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헤리티지 [탐방기] 6차 다나우 토바 그 원시의 숨결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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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우 토바 그 원시의 숨결이여
고혜숙(국립 박물관 안내봉사자)
고혜숙(국립 박물관 안내봉사자)
나에게 토바 호수는 섬진강이었다. 10여 년 전 멋모르고 다녀온 토바 호수는 이 만만치 않은 이방인의 삶을 살면서, 무수히 많은 삶의 복병들을 만나며, 등이 휠 것 같은 삶의 무게란 말이 정말 실감날 때마다 떠올렸던, 섬진강 같은 강물이었다. 김용택 시인이 시 섬진강에서 삶이 팍팍할 때, 저무는 강물에 가 그 팍팍함을 흘러내리라는 시 구절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토바 호수를 떠올렸다. 그 잔잔했던 원시의 숨결을 ,.. 그 태고 적 신비로움을…
그러던 중 인도네시아 헤리티지 소사이어티(헤리티지)에서 다나우 토바 탐방 소식을 들었다. 망설일 수 없었다. 게다가 탐방이라니, 혼자 가기 힘든 여정이기에, 너도 나도 모여든 인원이 모두 35명이었다.
우리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1월 15일 아침 8시 비행기를 타고 수마트라 메단으로 출발하였다. 2시간 비행기를 타고 5시간 차를 달려 도착할 다나우 토바 탐방이 시작되었다. 수마트라…… 황금의 섬, 세계에서 6번째로 큰 섬, 네델란드의 플랜테이션 농장의 2/3가 집중되어 있는 곳, 지금은 사통팔달의 교통의 요지가 된 메단은 주로 인근 관광지를 가기 위해 많이 찾는 곳이지만, 그 옛날 네델란드는 19세기 말부터 이곳 메단을 중심으로 잎담배와 고무농원을 집중적으로 개발하였다.
여행은, 길을 떠나는 것은, 곧 새로운 길을 만나기 위함이다. 우리 모두는 설레는 마음으로 길을 떠나, 메단에서 다나우 토바로 출발하게 될 Tigaraja 항구까지 광활하고 긴 플랜테이션 농장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 길……야자나무와 고무나무 사이로 뻗어난 그 길…… 잊을 수 없는 그 길들과의 만남을 어찌 말로 표현할수 있을지. 그 끝없는 고무나무 길, 반둥 온천을 가게 될 때 만나게 되는 그런 고무 나무 숲이 잘 닦여진 도로 양 옆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모습이란…… 가히 장관이었다. 그 길 사이로 이 모든 것을 창조하신 창조주의 손길이, 고된 야자농장에서, 고무농장에서, 허리 휘어지게 일했을 그 고단한 농부들의 숨결이 묻어나는, 아름답고 그리고 눈물겨운 길이었다. 토바 호수에 가기전에 만난 보석 같은 길이었다. 이렇게 첫째 날은 토바 호수 안에 있는 섬, 사모시르에 저녁 무렵 도착하기까지의 여정이었다.
동남 아시아에서 제일 큰 호수이며 길이가 100km에 달하는 다나우 토바는 호수라기보다 바다에 가까우며, 백두산 천지의 141배에 해당하는 칼데라 호수이다. 토바 호수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바탁족이다. 바탁족은 용맹한 전사의 후손답게 체구가 큰 편이고, 목소리도 크다. 자바 사람들과는 달리 좋거나 싫은 기색을 잘 드러내며, 완고하고 강직한 성품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는 사모시르 섬에서 기념품을 살 때 그들의 무뚝뚝한 말투에 감짝 놀라기도 하였다.
싱가폴 크기만하다는 사모시르 섬에서 시작된 둘째날, 이 섬은 바탁 문화의 중심지이고,많은 문화 유물이 남아있는데, 이곳을 우리는 배를 타고 크루즈 여행을 하며 탐방을 시작하였다. 바탁 사람들이 신성시 여기는, 최초로 기독교를 수용했던 sidabutar왕과 왕비의 십자가 무덤, 실제로 이 섬 곳곳에, 또 섬을 나오는 언덕에 수많은 십자가 무덤이 있었다.
암바리타 고대 법정, 돌로된 의자 몇 개가 놓여져 있을 뿐인 법정에서 들은 식육의 역사는 참으로 잔혹스러웠고, 바탁족의 죽은 영혼에 대한 생각을 보여 주는 “시 갈래갈래”, 그들이 신성시 여기는 전통 직물 울로스 등을 현지인의 설명을 들으며 탐방은 계속 되었다. 그렇게 둘째날은 호수에서 그들의 문화 유산과 생활 풍습을 보고 들으며 즐겼던 크루주 여행이었다.
첫째 날이 메단에서 해발 900m 에서 있는 호수까지 오는 것이 여정이었다면, 셋째 날은 이 토바 호수에서 해발 1200m 에 있는 군달링 산자락에 있는 Berastagi 로 출발하는 길의 여행이었다. 그 길 !!!!. 그 끝없는 산자락을 따라 골짜기 구비구비마다 멀리 보이는 토바의 풍경은 정말 절경이었다. 그것은 마치 사진에서 보았던 중국의 계림, 그 어슴푸레한 깊은 골짜기의 느낌, 차마고도를 볼 때 깎아지른 절벽을 통해 나있던 협곡의 길들을 생각나게 하였다. 한계령보다 더 아찔한 느낌과, 속리산의 말발굽길보다 더 멋있는 그 길은 토바 호수의 또다른 모습이었다.
우리가 보았던 호수가, 험난한 역사가 있고 수많은 십자가 무덤이 있었던 그 호수와 구비구비 산자락을 돌며 보이는 호수는 정녕 같은 호수인지……
우리는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숱한 피비린내와, 삶의 고단함과, 그 지난한 세월들을 고스란히 안으며, 지금도 여전히 유유히 흐르고 있는 호수를 뒤로 하고 떠나왔다.
이제 마지막 밤을 보내게 될 브라스따기, 반둥처럼 네덜란드 통치시기에 휴양지로 개발되었고, 그들의 별장이 많았던 시원한 산자락에 도착하였다. 너무나 예뻤던 과일 시장, 고구마처럼 크고 빨간 고냉지 감자, 시장 한켠에 서서 너도 나도 달려들듯 먹었던 그 달콤했던 두리안, 좋은 공기, 꽃, 과일이 풍부한 곳이었다. 유황 온천에서 마지막 여독을 풀며 우리는 모두 일상으로 돌아올 준비를 하였다.
또다시 아름다운 수마트라의 밀림 숲을 달려 나오며 생각해 보았다. 이 모든 일정이 참여한 이에게 진정한 힐링이 되었기를…… 또 우리의 삶이 팍팍해질 때 그 호수를 떠올리며 그 기억으로 열심히 하루 하루의 일상을 살아내기를……
하지만 그것이 어찌 나의 힘으로 가능한 것인지, 내가 애써서 되는 것인지,이런 나의 생각을 읽어내듯, 한국에서 오셔서 참석하셨던 조하희 교수님께서 성경 구절로 모두에게 정리해 주셨다.
“비록 무화과 나무가 무성치 못하며, 포도 나무에 열매가 없으며, 감람나무에 소출이 없으며, 외양간에 소가 없을지라도 나는 여호와로 인하여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으로 인하여 기뻐하리로다”(하박국3:17,18) 이렇게 아름답고 멋진 탐방을 철처한 기획과 준비로 이끌어주셨던 탐방대장과 모두들 수고 많으셨고,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서로를 배려하고 사랑했던 모든 분들이 있어 참 따뜻하고 뜻깊은 탐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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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회 다운로드 | DATE : 2014-12-18 14:5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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