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행성의 축복 / 김준규 > 한국문인협회 인니 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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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인협회 인니 지부 (83) 행성의 축복 / 김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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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산책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9,706회 작성일 2019-12-05 11:14

본문

< 수필산책 83 >
 
행성의 축복
 
김준규/시인, 한국문협 인니지부 운영위원
 
 
밤 하늘에 무수히 많은 별 중에 유일하게 생명체를 선택받은 행성, 우리는 그 희귀성에 한번 놀라고 생명체의 유지를 위해서 끊임없이 작동하는 물리적 지속성에 또한번 놀라게 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박테리아는 수 십억 년을 진화하면서 다양한 생명체를 키워냈고 적당한 시간 차이로 돌아가는 자전의 힘은 생명이 활동하며 휴식할 수 있도록 낮과 밤을 구분하여 진화를 촉진하였다. 그뿐인가,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적당한 온도의 유지가 필수적이다.

몸이 아파 병원에 가면 제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체온을 재는 일이다. 죽고 사는 일이 온도의 변수에 달려있다. 우리들을 자식처럼 품고 있는 지금의 행성이 온도에 민감한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지구 온난화가 인류의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란 우려도 같은 맥락이리라. 그 옛날 혹독했을 우주의 환경 속에서 태양을 공전하며 알맞은 온도를 찾아내기 위한 지구의 처절한 노력이 가히 눈물겹기까지 하다. 
 
 
 
세상은 바쁘게 돌아 간다. 거실 한켠에 놓인 선풍기가 쉴새없이 바람을 일으키며 돌아가듯 자전의 힘은 알 수없는 힘에 이끌려 헤아릴 수 없이 아득한 과거로부터 현재에도 운동을 지속한다. 푸른 지구는 포근한 수증기와 공기 속에 수많은 생명을 품어 안고 원심력으로 빠르게 돌며 시시각각으로 바람과 구름을 뿌리고 생명체들은 후손과의 질긴 연결고리를 맺으며 끊임없이 존속한다. 회전의 속성은 바람을 일으키며 먹이 활동으로 탈진하여 잠든 사이 어둠 속에서 복제된 새 아침은 다시 찾아와 태양을 향하여 한 바퀴 원을 그리면서 일년이라는 대 장정의 어느 지점을 우리는 가고 있는 것이다. 하얀 눈꽃이 활짝 피는 일 월에 가슴 설레며 떠난 여행길, 팽이처럼 뱅뱅 돌아가는 커다란 유람선은 우리들을 태우고 사계절이 숨쉬는 천국을 돌다가 어김없이 원점을 향한 항해를 계속 할 것이다.

 
행성을 에워싸고 있는 빛과 물과 공기는 유기적 공생 관계를 유지하며 생명들의 일생을 지배한다. 이들은 각자의 환경에 적응하며 물려받은 DNA의 규정대로 사랑을 나누며 번식하고, 관습을 각자의 조건에 유리하게 발전시키며 살아간다. 우리들의 일행인 개구리는 어깨를 잔뜩 움츠린채 겨울잠을 자다가 얼음 깨지는 소리에 눈을 뜨고 작은 풀씨들도 예리한 감각으로 어둠 속에서 감지되는 지열의 신호에 봄의 기적을 예감하고 싹을 틔우며 사랑을 준비할 것이다.
 
꽃을 피우는 식물은 한곳에 머물러 걸어 다닐수 없어도 사랑하고 번식하는 일에는 아무런 애를 받지 않는다. 사랑의 단초가 되는 향기와 눈빛을 유혹하는 화려한 색상으로 벌과 나비의 이동수단에 편승하여 후손과의 끈을 이어가기 때문이다. 바람의 흐름을 이용할 줄 아는 민들레의 기막힌 지혜를 보라! 손톱만 한 씨앗 속에 바람의 양력을 계산하고 무게의 최소화를 위한 교묘한 설계도를 조상으로부터 물려 받고 이동의 순간을 기다린다.
 
 
 
하등의 작은 곤충과 날아다니는 새들도 번식 이전에는 반드시 거쳐야하는 사랑이라는 공식 행사를 하찮게 넘기지 않는다. 연어는 거친 태평양 바다에서 강원도 산골을 기억하고 비지땀을 흘리며 고향을 찾고사랑과 번식의 한순간을 위한 배출로 탈진한 채 열정으로 끓어오르던 생명의 밧줄을 과감히 던져버린다. 어찌하리! 한 생명이 스러지는 빈 공감의 빌미는 또다른 생명의 욕구가 대순처럼 솟아나고 늙어버린 시간의 무덤은 아무도 기억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들의 짓궂은 친구 바람은 도깨비처럼 세상을 휘저이며 돌아다니다 가끔은 태풍을 일으키며 소란을 피우기도하고 사람들의 마음 속에 들어와 사랑의 물결을 일으키고 요술을 부려 혼란의 구렁텅이에 밀어 넣기도 한다.
 
 
바람은 수평선을 날아가다 뱃전을 만나면 씨름을 하자하고 백사장을 만나면 쏴 스르르 거친 숨을 고르며 바위를 만나면 철썩철썩 뺨을 때리다 바닷속을 꿀렁꿀렁 헤엄쳐 구석구석의 고기들과 춤을 추기도 한다. 그러나 바람은 생명과도 같은 존재다. 건성건성 한량처럼 노는것 같아도 숲속에 공기를 바꾸고 꽃향기를 멀리 날려 보내며 바다물을 흔들어 썩지 않게 하고 구름을 몰고 다니며 이곳저곳에 생명수를 뿌려준다. 이땅에 존재하는 태양과 물과 공기 사이에서 혈액처럼 이동하며 맑은 피를 공급하는 부지런한 바람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쉬지 않고 돌아가는 이 푸른 행성의 숨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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