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시장이 매력적인 이유, ‘인구 피라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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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층 비중 높은 2.6억 명 규모의 시장
고령화 대비 실버수요에도 대응 준비해야
인도네시아가 2030년부터 고령화 사회에 진입할 예정이지만 ‘억’ 소리 나는 젊은 인구가 역동적인 소비시장을 꾸리면서 젊은 층과 실버 층을 양면에서 공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인도네시아의 인구구조와 소비시장’ 보고서를 통해 인도네시아 소비시장이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인도네시아가 유망 신흥국으로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풍부한 노동력과 거대하고 역동적인 소비자 층을 가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 2억 6058만 명의 인도네시아는 세계 4위이자 동남아 1위의 인구 대국으로 생산가능 인구와 유소년 인구가 각각 전체의 67.2%, 27.5%로 높은 편이라 생산과 소비 양 측면에서 매력적인 인구구조다. 또한 중위연령(Median Age)은 28.3세로 한국(41.3세) 등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인도네시아의 인구구조는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인구수가 많은 형태다. 50대 인구보다 10대는 1.8배, 20대와 30대는 각각 1.6배나 많다. 경제활동인구 또한 20대와 30대가 각각 3000만 명, 3100만 명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젊은 소비자 층 대상의 시장에 기회가 많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2030년부터는 인도네시아도 고령화 사회로 진입할 예상이나, 39세 이하 인구가 전체의 61.4%를 차지하는 등 소비시장의 성장 동력은 유지될 전망이다. 그 외에 도시화율 상승, 소득 증가, 여성의 사회 진출 확대 등의 요인도 소비시장의 중장기적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젊은 소비층의 특성을 파악해 소비시장의 변화 속도에 맞춰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모바일 서비스, 문화콘텐츠, 게임, 사물인터넷(IoT), 스마트기기, 패션 등 젊은 소비층의 선호도가 높은 분야에서 특히 많은 시장 진출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편리함·빠름’ 등 현대적인 가치 추구 = 인도네시아에는 “Sabar itu subur(참으면 좋은 일이 생긴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기다림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가처분소득이 늘고 시간을 귀하게 여기는 추세가 확산되며 젊은 세대에서는 이러한 인식이 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추세는 인도네시아의 대표 스타트업인 고젝(Go-Jek)의 흥행에서 엿볼 수 있다. 고젝은 스마트폰을 통해 오토바이 택시를 호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교통체증으로 인한 시간낭비를 줄이고자 하는 젊은 소비자 사이에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비용을 지불해 시간과 편의성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를 겨냥한 고젝은 음식, 식료품, 의약품, 개인 택배 등을 배송하는 서비스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고객을 찾아가는 마사지, 청소, 자동차 정비, 미용 등과 연계되는 O2O(Online to Offline) 사업에도 진출하고 있다.
이 밖에도 교통체증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모바일 앱, 트위터를 사용해 대응 시간을 단축시킨 통신사 텔콤셀(Telkomsel)의 고객센터 등도 젊은 소비자가 시간을 아끼려는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식음료 시장에서도 비슷한 추세를 볼 수 있다. 직접 재료를 갈아 전통소스를 만들었던 과거 세대와는 달리 완제품을 선호하는 젊은 소비자가 늘어남에 따라 하인즈, 유니레버 등이 앞다퉈 완제품 소스류를 출시하고 있다. 지난해 칠리소스 시장은 13.0%, 간장소스 시장은 12.5% 성장했다.
차를 우려먹는 시간과 수고를 덜고자 하는 소비자를 공략해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게 제조된 소스로(Sosro)의 액상(RTD)차도 같은 이유로 인기를 끌고 있다.
◇역동적으로 변한 인도네시아 소비시장 = 최근에는 브랜드와 익숙함보다는 뛰어난 품질과 새로운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도 나타나고 있다.
본래 인도네시아는 변화가 느린 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새로운 제품이 주목받기 힘들지만, 한 번 성공한 제품은 그 판매량이 꾸준하게 유지되는 추세였다. 그러나 최근 젊은 소비자들은 기존에 사용하던 제품의 품질이 기대 이하이거나 처음 본 제품이 시장에 등장하면 새로운 시도를 해볼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한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액센추어(Accenture)가 인도네시아 디지털 소비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3%가 보다 나은 품질을 위해 기존에 가입했던 통신사를 바꿀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반면 자신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브랜드의 스마트폰을 다음에도 구매할 용의가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16%에 불과했다.
각종 편의를 제공하는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는 물론, 조리과정을 최소화한 식음료 완제품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SNS를 활용한 마케팅과 고객관리, 온라인·모바일 쇼핑몰 활용 등 고객대응방식 또한 젊은 소비층에 맞춰 변하는 추세로 나타났다.
◇종교적 이유 아니어도 ‘할랄’ 선호 = 인도네시아 젊은 층은 할랄 제품에 대한 선호도 뚜렷하다. 그 배경에는 종교적인 이유 외에 건강과 안전, 친환경 제품에 대한 높은 관심도가 자리잡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할랄 인구를 보유한 국가다. 인도네시아 식약청(BPOM)에 따르면 대학생 중 87%가 제품 구매 시 할랄 인증 라벨을 확인할 정도로 젊은 층에서도 할랄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시장조사업체 Jakpat의 조사에서는 인도네시아 젊은 층의 80.5%가 ‘기존에 사용하던 제품이 아니더라도 할랄 인증 제품이라면 사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과거에는 할랄 시장이 식품에 집중되어 있었으나 최근 젊은 무슬림 소비층의 수요는 다양한 품목으로 확산되고 있다. 할랄 수요가 가장 높은 품목으로는 음료가 꼽혔다. 식품과 비교하면 할랄 인증 제품이 아직 적은 품목이다.
건강과 안전, 친환경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과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가 합쳐지며 할랄 뷰티시장도 성장하는 추세다. 기존 화장품보다는 할랄 화장품의 성분이 더 안전하다는 인식으로 인해 기초화장품과 색조화장품은 물론, 헤어케어 제품과 목욕용품 등에 대한 할랄 인증 수요도 늘고 있다.
아직 약세를 보이지만 향후 성장이 기대되는 품목으로는 할랄 향수가 꼽혔다. 꼭 할랄 인증 마크가 붙은 제품이 아니더라도 무슬림 소비자를 겨냥한 품목에 다양한 기회가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무슬림 패션, 무슬림 여행상품 등 젊은 소비층의 기호에 맞는 다양한 무슬림 관련 제품과 서비스 시장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의료품 관련 한국 기업 진출 기대 = 한편 실버 시장의 성장도 기대된다. 인도네시아의 고령인구 비중은 지난해 5.3%를 기록했으며 2030년에도 8.4%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고령 인구수는 2016년 1375만 명에 달하고 2030년에는 2491만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고령화 진행 속도는 더딘 편이지만 고령 인구의 절대적인 규모는 괄목할만한 수준이다.
기능성 화장품, 의약품을 비롯한 소비재는 물론 헬스케어, 실버타운을 비롯한 서비스와 인프라 건설 등 다방면으로 실버시장의 참여 기회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인도네시아의 헬스케어 지출은 지난해 11.2% 증가했으며 향후 10년간 연 8~10%의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의약품 시장은 지난해 10.9% 성장해 64.3억 달러 규모를 형성했으며 대웅제약, 종근당, 서울제약 등 우리 기업의 진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의료기기 시장은 전년 대비 10.5% 성장해 6억 8750만 달러 규모를, 의료용품 시장은 전년 대비 5.2% 성장한 1억 1,632만 달러 규모를 형성했는데, 의료기기와 의료용품의 수입의존도가 95%를 넘어 한국 기업 진출 기회가 많을 것으로 기대됐다.
유승진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원은 “인도네시아는 40세 미만 인구가 전체의 68%에 달할 만큼 젊은 국가로, 성공적인 소비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젊은 소비층의 특성 파악이 필수”라며 “현재 세계 8위 규모인 고령 인구가 2030년까지 81% 증가할 전망으로 실버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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