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루피아, 이제 가벼워져야 할 때...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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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지폐
인도네시아의 루피아화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에 대한 논의는 10년 넘게 이어져왔다. 이같은 움직임을 촉진할 수 있는 낮은 인플레이션과 강력한 외환 보유고, 경제·정치적 안정 등의 현재 상황을 보면 이제 인도네시아 화폐에서 0(zero) 세 개를 없애는 적기라고 할 수 있다.
리디노미네이션은 한 나라에서 통용되는 화폐의 액면가를 낮은 숫자로 변경하는 조치. 즉, 화폐단위를 하향 조정하는 것을 말한다.
인도네시아에서 유통되는 지폐와 동전의 명목가치를 바꾸는 과정인 리디노미네이션의 기본 취지는 0 세 개를 없애는 것이다. 즉, 50,000루피아 지폐가 50루피아로 바뀌면 가격도 1,000으로 나뉘어 같은 양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0을 빼고 가격을 생각하거나 말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으며, 상점이나 식당에서는 0을 문자 'k'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마지막 세 자리가 모두 0이 아닐 때만 “천(ribu)”이라는 단어를 말한다.
자카르타 남부에서 노점상 겸 세탁업 도우미로 일하는 56세의 시띠 하사나는 가격을 말할 때 10,000루피아의 경우 “10”과 같이 앞 두 자리 숫자만 말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한다.
시띠는 2월 25일 자카르타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노점에서 가장 저렴한 물건이 2,000루피아라는 점을 감안할 때 루피아가 리디노미네이션 되면 “더 실용적일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 과정에서 루피아가 약해질까 봐 걱정했다.
쁘르마따 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조수아 빠르데데는 통화 평가절하와 달리 리디노미네이션은 화폐의 교환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수아는 지난 25일, "사람들이 리디노미네이션을 화폐 가치 하락, 즉 평가 절하로 간주하면 리디노미네이션이 시행되기 전에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여 심리적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는 과거에 화폐 개혁을 단행한 바 있는데, 그 중 하나가 1950년 당시 재무장관이었던 샤프루딘 쁘라위라느가라의 이름을 딴 '샤프루딘 컷(Gunting Syafruddin)'이라고 불린 것으로, 네덜란드 발행 지폐를 물리적으로 반으로 자른 것이다.
1965년에는 현재 고려되고 있는 것과 비슷하게 루피아에서 0을 세 개 없애는 리디노미네이션이 시행됐지만 당시 정책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고 초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을 비롯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이후 화폐 가치가 하락해 0을 세 개 없애는 것에 대한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2013년에 정부는 이듬해에 심의할 리디노미네이션 정책 초안을 작성했지만 결국 실현되지 않았다.
재무부도 2024년까지 초안을 마련하고 2035년까지 리디노미네이션을 완전히 시행하기 위해 2020-2024년 전략에 리디노미네이션을 포함시켰지만 이 역시 결실을 맺지 못했다.
재무부는 이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뻬리는 리디노미네이션의 요건으로 양호한 거시경제, 통화 여건, 안정적인 금융 시스템, 사회 및 정치적 안정 등을 제시했다.
조수아는 리디노미네이션의 성공 사례로 각각 2005년과 1995년에 리디노미네이션을 실시한 튀르키예와 폴란드를 언급하며, 리디노미네이션을 위해서는 타이밍과 정부의 소통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정확한 환산이 어려운 값싼 상품의 경우 가격이 하향 조정되는 대신 상향 조정되는 경향이 있어 리디노미네이션이 단기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낮은 인플레이션과 통제된 인플레이션이 필수 요건이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은 2023년 5월 이후 정부와 중앙은행의 목표 범위 내에서 잘 유지되고 있으며, 심지어 1월에는 전년 대비 0.76%의 비율로 범위의 하단 아래로 내려가 수십 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조수아는 튀르키예와 폴란드처럼 성공적으로 리디노미네이션을 실시한 국가들은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정책 투명성, 강력한 경제 안정성을 통해 리디노미네이션이 인플레이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한, 조수아는 사회 및 정치적 안정과 함께 “강력한 외환 보유고”를 중요한 전제 조건으로 언급했다.
지난해 선거가 평화롭게 치러지고 정부 이양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지난 1월 인도네시아의 외환 보유액은 1,561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2000년에 비해 정치, 사회적으로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BCA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다비드 수무알은 2월 25일 자카르타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비교적 낮기 때문에 지금이 리디노미네이션에 적합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루피아에 0이 너무 많다며 리디노미네이션이 시장과 투자자들의 루피아화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 경제학자는 리디노미네이션을 위해서는 새로운 결제, 은행 및 회계 시스템을 준비해야 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고 적응 기간이 오래 걸릴 수 있지만 자릿수를 줄이면 거래를 단순화하고 회계 및 결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08년부터 자카르타 서부에서 음식을 판매해 온 노점상 65세 네띠는 음식을 팔 때 처음 두 자리 숫자만 말하긴 했지만 현 상태가 더 좋다고 한다. 0이 없어지면 “혼란스러울 것”이라는 말이다. [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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