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딸라가(Talaga)에서 온 고양이들 이야기 / 하연수 > 한국문인협회 인니 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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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인협회 인니 지부 (45) 딸라가(Talaga)에서 온 고양이들 이야기 / 하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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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산책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6,183회 작성일 2019-03-06 12:51

본문

< 수필산책 45 >
 
딸라가(Talaga)에서 온 고양이들 이야기
 
하연수/한국문협 인니지부 감사

 
어느 날 공장 사무실 안으로 삼색 암 고양이 한 마리가 뛰어 들어왔다. 나는 그저 딸라가(Talaga) 지역 공장지대 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양이들의 구역 확보 싸움이 또 벌어졌구나 정도로 여기고 지나갔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삼색 고양이가 허벅지에 큰 상처를 입고 있어서 아내가 고양이를 동물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아내는 삼색 고양이를 치료한 후 집으로 데려와서 보살펴 주며 양순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비슷한 사정으로 딸라가(Talaga)공장에서 양순이 보다 먼저 우리 집에 와서 자리를 잡고 있던 고양이 양구가 뒤에 온 양순이를 이성으로 보기 시작하면서 걱정거리가 시작되었다. 가끔 양구가 양순이 등 뒤에서 목을 물고 두 발로 양순이를 제압하려고 발버둥치면 아내는 이 양구의 강제적 행위를 말린다고 애를 먹었다.
 
양구의 아리송한 행동들이 성폭력에 해당되는 것인지를 두고 아내와 나는 마치 요즈음 TV성폭력 프로그램에 토론하러 나온 사람들과 유사한 장면들을 연출하곤 했다. 양순이가 저렇게 유혹하는데 성직자도 아닌 양구가 안 넘어갈 수 있느냐고 변호하는 내게 아내는 현장 검증을 해본 결과 양순이가 스프레이(이 나라 사람들이 사용하는 말로 성적으로 유혹하는 체액)를 한 흔적이 전혀 없는데 양순이의 유혹이라는 말은 근거 없는 말이라고 일축했다. 문제는 이 집을 영원한 자기 구역이라고 생각하는 양구가 이 집에 잠시 몸을 의탁하러 온 양순이에게 갑의 자리를 이용한 위압적 성폭력 시도라고 양순이를 변호했다. 일단 아내의 의견이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있음을 나는 마음 속으로는 인정하지만 스프레이 등 물적 증거는 없다 하더라도 양순이가 종종 거실 바닥에 드러누워 뒹구는 등 평소 조심성 없는 행동은 간접적 유혹 행위이고, 양순이는 그 위험한 순간에 적극적 저항한 흔적도 없고 사건 후 두 암수들은 한 밥통의 사료도 같이 먹은 일도 있다. 이것만 봐도 서로 합의에 의한 화간임을 알 수 있다 라는 나의 변론으로 나도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어쨌든 이렇게 상습적 폭력 위험이 많은 공간인 우리 집보다는 더 넓은 공장으로 데려다 놓는 것으로 이 사건은 종결되었다. 공장으로 돌아온 양순이 주변에는 항상 딸라가(talaga) 동네 건달 고양이들이 어슬렁거렸고 양순이는 이 건달들 중 하나와 철없는 불장난으로 어린 나이에 새끼 5마리를 낳았으나 2주도 안 되어서 새끼 다섯 마리 모두 죽는 불행한 사고가 있었다. 아내는 이렇게 죽은 새끼들을 모아서 공장 근처 왈리송오(Walisongo) 구엽( 잎이 9개) 나무들 사이에 묻어 주었다. 이것이 공장 구석에 애기 고양이 합장 무덤 하나가 만들어진 이유다.
 
세월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다시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갔고 양순이는 동네 건달들과 다시 어울려 다니더니 어느 사이에 또 배가 불러왔다. 무거운 배를 뒤룩거리며 돌아다니는 양순이를 보고 아내는 그게 무슨 훈장이나 받을 일이냐고 잔 소리를 퍼부으면서도 그 비싼 양식인 고급 사료가 떨어지지 않게 보살펴 주었다. 양순이는 여섯 마리 새끼들을 낳았고 이번에는 지난 날 잘못을 깨달았는지 양순이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모성애를 보였다. 며칠 마다 한 번씩 새끼들을 안전한 장소로 옮겨 놓고 돌보았고 다음 옮겨 갈 자리 확보를 위해 새로운 장소를 찾아 바쁘게 돌아다녔다.
이 보금자리 이동은 새끼들을 적의 공격으로부터 지키려는 야생 고양이들의 본능적 습성이다. 사람들이 없을 때만 나타나서 밥이나 훔쳐 먹고 달아나는 흑백 고양이 양철이는 아버지가 되고 난 후에도 여전히 야생 건달 고양이었다.
 
    
 
철없던 시절 새끼들을 한 번에 잃어 본 상처가 있던 양순이는 흑백 고양이 양철이를 여전히 책임감 없는 야생 건달 고양이라고 생각했는지 새끼들 근처에는 얼씬도 못하게 했다.
새끼 여섯 마리가 동시에 젖을 물고 늘어지면 양순이도 힘이 빠져 축 늘어지는데도 새끼들 한 놈 한 놈 혀로 목욕시켜 줄 정도로 양순이의 모성애는 대단했다. 문제는 덩치가 점점 커져가는 새끼들이 비싼 양식인 사료를 다 먹고도 또 양순이 젖에 매달리는 것이었다. 양순이가 기력이 딸려 누워있을 때면 아내는 어미 생각 눈곱만큼도 안 하는 못된 새끼들이라고 하며 발로 밀어내 버리고 새끼들이 올라오지 못하는 높은 곳으로 양순이를 올려 놓기도 했다. 세월이 흘러 건달 아버지 양철이도 아버지 구실 해보겠다는 마음이 들었는지 어느 날 쥐를 물고 와서 문 앞에서 기다렸다가 양순이가 오면 넘겨주는 일이 있었다. 양순이는 그 쥐를 받아 새끼들 앞에 풀어 놓고 이것이 적이며 어떻게 잡을 것인가를 가르쳤다. 새끼 고양이들은 도망가려는 쥐를 가운데 두고 잔인하다 싶을 정도로 공격을 한다. 이것이 양순이가 새끼들에게 보여주는 쥐 잡기 학습이었던 모양이다.
 
양순이는 공장 근처 식당으로 열심히 돌아다니며 생선들을 구해와서 새끼들에게 먹였다. 식욕이 좋은 새끼들은 그런 생선 특식을 얻어 먹으면서도 끊임없이 엄마 젖에 집착했고 그것을 거절하지 못한 양순이는 나날이 힘이 빠져갔다. 그러던 어느 날 공장 식당에서 새끼들에게 줄 생선을 얻어 오다 이웃 집 개들에게 쫓기게 되었다. 옛날 같으면 2미터 담장도 쉽게 뛰어올라 도망을 했던 양순이가 새끼들에게 줄 생선을 입에 문 체 개들과 싸우다 그만 죽고 말았다. 이 공장 경비가 어설프게 묻어준 양순이를 아내가 와서 구덩이에서 꺼내 새 옷을 입히고 왈리송오(Walisongo) 구엽( 잎이 9개) 나무들 사이 먼저 간 새끼들 무덤 옆에 다시 묻어주고 기도를 했다.  

어미 없는 새끼들은 하는 수 없이 엽문(葉門 /the Leaf ) 3번가 우리 집으로 데리고 오기로 했다. 우선 토요일  살색 무늬 두 개가 등에 있는  두식이와 살색 무늬 세 개가 있는 삼식이를 남겨 놓고, 흑,백으로 색이 다른 네 마리만 먼저 엽문 (葉門 /the Leaf ) 3번가 집으로 데려왔다.
남겨 둔 두식이와 삼식이를 다시 데리고 오기로 했는데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데리러 가지 못했다. 그 바람에 두식이, 삼식이 두 살색 형제들은 토요일 일요일 이틀 밤을 아무도 없는 창고 안 고양이 방(서류 보관공간)에서 이틀 낮, 밤을 살아야 했다   

 
월요일 아침에 아내가 창고 안 고양이 방 문을 열자 이들 두 놈들이 아내의 바지 자락에 매달려 제발 우리를 이산가족 만들지 말고 형제들 있는 곳에 데려가 달라는 애절한 표정으로 매달렸다. 고양이들에게는 무리에서 떼어내어 외로움을 주는 것이 가장 큰 벌이라고 한다. 그래서 고양이 조련사들은 고양이 잘못을 고치려면 매질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독방에 문을 닫고 가두어 철저한 고립 외로움을 준다고 한다. 이틀간 고양이 방에 달랑 남겨 진 채 무섭고 외로운 이틀 밤을 보내야 했던 이들 두 형제들이 받았을 정신적 충격이 대단히 컸던 모양이었다. 
 
지금은 이 딸라가(Talaga) 출신 딸라간 고양이들( Talagans)이 우리 집 안 뒤 공간을 뛰어 다니며 열심히 뒹굴고 싸우며 자라고 있다. 집 안 앞쪽 거실과 2층 방 주변을 차지하고 양구는 가끔 주택 단지 엽문 (葉門 /the Leaf ) 3번가인 우리 집 앞에서는 제 구역이라고 제법 힘을 쓴다. 그러나 이 구역을 벗어나는 날에는 온몸에 물리고 찍힌 싸움 흔적을 안고 비실거리며 들어온다. 3번가 이외 구역은 엽문 (葉門 /the Leaf )거리를 주름잡고 있는 빨간 목걸이 건달 고양이 까빡 메라( Kapak Merah)가 돌아 다니는 곳이다. 다른 고양이들이 동네 예쁜 고양이들에 접근을 하면 빨간 목도리 까빡메라( Kapak Merah)가 나타나서 사정없이 폭력을 행사한다. 고양이 양구에게 태권도, 격투기를 가르칠 수도, 싸움의 정석을 가르쳐 줄 수도 없고 이것은 우리가 어떻게 해 볼 수도 없는 난감한 일이다.
 
아내와 나는 양구에게 일년만 기다리라고 말한다. 그때는 빨간 목도리 까빡 메라( Kapak Merah)도 한 살 더 먹어 힘이 좀 빠질 것이고 양구도 덩치가 더 커지고 힘도 세질테니 말이다.
더 큰 희망은 놀이하듯 나날이 싸움을 하는 딸라간들( Talagans) 고양이 여섯 형제가 이곳 땅그랑 지역 엽문(葉門 /the Leaf ) 거리를 접수하러 나갈 것이다. 나는 참 묘하게도 딸라간들(Talagans) 고양이들이 노는 것을 보면 떼를 지어 먹이를 공격하는 아프리카 사자 무리들의 물소 사냥법과 매우 유사하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여러 마리 사자들이 물소 뒤를 놀이하듯 천천히 따라가며 공격하고 물러나고를 계속 반복한다. 그리하여 아프리카 사자들은 물소가 지치면 결정적으로 약한 부분을 물어 결국 쓰러지게 만든다.어찌 보면 인간 세계의 이치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동물들의 세계를 관찰해 보며 많은 깨달음을 얻는다.
 
오늘도 아내와 나는 가까운 미래에 이곳 땅그랑 지역 엽문(葉門 /the Leaf ) 거리를 접수할 여섯 마리 딸라간(Talagans)고양이들의 전투력 향상을 위하여 기꺼이 비린 생선과 닭다리들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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