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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인협회 인니 지부 (59) ‘Terima Kasih’(감사합니다)에 대한 단상 / 오기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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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산책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2,364회 작성일 2019-06-19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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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필산책 59 >
 
‘Terima Kasih’(감사합니다)에 대한 단상
 
오기택/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감사합니다’ 이렇게 다섯 글자밖에 안 되는 짧은 한 문장이지만. 말하는 사람도 기분 좋고, 듣는 사람도 기분 좋은 문장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우리가 주로 사용하는 ‘감사합니다’라는 표현은 타인에 대한 내 감정의 표현이다. 상대방이 나에게 베풀어준 호의에 대한 나의 감정적 고마움을 표현하는, 화자 중심적인 단어가 감사(感謝)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감정에 기반한 단어이다 보니 ‘감사’라는 단어를 유형화하여 사용하는 건 낯설다. 때로 ‘감사드립니다’라는 말을 사용하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이 문장이 어색한 이유가 바로 위와 같은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다. ‘감사를 드린다’는 표현은 나의 기분에 초점을 맞춘 표현이 아닌 ‘감사’를 받을 사람에게 초점이 맞춰진 표현이다. 타인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행위를 받았기에, 그에 대한 보답으로 그 사람에게 ‘무엇인가를 주고자’하는 행위가 감사를 드리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에서 ‘감사합니다’에 해당하는 ‘Terima Kasih’라는 문장은 한국어와는 조금은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어 ‘Terima kasih’를 직역하면 ‘받고 주다’로 해석할 수 있다. 상대방으로부터 무엇인가를 받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보답의 행위로써 답례를 주었을 때 비로소 인도네시아어 ‘감사합니다’가 완성된다. ‘감사(感謝)’라는 단어의 본질적 의미를 잘 표현한 문장이 아닐까 싶다. 사람이 감사라는 감정을 느끼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유/무형의 자극이 동반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감사합니다’라는 표현은 알고 보면 누군가의 호의에 대한 답변이며 그것에 대한 보상이었을지도 모른다. 처음 인도네시아어를 배우면서, ‘Terima kasih’의 직역 표현을 알게 되었을 때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참 계산적인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반드시 ‘받고 주는 과정’이 동반되어야만 감사의 감정을 느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에서 생활해가며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문화와 관습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을 때 나의 이러한 생각이 ‘잘못된 오해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인도네시아 생활 동안 만나본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자기가 준 것을 반드시 받아야 하는 그런 계산적인 사람들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자신의 것들을 움켜쥐기보단 손을 펴서 베풀어주는 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Terima kasih’의 의미를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도대체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무엇을 받고, 무엇을 주는 것일까? 어쩌면 나도 모르게 나의 생각이 너무 물질적이며, 계산적이었던 건 아니었을까 돌이켜 보았다. 줄곤 ‘받고 준다’라는 의미를 물질적 형태에 한정하여 생각해왔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생각하는 ‘받고 준다’라는 의미는 물질적 차원의 의미가 아니었다. 누군가로부터 꼭 무엇인가를 받았기에 기뻐하는 것이 아닌, 일상에서 느껴지는 소소한 행복들을 ‘받았다’라고 표현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범사에 감사하는 마음, 주위의 모든 것이 나에게 주어진 ‘행복’이라고 생각하며, 그들은 자신의 행복을 주위 사람들과 나누고 있었다. 자신의 행복에서 오는 감사함을 타인과 공유하고자 하는 그들의 정서를 잘 표현한 말이 ‘Terima Kasih’인 것이다.
 
 
 
물질적으로 풍족하기에, 특정한 지위에 도달할 수 있어서 행복을 느끼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의 것에 감사하며, 부족하지만 나눌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기에 그들이 행복해 보였다. 간혹, 길을 걷다 웃고 있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을 보며 ‘저 사람들은 왜 저렇게 행복할까?라는 물음은 물질적 가치에 우선을 둔 나의 사고방식에선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졌다.
더 좋은 환경, 더 높은 연봉, 더 높은 직책 등은 물질사회에서 일종의 계급으로 통용되는 하나의 단위들이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이러한 단위들로 값어치 매겨져 어느 마트의 진열장에 진열되어 버렸는지도 모른다. 지금 내 손안에 있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내가 갖지 못한 것을 쫓는 인생은 불만족스러울 수밖에 없으며 행복할 수 없다. 도달할 수 없는 목표를 향해 가는 인간만큼 무기력하고 불쌍한 존재는 없을 것이다. 끝없이 위만 바라보며 사는 인생이라면, 하늘에 차마 도달하지 못한 난쟁이의 공을 바라보는 것에 만족하며 살 수밖에 없다.
 
‘범사에 감사하라’. 이 짧은 한마디가 우리의 삶을 한층 더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마법의 주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주위를 둘러보며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는 여유가 있을 때 비로소 범사를 볼 수 있으며, 감사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나 역시도 지금의 내 주위를 둘러보면 너무나 감사한 일들이 많다.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만리타국에 와있으나 건강하게 잘 적응하여 생활하고 있는 나의 신체와 나의 일상을 위해 노력해주시는 많은 분들의 노고가 너무나 감사하게 느껴진다.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항상 응원해주고 계시는 가족 및 친구들, 국가를 위해 참전한 후 현충원에 영면하고 계신 큰 외할아버지 역시도 보이진 않으나 내가 매일매일 받고 있는 감사한 선물들이다.
 
감사와 축복에 가득 찬 생활임에도 불구, ‘왜 나는 나의 행복을 더 일찍 깨닫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와 반성의 마음이 든다. 인도네시아 생활을 통해 행복의 시작은 주위를 둘러봄으로써 시작되는 것이었음을 조금씩 배워나가고 있다. 그 행복에서 오는 자기만족이 감사하는 마음의 근원일 것이다. 행복하기에 나눌 수 있고, 나눌 수 있기에 감사할 수 있다. ‘Terima Kasih’의 진정한 의미는 ‘받고 주는’ 것이 아니었다. 나의 행복에서 오는 기쁨의 감사함을 타인에게 전달하는 것, 감사를 전달하는 것이 ‘Terima Kasih’의 진정한 의미였던 것이다. ‘한국에서는 감사할 수 있지만 인도네시아에서는 감사드릴 수도 있다. ’오늘도 내가 사랑하며 살고 있는 이 땅, 인도네시아에서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활기찬 하루를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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