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잘나가던 인니 석유·가스 산업, 저유가와 투자 감소로 휘청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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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인도네시아 경제의 주춧돌 역할을 했던 석유·가스 산업이 에너지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슬럼프에 빠졌다. 저유가로 인한 타격·정부 정책의 장기적 비전 부족·규제 등이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의 14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전세계적인 저유가 추세에다 정부의 규제, 이웃 국가들과의 경쟁 등으로 인도네시아는 석유 업계의 수익 감소 뿐 아니라 오히려 에너지 자원을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총생산(GDP)의 6%를 차지했던 석유·가스 산업은 지난해 겨우 GDP의 3%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싱가포르의 석유·가스 분야 독립 컨설턴트인 토니 리건은 인도네시아 석유 산업이 “장기적 비전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내 석유 탐사에 투자된 금액은 2012년 13억 달러에서 지난해 1억 달러로 줄어들었다. 시추 성공 사례가 거의 없는데다 상업화에도 실패한 사례가 많아 향후 전망도 좋지않다. 이에 에너지 연구 및 컨설팅 업체 우드맥킨지의 석유 분야 애널리스트 조한 우타마는 관련 분야 내 지출이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때는 인도네시아도 하루 150만 배럴의 석유를 생산해내던 시절이 있었다. 1997년 당시 석유수출국기구(OPEC·오펙) 회원국이던 이 국가는 오펙 석유장관 회의를 주최하기도 했었다. 2009년 원유 수입국으로 처지가 뒤바뀐 데다 회원국에 부과되는 분담비 부담 등의 압박으로 오펙을 탈퇴한 후엔 재가입을 노리는 상황이다. 그러나 업계는 여전히 인도네시아의 석유 탐사 시도가 적고 투자도 정체돼 있다고 지적한다.
리건 애널리스트는 인도네시아에서 석유를 탐사하는 업체들이 어느 때보다도 핀치에 몰려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네시아는 탐사와 개발이 어려운 곳이라는 평판을 얻고 있다”면서 “이는 가능성이 낮아서가 아니라 사업 진행을 위한 허가를 받는 것이 어렵기 때문”고 밝혔다.
반면 다른 아시아 국가들은 활발한 투자가 전망된다. 지난 2년 간의 저유가 슬럼프 후, 석유 업계에 대한 글로벌 투자가 반등의 기미를 보이고 있기 대문으로, 우타마 애널리스트는 올해 전세계 탐사·생산 투자가 3% 증가해 45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투자 주도국들은 인도네시아의 이웃 국가들이다. 우타마 애널리스트는 “조만간 브루나이·인도·말레이시아·베트남에서 투자의 큰 폭의 증가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말레이시아의 내년도 투자는 올해에 비해 20% 정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인도네시아도 반등을 노리고 있다. 이그나시우스 조난 인도네시아 에너지·미네랄 자원부 장관은 지난 4월 인터뷰에서 인도네시아 정부가 시추 장비 수입시 세금 지원 등의 혜택을 통해 앞으로 10년간 2000억 달러의 투자를 끌어모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국영 석유회사인 페르타미나가 생산·정제시설 확대를 위해 수십억 달러를 쓸 것이라며, 자국 원유 생산량을 현재 80만 배럴 수준에서 2019년까지 하루 100만 배럴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업계 전문가들은 현지 정부의 제도 개혁이 오히려 인도네시아 석유 탐사 투자를 감소시킨다고 지적한다. 올해 초 인도네시아 정부는 계약자들의 탐사와 생산 비용을 배상해주던 시스템 종료를 밝표했다. 이로 인해 업계의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는 것이 업계의 불만이다.
이러한 새로 도입된 규정이 인도네시아를 다른 나라들보다 투자처로서 상대적으로 덜 매력적이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규제가 계속해서 바뀌고 있는 환경이 인도네시아를 안정적이지 못한 투자처로 인식하게 만든다는 것. 이를 반영하듯 인도네시아 정부의 올해 석유 가스 업계 투자 유치 목표는 222억 달러지만 상반기 투자액은 40억 달러에 그쳤다.
게다가 지난달 글로벌 에너지 대기업인 엑손모빌이 아시아 최대 천연가스전인 동(東) 나투나 광구 개발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하면서 인도네시아는 또다른 타격을 받게 됐다. 엑손모빌은 동나투나 광구가 채산성이 없다고 판단, 인도네시아 에너지광물자원부에 이 광구에 대한 생산물분배계약(PSC) 협상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엑손모빌이 물러나면서 이 사업은 페르타미나 홀로 진행하게 됐다.
게다가 인도네시아 정부가 목표로한 생산량을 채운다고 해도 수출은 커녕 늘어나고 있는 자국의 에너지 수요를 따라잡기에도 급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인도네시아는 이미 하루에 50만 배럴의 원유를 수입하고 있으며 2022년에는 수요가 하루 1900만 배럴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우드 맥킨지는 밝혔다.
인도네시아 석유업계를 30년간 경험해온 에너지 컨설팅기업 TIGA-I의 콜린 싱어 회장은 “유가는 물론 중요한 문제지만 인도네시아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에게 있어 첫번째 고민은 가격이 아니다”라며 “인프라 부족과 정부가 에너지 탐사에 대한 관심이 완전히 결여된 것이 더 큰 문제다. 탐사를 진행하고 싶어 하는 이들의 의견이 완전히 무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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