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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인협회 인니 지부 (54) 골프와 인생, 그 스토리의 중요성 / 우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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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산책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7,234회 작성일 2019-05-09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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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필산책 54 >

골프와 인생, 그 스토리의 중요성
                       
우병기 /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시기적으로 건기인가 싶은 요즘 자카르타는 오후만 되면 비가 내리고 있다. 비가 내리고 나면 하늘은 마치 한국의 초가을 하늘처럼 청명해 진다. 이런 날은 자카르타에서도 Gede 산과 Salak 산의 모습을 뚜렷하게 볼 수가 있다. 이 좋은 날씨를 즐기고 싶은 생각이 들어 주말에 지인들과 약속을 정하고 Gede 산자락에 자리 잡은 골프장으로 운동을 나갔다. 고산지대라서 그런지 바람까지 시원했다. 오후에 비가 내리지 않을까 내심 걱정을 했지만 다행이 비가 오지 않아 18홀까지 운동을 끝마칠 수 있었다. 
 
 
운동을 끝내고 지인들과 뒤풀이 중 요즘 전 세계적으로 골프인구가 감소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 이유에 대해 여러 대화가 오고 갔다. 가장 공감이 가는 이야기는 SNS(Social Network Service)같은 효과적인 네트워크가 발달하면서 골프의 가장 큰 장점인 사교성의 기능이 많이 감소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쾌적한 실내에서 스마트 폰을 통해서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과 얼마든지 대화를 할 수 있는 현실에서 굳이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사람들을 직접 만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골프는 비용적인 측면도 만만치 않다. 다른 운동에 비하여 비용이 높다보니 투자대비 가성비가 떨어진다. 그러다 보니 더 저렴한 비용으로 운동효과를 많이 볼 수 있는 달리기, 수영, 자전거 타기 등 즉, 상대적으로 가성비가 좋은 운동종목으로 골프 인구가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골프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운동이라는 통계가 있다. 대한골프협회(KGA)가 최근 2017년 한국골프 인구를 636만 명이라고 밝혔다. 한국에서 가장 대중적 인기가 높은 프로야구 입장 관중이 2017년도에 840만 명이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국내 골프 인구는 엄청난 숫자다. 일본 생산성본부에서 발표한 2017년 일본의 골프 인구는 670만 명이라고 한다. 1억 2천만 인구의 일본은 골프장이 2천200개가 넘는 골프 대국이다. 한국의 인구는 일본의 절반도 안 되고 골프장 수도 500개 정도로 일본의 4분의 1도 안되는데, 양국의 골프 인구가 비슷하다는 통계는 아주 재미있는 통계가 아닐 수 없다. 물론 대한골프협회가 발표한 골프 인구 636만 명은 '지난 1년 동안 골프장, 실내외 골프 연습장, 스크린 골프장 등에서 한 번 이상 골프를 친 사람'을 골프 인구에 넣었다고 한다. 또 다른 통계인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한국의 골프 인구는 약 386만 명이라고 추산 발표 했다. 골프장 내장객 누계와 평균 라운드 회수를 토대로 추산 했다고 한다. 
 
일본이나 미국 모두 이런 기준으로 골프 인구를 계산한다. 이런 수치로 계산을 하더라도 한국의 골프 인구 수와 그 열기는 골프 대국 미국이나 일본에 뒤지지 않는다. 실내가 되었건 필드가 되었건 골프를 즐기는 인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한국인들이 골프라는 운동을 매우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수치일 것이다. 인도네시아 골프 인구 중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 교민들만 보아도 확연하게 인도네시아 사람이나 다른 나라 외국인들에 비해 골프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넘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 한국 사람들은 왜 그렇게 골프를 좋아할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운동이라 어느 정도 사회, 경제적으로 안정을 이루었다는 인정욕구일 수도 있고, 승부욕이 강한 한국인의 기질을 잘 반영할 수 있는 운동이어서 일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얼마 전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시청한 어느 심리학 교수의 강의 중 그가 언급한 짤막한 골프관련 내용 하나가 떠올랐다. 한국인들이 골프를 좋아하는 이유는? 골프를 치면 자기이야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그의 주장이다. 
 
 
오늘 비거리가 얼마였으며, 파 3홀에서는 거의 홀인원을 할 뻔 했으며, 마지막 홀에서 더블 보기만 안 했어도 오늘 싱글플레이를 할 수 있었는데 바보 같이 30 센티 퍼터를 놓쳤다는 등의 자기 중심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 가 주체가 되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한국인들은 자기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다. 항상 나를 둘러싸고 있는 정치, 경제, 사회, 회사, 가족, 동료나 이웃 이야기 등이 대화의 주류를 이룬다. 나도 다른 한국인들처럼 평소 누구의 아들로, 남편으로, 아버지로, 직장 동료로 친구로 살아가는 관련 이야기만 주로 하면서 살아간다. 하지만 골프 운동을 하고나면 내 플레이에 대한 아쉬운 순간과 멋진 순간을 일일이 열거 하면서 열심히 이야기를 토해 내곤 한다. 그 심리학교수 말처럼 내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내가 골프를 좋아하는 것일까? 어쩌면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인들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면서 내가 주인공인 내 삶을 생각 해 보았다. 우리가 영화나 TV드라마를 보면 스토리의 중요성을 따진다. 아무리 장면이 화려하고 등장인물이 빼어나다 하더라도 스토리가 탄탄하지 않으면 그 영화나 드라마는 맥이 빠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자기인생의 스토리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주인공인 ‘나’가 빠져 있는 삶이라면, 그 인생은 정말 맥이 하나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욱이 자기 스토리를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가 고작 골프라는 운동을 통해서라면 더욱 슬픈 일인 것이다. 오늘 부터라도 타인들에게 침을 튀기며 열심히 이야기 할 수 있는 내가 주인공인 나만의 탄탄한 인생스토리를 만들어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인생 관련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는 것 또한 골프의 장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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