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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인협회 인니 지부 (105) 문학하기 좋은 때 /공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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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산책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8,525회 작성일 2020-05-07 10:58

본문

< 수필산책 105  :  한국문단 특별 기고>
 
문학하기 좋은 때
 
공광규 / 시인
 
코로나19 전염병 공포가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를 엄습했다. 전염병이 모든 나라에 퍼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실시간 검색을 통해 각 나라별 전염병으로 인한 사망자와 전염병 확진자 수가 늘어가는 것을 보면서, 이런 죽음의 행진이 언제 멈출 것인지 알 수 없다는 것에 대하여 현대 기술문명의 한계를, 인간의 한계를 짐작해본다. 이미 인간은 이런 시간을, 고통을, 공포를 견디기 위해 신을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모두들 목숨을 걱정하고 또 걱정하는 시기, 이제는 개인이 전염병에 걸리는 것을 넘어 전염병에 걸리지 않아도 굶주림으로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실제로 나 자신도 강의를 쉬거나 연기되거나 끊기고, 전염병으로 회사가 문을 닫아 생계가 걱정이다. 공장 가동을 할 수 없으니 국가경제가 걱정이고, 많은 나라가 전염병으로 국경을 봉쇄하니 수출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막막할 뿐이다.
 
특히 식량 자급자족이 어려운 나라는 앞이 캄캄할 것이다. 먹을 것이 없으면 인간은 예의를 버리고 기존 계급과 체제와 제도를 부정하며 동물로 야만으로 돌변한다. 폭동이 일어나고, 사회는 약육강식의 전장으로 변한다. 이런 사회에서 인권은 형편없이 유린되고, 유린된 인권도 생계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이 묻혀 지옥의 상황이 연출된다.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자기 이외에는 남을 돌보지 않는 짐승이 될 것이다. 너무 큰 걱정을 하고 있나.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문인 여남은 명이 모인 단체 카카오 톡에 반가운 글이 하나 올라왔다. 요즘 워낙 가짜뉴스가 많아서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으나, 무스타파 달렙이라는 아프리카 오지의 나라 챠드의 아름다운 문인의 글이라고 한다. 내용을 버리기가 아까워 모두 인용해본다.
 
 
“아무 것도 아닌 '그 하찮은 것'에 흔들리는 인류, 그 하찮은 존재에 의해 무너지는 사회 : 코로나 바이러스라 불리는 작은 미생물이 지구를 뒤엎고 있다. 보이지 않는 어떤 것인가가 나타나서 자신의 법칙을 고집한다. 그것은 모든 것에 새로운 의문을 던지고 이미 안착된 규칙들을 재배치한다. 다르게 새롭게. 서방의 열강들이 시리아, 리비아, 예멘에서 얻어내지 못한 (휴전ㆍ전투 중지) 것들을 이 조그만 미생물은 해내었다. 알제리군대가 못 막아내던 리프지역 시위를 종지부 찍게 만들었다. 기업들이 못해낸 일도 해냈다. 세금 낮추기 혹은 면제, 무이자, 투자기금 끌어오기, 전략적 원료가격 낮추기 등. 시위대와 조합들이 못 해낸 유류가격 낮추기, 사회보장 강화(프랑스 경우) 등도 이 작은 미생물이 성취해 냈다. 순식간에 우리는 매연, 공기오염이 줄었음을 깨닫게 되었고 시간이 갑자기 생겨 뭘 할지 모르는 정도가 되었다.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들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고, 아이들은 집에서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에 대해 배우기 시작했으며, 일은 이제 더 이상 삶에서 우선이 아니고 여행, 여가도 성공한 삶의 척도가 아님을 깨닫기 시작하게 되었다.
 
우리는 곧 침묵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기 시작했으며 '약함'과 '연대성'이란 단어의 가치에 대하여 이해하기 시작하였다. 우리는 가난하거나 부자거나 모두 한 배에 타고 있음을… 시장의 모든 물건들을 맘껏 살 수도 없으며 병원은 만원으로 들어차 있고 더 이상 돈으로 해결되는 문제들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코로나 바이러스 앞에서는 우린 모두 똑같이 연약한 존재일 뿐이라는 것도, 외출할 수 없는 주인들 때문에 차고 안에서 최고급 차들이 잠자고 있으며, 그런 식으로 단 며칠만이라 하더라도 이 세상에 사회적 평등(이전에는 실현 불가능해 보였던)이 이루어졌다. 공포가 모든 사람을 사로잡았다. 가난한 이들에게서부터 부유하고 힘 있는 이들에게로 공포는 자리를 옮겼다. 우리에게 인류임을 자각시키고 우리의 휴머니즘을 일깨우며, 화성에 가서 살고, 복제인간을 만들고, 영원히 살기를 바라던 우리 인류에게 그 한계를 깨닫게 해주었다. 하늘의 힘에 맞닥뜨리려 했던 인간의 지식 또한 덧없음을 깨닫게 해주었다. 단 며칠이면 충분했다.
 
확신이 불확실로, 힘이 연약함으로, 권력이 연대감과 협조로 변하는 데에는… 아프리카(코로나에)가 안전한 대륙이 되는 것, 많은 헛된 꿈들이 거짓말로 변하는 데에는 단 며칠이면 충분했다. 인간은 그저 숨 하나, 먼지일 뿐임을 깨닫는 것도.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의 가치는 무엇인가? 이 코로나 바이러스 앞에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나? 섭리가 우리에게 드리울 때를 기다리면서 스스로를 직시하자. 이 세계가 하나같이 직면한 코비드-19 팬데믹 상황에서 우리의 휴머니티가 무엇인지 질문해보자. 집에 들어앉아 이 유행병이 주는 여러 가지를 묵상해보고 살아있는 우리 자신을 사랑하자.”
 
 
구구절절 맞는 말이다. 이 재앙에서 다른 걸 발견하자는 것이다. 내 다섯 번째 시 그림책 『할머니의 지청구』(바우솔) 교정을 완료하고 출판사에 넘겼다. 할머니가 손녀에게 밥알을 남긴다고, 밥알 하나 남기면 죄가 일곱 근 반이라는 전래 이야기를 시로 쓴 것이다. 이런 불황에 책을 내도되는지, 그것도 제작비가 많이 드는 시 그림책을 내도되는지, 좀 무모하다싶어 출판사 대표에게 전화로 물었다. 출판시장이 어떠냐고? 아,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책이 이전보다 더 잘 팔린다는 것이다.
 
전염병으로 개학을 미루면서 학생들이 책 읽는 시간을 많이 갖게 되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어려운 환경에서 출판시장, 문학시장은 살아나다니. 그러면서 내가 어려운 처지에 있었을 때, 이를테면 취업을 못했을 때, 직장에서 해고가 되어 생계가 막막했을 때 시를 붙잡고 견디고 버티던 날들이 떠올랐다. 지금 국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국민들에게 적극 제안하고 있다. 사람 만나는 번잡함을 피할 수 있는 기회여서, 우리 문인들에게는 오히려 지금이 문학하기 좋은 때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산문, 2020.5월호)*
 
*공광규 / 시인, 문학박사 1986년 월간 《동서문학》 등단. 시집 『담장을 허물다』 『서사시 금강산』 등과 시 그림책 『할머니의 지청구』 등, 다수. 윤동주 문학대상, 신석정 문학상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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