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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인협회 인니 지부 (194)스마트 시대의 질문과 답변 /이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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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산책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4,133회 작성일 2022-01-21 09:53

본문

< 수필산책 194 >
 
스마트 시대의 질문과 답변
 
이재민 /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선생님!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그때는 무얼 하시며 지내셨어요?“
 
수업을 마치고 쉬는 시간, 나도 잠시 쉬어야 할 시간인데 스마트폰으로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을 스마트하게 보고 있던 제자 녀석이 내 시선과 마주치자 별 싱거운 질문을 다 해온다.
 
“가만, 가만 있어봐. 선생님이 생각 좀 해보자.“ 스마트폰이 없던 내 어린 시절, 집 대문을 열고 골목으로 나가면 친구들이 늘 있었어. 그곳에서 얼음땡, 다방구, 망까기, 오징어, 고무줄, 팔씨름, 닭싸움, 달리, 땅따먹기, 팽이치기, 공기놀이, 숨바꼭질, 말뚝 박기, 딱지치기, 구슬치기, 술래잡기, 그리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을 해지도록 하면서 놀다가 저녁 먹고 잠이 들었지. 다 놀지 못한 아쉬움에 꿈에서도 골목에 모여 또 놀았어. 골목엔 늘 친구들이 있었으니까. 대문 앞에서 이름을 부르면 튀어나오는 친구가 있었고 대문 안에서 이름이 불리면 튀어나가는 내가 있었어. 정말 심심할 틈이 없었어. 계속 놀아야 했으니까. 이름을 부르고 이름이 불려야 했으니까.
 
 
스마트폰이 없던 내 학창 시절, 교실과 운동장에는 친구들이 늘 있었어. 그곳에서 책 읽고 밥 먹고 떠들고 보고 듣고 웃고 울고 느끼고 꿈꾸고 바라고 오해하고 이해하고 공감하고 그리고 들국화의 그것만이 내 세상이던 가로등 켜진 거리를 따라 집으로 돌아갈 때, 그 길엔 늘 친구들이 있었어. 잘 들어가라고 손 흔들어주는 친구가 있었고 잘 자라고 웃어주는 친구가 있었어. 정말 외로울 시간이 없었어. 계속 꿈꾸어야 했으니까. 손 흔들고 웃어주어야 했으니까.
 
스마트폰이 없던 내 청춘은 꽃이 피면 천지에 꽃들이 만발했고 녹음이 깔리면 하늘을 가렸고 낙엽이 지면 땅을 덮었고 눈이 내리면 온 세상이 겨울왕국처럼 하얗게 쌓였어. 적당이가 없던 늘 넘쳐나던 벅찬 때였지. 사랑과 우정과 삶에 대해서 노래와 이야기와 세상에 대해서 쉴 틈이 없었어. 그런 식으로 자신을 속이며 살지 말라는 벗의 말에 소주 한 잔을 기울이고 그런 식으로 글을 쓰지 말라는 후배의 말에 소주 한 잔을 기울이고 그런 식으로 사랑하지 말라는 여자의 말에 또 소주 한 잔을 기울이고, 그렇게 생각하고 반성하고 그래서 스마트해질 시간이 없었어. 가슴이 늘 울렁거렸으니까. 변명하고 후회하고 아파해야 했으니까.
 
지금 시대는 스마트폰이 있으니 어디서든 보고 싶은 사람 있으면 언제든 볼 수 있고 어디서든 듣고 싶은 목소리가 있으면 언제든 들을 수 있고 어디서든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는 참 스마트한 세상을 우리가 살고 있구나. 스마트폰이라는 이름에서 스마트의 주체는 누구라고 생각하니? 인간이니? 폰이니? 폰이 스마트한 것 맞지? 폰이 똑똑해지니 우리는 손과 눈만 바빠지고, 옛날보다 더 심심하고 외로워진 것 같아.
 
선생님이 어렸을 때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나타나는 ‘짱가’라는 로봇이 있었어. 그 ‘짱가’가 스마트폰의 예언이자 은유라고 생각해. 지금은 어디서든 무엇을 다 할 수 있는 스마트 폰 때문에 우리는 어디서든 혼자만 노는 사람이 되어버렸고 어디서든 골치 아프지 않고 심심하지 않으려고 발버둥치지만 어디서든 김빠진 사이다처럼 늘 심심하고 외로운 존재가 되어버린 것 같구나. 생각해 봤는데 ”얘들아, 스마트 하지 못했던 그렇지만 가슴이 짠하도록 그립고 아쉽던 선생님의 청춘 시절이야기를 다음에 기회 닿으면 또 얘기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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