 금실 좋은 한 쌍이였다. 둘은 서로 사랑하는지 낮에는 둥지에서 나와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있고 부리를 벌리고 서로 키스하며 잘도 지낸다. 아침에는 세수도 하는 아주 깔끔한 녀석이다. 새들은 색맹이 아닌가 보다. 같은 색의 새들끼리 짝으로 붙어있다. 어미새는 시간이 나는 대로 알을 품는다.
인도네시아에는 새 그림이 많다. 동물 중에서 새들이 가장 금실이 좋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부부 금실이 좋으면 잉꼬부부라고 하지 않는가? 인도네시아 가정에 새 그림을 거실에 많이 걸어 있는 것을 보았다. 특히 새를 좋아해 키우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그런지 새를 파는 시장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어느 날 아침, 새들이 새장 문을 열고 탈출하여 알만 남아 있었다. 부리로 새장 문을 올렸는가 보다. 참 영리하다. 동물 중 지능이 가장 높은 놈이 돌고래이고 잉꼬새가 4위라고 한다. 주위를 둘러보니 노래를 부르며 집 주변을 돌다가 2층 베란다에 앉아있는 녀석들과 눈이 마주 쳤다. 그러다 새장 앞으로 날아온 녀석을 손으로 잡으려다 놓쳤다. 수놈은 멀리 도망 간 것 같고, 암놈은 모성애로 알 때문에 다시 왔으리라. 몇 시간 후 문을 열고 새장 앞을 보니 어미 새가 새장 앞에서 빤히 쳐다보며 아장아장 걸어 다닌다. 그래서 이번엔 잠자리채로 잡으려고 하다 또 실패를 했다. 새가 위협을 느껴서 인지 어디론가 멀리 날아가 보이지 않았다.
허탈한 마음으로 혹시나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하고 새 장 문을 열어 놓았더니, 다음날 아침 정말로 어미 새가 새장 안에 들어와 있었다. 어찌나 반갑던지 모이를 듬뿍 주었다. 그런데도 수놈은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 암놈이 외로워 보여 새 시장에 가서 같은 색의 수놈 한 마리를 사서 합방을 시켰다. 그런데 암놈은 일편단심인가? 이 수놈을 받아들이지 않고 가까이 다가오면 강력히 쫓아낸다. 일주일 정도 지나면 친해지려나. 기대해 본다.
한국에서 새를 키운 적이 있다. 어찌나 알을 자주 낳던지 어미는 늘 알을 품어 나중에는 가슴에 털이 거의 없어서 불쌍해 보였다. 그러나 수놈은 아랑곳하지 않고 룰루랄라 퍼드덕 날고 노래 부르며 논다.
나는 동물을 좋아해 시골에 넓은 땅을 구입해 소, 염소, 닭. 새들을 키우며 살고 싶다. 동물들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일부 사람들은 정서적, 정신적으로 인하여 동물들과 소통할 수 없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애완견이 가족의 1순위이다. 가족으로 등록도 하여 실제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정서적으로 서로 소통, 교류한다. 동물을 사랑하고 마음의 여유도 가지며 풍성한 노후 생활을 이곳 반둥, ‘꼬따 바루’에서 보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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