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인도네시아 설탕 관세 인하 협상 타결…양국간 FTA 모멘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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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가 인도네시아와의 설탕 관세 인하 협상 타결을 계기로 양국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의 모멘텀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통신의 12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스티브 치오보 호주 통상장관은 최근 협상을 통해 인도네시아에 수출되는 호주 설탕에 부과되는 관세를 기존 8%에서 5%로 낮추는 성과를 냈다고 밝혔다. 이는 호주의 관세율을 인도네시아의 이웃 동남아 국가들 수준으로 낮춘 것이다. 치오보 장관은 이 협정을 연말 전까지 최종적으로 확정지을 것이라고 밝혔다.
치오보 장관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들에게 적용되던 설탕에 대한 관세율이 호주까지 확대된 것”이라면서 “최근 호주가 인도네시아 내 설탕 시장점유율을 태국에 뺏기고 있던 상황에서 이번 성과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라고 자평했다.
호주 브리즈번 소재 설탕생산자 연합인 케인그루어스(Canegrowers)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워런 메일스에 따르면 높은 관세로 인해 호주의 대(對) 인도네시아 설탕 수출은 1년에 125만 톤에서 인도네시아가 태국의 관세율을 낮춘 2015년 이후 30만 톤으로 크게 줄었다. 미국 농무부 통계에 따르면 호주는 세계 3위의 설탕 수출국이다. 호주의 설탕 업계는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다. 올해에는 약 400만 톤의 설탕을 수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주와 인도네시아는 최근 경제협력 강화, 특히 양자간 FTA 체결에 노력 중이다. 호주와 인도네시아 간 FTA 협상은 2007년 처음 시작됐다. 그러나 2013년 호주의 정보기관인 방위신호국(DSD)이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당시 인도네시아 대통령 내외의 전화를 도청했다는 의혹에 따라 불거진 양국간 정치적 갈등과 2015년 인도네시아가 헤로인을 밀반출하려던 호주인 2명을 호주 당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형 집행 한 사건 등으로 논의가 사그러들었지만 최근 다시 시작되는 모양새다.
호주는 인도네시아의 9번째로 큰 교역 파트너지만 양국간 교역은 갈수록 줄어 현재는 2009년 이후 교역량이 가장 적은 상태다. 2012년 122억 6000만 달러(약 14조 원) 수준이던 양국간 교역량은 2015년에는 93억 달러(약 10조 6000만 원)로 줄어들었다.
치오보 장관은 엥가르티아스토 루키타 인도네시아 통상부 장관과 지난해 7월 이후 15차례 만남을 갖거나 대화를 나눴다면서 “어느 협상에서든 항상 공격적이고 방어적인 이해관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협정을 체결하자는 상호간의 약속이 있고 양국이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FTA 체결에 대한 희망을 밝혔다.
말콤 턴불 호주 총리도 무역협정 확대에 대한 뜻을 밝혔다. 그는 이미 합의가 이뤄진 인도네시아산 살충제·제초제에 대한 관세 철폐 외에도 호주산 설탕 및 가축에 대해서도 관세를 없애겠다는 뜻을 표한 바 있다. 턴불 총리는 지난 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환인도양연합(IORA) 정상회담에 참석한 뒤 만찬 자리에서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무역은 곧 일자리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다”면서 “조코위 대통령은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포퓰리즘적 보호주의의 물결에 맞서고자 하고 있다. 그는 보호주의가 정답이 아니라 막다른 길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회의적 시선도 있다. 호주국립대학교 경제학 연구원인 아리안토 파툰루는 “설탕은 낮게 달려 있어 따먹기 쉬운 과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도네시아의 FTA에 대한 접근법은 호주의 그것과 매우 다르다”라면서 “인도네시아는 아세안 국가들이 흔히 그렇듯 다자간 경제협정을 맺고자 하지 양자간 협정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고 설명했다.
아세안 국가들은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체결을 진행 중인 반면 호주는 여전히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부활을 노리고 있어 이 부분에도 이견이 존재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TPP 탈퇴를 선언하면서 급속도로 동력을 잃어버린 TPP는 이번주 칠레에서 나머지 회원국들 간의 회담을 갖는다. 이 회담에는 중국도 초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치오보 장관은 “우리는 중국이 우리와 계속해서 관계를 맺으려고 하고 있다는 점에 고무돼 있다”면서 “따라서 중국은 이번 칠레 회담에서 상당한 발언권을 가질 것”으로 전망했다.
치오보 장관은 TPP와 RCEP을 경쟁적인 관계로 보고 있지 않다면서 “우리는 걸으면서 동시에 껌을 씹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들은 모두 글로벌 교역 풍경의 일부일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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