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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인협회 인니 지부 제2회 적도문학상 (학생부) 수필부문 우수상(자카르타경제신문사상) / 김성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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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산책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7,313회 작성일 2018-06-0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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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적도문학상 (학생부) 수필부문 우수상(자카르타경제신문사상) 
 
 
‘이리안 자야’에서 만난 거북이
 
김성영 (HARPAN 12)
 
내 이마 위로 빗방울 하나가 툭 떨어졌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는 순간 또 한 방울이 내얼굴에 떨어졌다. 새파랗던 하늘이 어느새 잿빛으로 변해 있었고, 하늘을 날던 새들은 푸드덕거리며 빗방울 피할 곳을 찾아 분주해졌다. 그리고 하나 둘 셋을 셀 찰나 수천, 수만 물방울이 쏟아졌고, 고운 살색이었던 모래밭은 순식간에 진흙빛으로 변해 버렸다. 스콜이 얼굴을 내민 것이었다.  마구잡이로 퍼붓는 빗방울들, 누군가는 갑작스런 빗방울의 방문에 호들갑을 떨며 집 안으로 뛰어들어 갔고, 누군가는 두 팔 벌려 반겨주었다. 그리고 숲이 있었다.  오랜 가뭄으로 푸석푸석 한숨을 쉬던 숲 속 나무들이 온몸을 비틀고 고개를 쳐들고 우르르 소리를 내며 비를 맞아주었다. 나는 창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빗소리와 풍겨오는 비냄새를 잠시 넋 놓고 붙잡고 싶었다.
 
한바탕 휘몰아친 빗방울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자취를 감추고, 하늘과 숲은 목욕을 끝낸 새색시마냥 환한 민낯을 드러 내었다. 나는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해안가 주위를 걸었다. 도시 매연에 익숙한 내게 바람을 타고 촉촉히 날아드는 땅과 숲과 바다의 향은 내게 알 수 없는 평온으로 다가왔다. 하늘과 바다는 원래 형제였을까? 푸른 가슴이 둘은 참 닮았다는 생각을 하며 하늘과 바다를 번갈아 보는데 무언가 ‘툭’ 내 눈앞에 나타났다. 힘겹게 바다를 향에 기어가는 작은 거북 한 마리! 나는 열두 해 동안 인도네시아에 살았다. 목재 생산 현장에서 일하시는 아버지는 집에 오시는 날보다 인도네시아 곳곳에 있는 일터에서 머무시는 시간이 많았다. 아버지를 만나는 날은 아버지께서 자카르타로 오시는 날과 우리 가족이 아버지 계신 곳으로 가는 날이었다.  아버지의 일터가 있는 곳. ‘승리의 뜨거운 땅’- 이리안자야에서 나는 그 - 거북을 만났다.
 
이리얀자야는 그야말로 외딴 섬이었다. 그리고 아버지가 머무는 곳도 외딴 집이었다. 주변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온통 숲이었다. 족히 몇십 년, 몇백 년을 견뎌온 나무들이 빽빽하게 줄을 지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벌목이 이루어지는 한쪽은 발가벗은 땅이 있었다. 인간이 자연을 매질한 것이었다. 생채기가 깊게 패인 땅이 울고 있었다. 아프다고…… 광합성의 공장이라고 불리는 이곳에 식탁과 옷장을 위한 인간 공장이 만들어졌으니 나무도 인간도 더는 맑은 숨을 쉴 수 없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너무 이기적이지 않은가? 숲 속에 사는 생명들에게 인간은 숲을 방문하는 손님에 불과하거늘 주인 행세를 하려고 하니…… 거대한 기계에 의해 힘없이 쓰러지는 나무들이 언젠가는 크게 후회할 순간이 올 것이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인간의 나쁜 손버릇은 바다 거북도 못살게 만들었다. 그 많던 거북이가 사람들의 무분별한 포획
때문에 사라져 버렸고, 그나마 살아남은 거북이들은 오염된 물을 마셔 기형이 되어 단단한
등 껍질은 깨지고, 살은 썩어 버렸다. 솥뚜껑 닮은 등 껍질을 짧은 팔, 짧은 다리로 질질 끌며 푸른 수초와 하얀 산호를 만나러 바다로 나아가던 거북이. 나는 몹시 슬펐다. 저 작은 새끼 거북이가 잘못한 일이라고는 비를 피해 잠시 육지에 머물다가 가족과 헤어진 것인데, 엉금엉금 기어 아버지, 어머니, 누나, 동생을 만나러 가는 시간이 더딜 뿐인데, 그 순간을 기다려 주지 않는 인간은 그물로, 쇠꼬챙이로 상처를 주려 하겠지. 한바탕 스콜이 지나가고 모든 것이 맑아진 것처럼, 인간들 마음에 스콜이 내려 맑은 모습으로 다시 하늘과 땅과 숲과 바다와 그리고 거북이와 어울려 사는 자연 닮은 존재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엉금엉금 점이 되어 물 속으로 사라져버린 그 거북이는 지금도 잘 살고 있을까……
 
**** 수상 소감 
 
초등학교 시절 인도네시아가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도 모른 체 부모님을 따라온 지 12년이 다 되어갑니다. 때로는 한국에서 10대를 보내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남지만, 한국에 살았다면 경험하지 못한 것이 많았기에 후회는 없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살면서 많은 곳을 방문하였지만, 그중 아직까지도 잊지 못할 만큼 생생했던 곳은 바로‘이리안자야’였습니다. 처음으로 제 글을 공모전에 내놓은 만큼 비록 아직 짧지만 제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순간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목재 생산 현장인 이리안자야에서 일하고 계시는 아버지를 만나러 간 경험은 길이 남을 추억일 것입니다. 몇 주간 아버지와 지내면서 목재 생산 현장을 생생히 목격할 수 있었는데, 그 규모는 상상 그 이상이었습니다.
그리고 우연히 그곳에서 만난 거북이.
인도네시아 바다 어디선가 자유롭게 헤엄치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인도네시아를 떠나기 전‘우수상’이라는 뜻깊은 상을 받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인도네시아에 있었던 특별한 추억을 되새겨볼 겸 가벼운 마음으로 써 보자 한 것이 이렇게 좋은 결과를 가져와서 정말 놀랐습니다. 막상 수상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기쁜 마음보다는 ‘조금만 더 잘 쓸 걸’이라는 아쉬움이 더 많이 남았습니다. 앞으로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게 용기를 주는 상이라 생각하고 항상 펜을 가까이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항상 저를 응원해 주시는 부모님과 좋은 기회를 주신 적도문학상 심사위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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