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130건 M&A … 실리콘베이 판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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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벤처 업계의 구조를 빗댄 말은 ‘생태계(에코시스템)’다. 약육강식의 법칙이 통하지만 먹이사슬을 통해 업계 전체가 커 나간다. 해외 벤처 업계는 활발한 인수합병(M&A)을 통해 신생 벤처를 키워내고, 창업을 가능 케 한다.
1998년 창업 이래 130여 건의 M&A를 통해 성장한 구글이 그렇다. M&A를 통해 창업을 촉진하며 미국 실리콘밸리의 파이를 키웠다. 9일(현지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구글은 이스라엘계 내비게이션 모바일 앱 벤처 ‘웨이즈’를 인수하겠다며 13억 달러(약 1조5000억원)을 써 냈다. 10일 종가 기준으로 현대중공업의 시가총액에 맞먹는 금액이다. 앞서 페이스북이 웨이즈에 10억 달러를 제안했다가 결렬되자, 여기서 3억 달러를 더 얹은 것이다. 구글은 검색에서, 페이스북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각각 세계 1인자다. 그러나 ‘언제든 판이 뒤집힐 수 있다’는 위기감이 M&A 열기를 뜨겁게 하고, 알짜 벤처기업의 몸값을 올린다.
구글은 역사상 가장 성공적이라고 불리는 M&A를 2005년에 성사시켰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5000만 달러(약 557억원)에 사들였다. 8년이 지난 지금 안드로이드는 전 세계 스마트폰 및 태블릿 PC 시장점유율 75%를 웃도는 세계 최대 모바일 OS가 됐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은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인수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애플과 경쟁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자상거래업체인 이베이 역시 온라인결제시스템 업체인 페이팔을 인수하면서 지금의 위치에 섰다. 창업 9년차인 페이스북은 사진 공유 서비스 업체 인스타그램을 10억 달러에 사들이는 등 지금까지 36곳의 벤처를 인수하며 급성장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M&A를 통한 성장 사례를 찾기 어렵다.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는 “독점에 가까운 사업을 하기 때문에 M&A를 시도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 벤처 업계 원로는 “인터넷 업계에서는 네이버 독점이 너무 심해 네이버가 하는 걸 피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까지 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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