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인협회 인니 지부 (89) 스트레스에 관한 명상 / 서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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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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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필산책 89 >
스트레스에 관한 명상
서미숙 / 수필가, 시인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장)
엊그제 우연히 아침 방송에서 스트레스 받지 않는 법에 대하여 토론하는 프로를 보게 되었다. 가만히 들어보니 그럴 법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로는 아주 쉬운 일인 것 같다. 그건 다름 아닌 자기 삶에서 기대 수준을 낮추는 일이란다.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건강이 안 좋아진다는 사실을 요즘 새삼 실감하는 날들이다. 그래서 누구나 스트레스는 주지도 말고 받지도 않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한가보다.
나는 그동안 내 일상에서 기대수준을 너무 높게 잡아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만성위염 때문에 늘 병원을 들락거리면서도 음식조절을 할 생각만 했지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인한 마음의 병이 깊어지고 있는 줄 어찌 알았으랴. 방송을 들으니 나이 먹는 일을 수용하는 일, 그 자체만으로도 인간은 나름의 스트레스라고 한다. 크게 마음을 쓰고 크게 버릴 줄 아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고 하는데 우리의 인생사가 어찌 한 보따리 넘지 않고 버릴 수 있는 것이 있었던가?
소박한 생활 속에서 욕심을 버리고 평상심을 유지하는 일, 그렇게 사는 일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평온한 일상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리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공중에 높이 탑을 쌓아 놓은 듯 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사람도 더 높이 오르려고 욕심을 낸다. 이미 세운 탑이 무용지물이 되면서 무너질 것을 걱정하면서도 말이다. 스트레스에 관한 TV 토론광장은 한창 열기를 뿜어내고 있다.
직업을 분리하자면 화폐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 통계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한다. 그 다음은 사람들을 많이 상대하는 직업 순으로 정신적인 스트레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또 사람과의 사이가 오해와 갈등으로 멀어져 원만하지 못할 때, 마음속으로 조금이라도 미워하는 사람을 자주 보게 될 때 인간이기에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고 한다. 그와 반대의 직업, 즉, 예를 들자면 모델, 악기수리, 조율사, 사진작가 등이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고 하는데, 그것은 아마도 혼자서 여유롭게 사색을 즐기며 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감성을 연마하며 즐겁게 몰입할 수 있는 직업이기에 그럴 것이다. 그렇지만 현대를 사는 지금은 모든 분야가 경쟁력에서 살아남는 일이기에 굳이 분리를 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느낄 때에는 어느 정도 자신만의 시간 보내기를 하면 좋다고 한다.그동안 보고 싶던 책을 본다든지, 영화를 감상한다든지, 좋아하는 음악을 실컷 들어본다든지 혼자서 여행을 하는 일이다. 음악도 아무 음악이나 좋은 건 아니다. 스트레스 해소에 좋은 음악이 따로 있다. 베르디의 ‘레퀴엠, 말러의 교향곡 2번,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등이 있다고 한다. 꾸준히 자신의 건강을 돌보며 운동을 하는 것도 스트레스 해소에 좋은 것은 물론이다.
또 긍정적인 사고도 스트레스를 이긴다. "난 너무 못생겼다. 너무 뚱뚱하다, 너무 말랐다. 너무 키가 작다(크다), 나이에 비해 너무 늙어 보이는 건 아닌지, 머리는 왜 이리 회전이 느린 것인지, 몸은 남들에 비해 약하다, 집안 배경이 시시하다, 머리가 잘 빠지네. "나는 왜 남들만큼 성공을 못하나, 이런 부정적인 생각들이 스스로 자신을 스트레스 연못에 침잠시키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일이다. 같은 꽃을 보고도 한숨지으며 눈물 흘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활짝 핀 꽃에 기쁨을 느끼고 노래하는 사람이 있다. 틱낫한의 ‘화’라는 책 중에서 이런 문장을 발견한다. "화는 모든 불행의 근원이다. 화를 안고 사는 것은 독을 품고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라고 이야기 한다. ‘화’ 또한 스트레스 못지않게 만병의 근원이다.
불평대신 감사를 말 할 수 있는 삶, 즐거운 마음으로 인생을 노래하는 삶, 마음의 노래로 심오한 사랑을 깨닫는 삶을 살아야 한다. 늘 마음과 몸이 풍요로운 사람으로 살 수만 있다면 스트레스는 가볍게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재스민 향기 같은 웃음을 뿜어내는 일상의 작은 모습을 그리며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모든 일과 사람에게 진정한 마음을 쏟고, 삶을 사랑하고, 내 자신도 사랑하고, 또 사랑 그 자체를 사랑할 수 있다면, 세상은 온통 편지봉투의 주소처럼 간결해진다고 어느 시인은 말했다. 그러고 보면 세상살이에 주변에 대한 사랑보다 더한 것이 있을까. 사랑은 우리 삶의 모든 상처까지도 품어 안는 마력을 지니고 있음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삶속에서 빈 종소리처럼 마음의 울림으로 다가오는 조용한 저녁시간이다. 가끔은 마음의 평안을 유지하기 위해 나름대로의 시간할애가 필요하다. TV도 끄고, 전화기도 끄고, 밝은 형광등도 끄고, 촉수 낮은 작은 촛불 같은 등 하나 켜놓고 명상에 잠겨보는 일도 괜찮을 듯 싶다. 세상을 살아가노라면 때로는 뜻하지 않는 심하게 뒤흔드는 바람과 만나기도 하고 코끝을 스치는 가녀린, 기분 좋은 바람과 해후하기도 한다. 어떤 바람을 맞을 것인가 마음의 준비만 되어 있다면 스트레스는 아마도 가볍게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발을 동동 구른다고 내가 탄 인생열차가 다른 기차보다 더 빨리 달리는 것은 아니다. 내가 탄 열차도 걱정 속에서 타면 불행의 열차가 되고, 즐거운 마음으로 타면 행복의 열차가 된다. 굽이굽이 인생의 협곡을 휘돈다 해도 겁먹거나 걱정하지 않을 일임을 새롭게 깨닫는다.
누군가를 배려한다는 것, 주변을 배려하고, 나보다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따스한 마음으로 기쁨을 얻는다면 그것이 곧 자신을 배려하는 삶일 것이다. 서로 어우러져 사는 세상, 작은 배려 하나하나가 쌓여갈 때 내가 살고 있는 공간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런 생각을 해 보는 것도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즐거운 일일 것임을 새삼 자부해 본다. 상대방에 대한 기대와 세상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누군가가 나한테 먼저 주기를 바라지 말고 내가 먼저 주는, 내가 먼저 베푸는 마음으로 살아보자. 그러면 스트레스는 저절로 반감되고 나하고는 다소 무관하게 될 것이다. 때로는 적당한 스트레스는 삶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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