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자동차 시장 '판' 깨러 온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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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인도네시아 공장 건설 현장 항공사진
일본·중국차 공장 옆 부지에 착공…내년 12월 소형 SUV 양산
공장에 '이슬람사원' 짓고, 점심시간 탄력 운영·할랄푸드 제공
현대자동차 인도네시아 공장 부지에는 현재 지반 보강을 위한 4천400개의 콘크리트 파일을 박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77만6천㎡(23만5천평) 부지에 흩어진 15대의 파일 항타 장비가 규칙적인 소리를 내며 땅을 울렸다.
자카르타 수도권에 새해 첫날 폭우가 쏟아져 홍수가 나고 우기라 매일 같이 비가 내리지만, 현대차 공장 건설은 부지 내 도로부터 미리 닦아 차질이 없는 상태다.
곽병수 현대엔지니어링 현장 소장은 지난 7일 차를 타고 함께 부지를 돌아보며 "자동차 공장은 무겁기 때문에 지반부터 튼튼히 해야 한다"며 "속도를 내서 내년 초까지 공장 건설을 마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아세안 지역 최초의 완성차 공장을 인도네시아에 건설하기로 결정, 정부의 신남방정책에 힘을 보탰다.
현대차 공장 부지는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40㎞ 떨어진 브까시 델타마스 공단에 위치한다.
자카르타에서 차로 1시간 남짓 달려 공장 부지에 도착하기 전 일본 자동차사인 스즈키와 미쓰비시, 중국 자동차사인 울링 공장의 커다란 간판이 보였다.
현대차는 이들 공장에서 불과 5∼10분 떨어진 곳에 터를 잡아 정면 도전장을 내밀었다.
인도네시아 자동차 시장, 나아가 동남아시아 자동차 시장의 '판'을 깨보겠다는 것이다.
최윤석 현대차 인도네시아 생산법인장은 16일 "델타마스 공단은 이미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 생산 공장의 조기 구축에 유리하다"며 "일본과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모여 있어 부품사가 인접해 있고, 물류비 절감 측면에서도 이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아세안 시장에서 그동안 일본 업체들이 장악해 왔지만, 인도네시아 공장을 교두보로 삼아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로 발돋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 자동차생산자협회(GAIKINDO) 통계에 따르면 2018년 115만대, 2019년 1∼11월 94만대의 차량이 팔렸다.
2019년 1∼11월 기준 점유율을 보면 도요타 32%, 다이하쓰 18%, 혼다 13%, 미쓰비시 12%, 스즈키 10%로, 이들 5개 일본 자동차 기업이 인도네시아 시장의 85%를 차지하고 있다.
도요타의 아반자와 칼야, 이노바 기장은 인도네시아의 국민차로 꼽히며, 현대차는 소량만 수입 판매돼 점유율이라 할 것이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에 생산법인과 판매법인을 운영한다. 부품공급을 위한 현대모비스는 진출하지 않고, 수송을 위한 현대글로비스는 진출할 전망이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현지 부품업체와 손잡아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이들 업체를 대상으로 기술교육, 작업자 기술 연수를 제공할 계획이다.
공식 기공식은 조꼬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등 참석을 위해 2∼3월께로 일정을 조율 중이다.
공장에는 수성도료를 쓰고,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등 환경 측면도 고려한다.
내년 초 공장이 완성되면 테스트를 거쳐 연말에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양산을 시작으로 소형 다목적차량(MPV)과 세단을 생산한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아세안 시장에 적합한 모델을 개발 중이며, 특히 소형 다목적차는 현대차에선 지금까지 없던 차종이다. 공장이 가동되면 3교대, 3천700여명이 일하게 된다.
현대차는 일본차와 경쟁하기 위해 온·오프라인 판매망과 애프터서비스(AS)망 구축, 보상판매 방안 등을 다각도로 준비하고 있다.
최윤석 법인장은 "인도네시아 정부의 전기차 정책에 맞춰 전기차 모델 투입도 검토하고 있다"며 "아세안 시장은 신남방정책 및 동남아 각국 정부의 자동차산업 육성 정책과 맞물려 전략적 요충지이기에 인도네시아를 거점으로 공략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대차가 이슬람권에 공장을 짓는 것은 터키에 이어 두 번째다.
인도네시아는 국교가 이슬람교는 아니지만, 2억7천만명 인구 가운데 87%가 무슬림이다.
현대차는 이슬람 문화를 고려해 공장 내 이슬람 사원과 기도실을 건설하고, 점심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한편 할랄 푸드 등 현지 맞춤형 식단을 제공하기로 했다.
또, 한국인 직원들이 현지인들과 잘 협업할 수 있도록 안선근 국립이슬람대학(UIN) 교수를 초청,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차 직원 50여명을 대상으로 이슬람문화 특강도 개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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