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P에 자극받은 인도네시아...EU와 CEPA 협상 속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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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 최대 경제 대국 인도네시아가 유럽연합(EU) 및 미국과 각각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10월 조꼬 위도도(조꼬위) 대통령 취임 이후 보호무역 정책을 강화해왔다. 최근 몇 년간 소비재 수입에 대한 관세를 높였고, 자국에서 일하려는 외국인 인력에 자국어 시험 의무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동남아시아 경쟁국인 싱가포르와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이 참여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이 지난 5일 타결되면서 인도네시아가 미국 및 EU와의 FTA 체결을 서두르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토마스 렘봉 인도네시아 무역부 장관은 인도네시아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공개 토론에서 “국가 간의 관계는 사람과의 관계와도 비슷하다”며 “내가 상대방으로부터 원하는 것을 나도 상대방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닫혀있으면서 다른 사람에게 개방하라는 것은 상식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수출이 전체 경제의 24%를 차지하는 인도네시아는 먼저 EU와 준(准) FTA라고 할 수 있는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을 맺고 이어 미국 주도의 TPP와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참가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인도네시아 무역부 자료에 의하면 인도네시아와 EU 간 교역 규모는 지난해 240억 유로(약 30조8,000억원)에 달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EU와의 교역으로 49억 유로의 무역 흑자를 기록했다.
렘봉 장관은 이어 “이달 초 TPP가 타결됐을 때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며 “이런 협정에 동남아의 최대 경제국인 인도네시아가 빠졌다”고 안타까워했다. 렘봉 장관은 인도네시아와 EU 간 무역 협정이 가장 우선적인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자유무역에 있어 다른 나라들에 비해 훨씬 뒤처져있다”며 “우리와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있는 일부 주변국들이 우리보다 앞서 있다는 점이 걱정스럽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2012년 초 EU와의 무역 협정을 처음 논의했다. 하지만 양측 간 협상은 수입 관세 인하, 서비스 자유화 및 외국인 소유 지분에 대한 의견 차이로 큰 진전을 보지 못했다.
렘봉 장관은 TPP에 관해 “아직 인도네시아 정부의 공식적인 결정은 나오지 않았지만, EU와 CEPA 조항의 80~85%는 TPP에도 적용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CEPA가 타결되면 TPP 참여에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25일부터 닷새 간 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조꼬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심한 보호주의와 불안정한 규제라는 인도네시아의 평판을 없애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FT는 전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조꼬위 대통령이 이번 미국 방문에서 미국과의 새로운 무역과 투자 협정 체결도 모색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도네시아는 경제 성장을 위해 중국과의 관계에 큰 비중을 두고 있으나 렘봉 장관은 미국이 중국을 제치고 인도네시아의 최대 수출국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인도네시아는 지난달 석유와 가스를 제외한 품목들을 미국에 가장 많이 수출했다. 석유와 가스를 제외한 대미 수출 규모는 12억8,000만 달러에 달했고 대중국 수출은 10억5,000만 달러에 그쳤다.
이달 초 중국에 50억 달러(5조6,500억원) 규모의 고속철도 건설을 발주한 것에 대해 렘봉 장관은 “신흥국에 필요한 사항들을 한 나라가 모두 다 충족 시켜줄 수는 없다”고 말해 인도네시아의 인프라 구축을 위해 중국 이외 다른 나라들과도 협력할 것임을 시사했다.
인도네시아의 경제 성장률은 올 1분기(4.71%)와 2분기(4.67%) 모두 전년 동기 대비 5%를 밑돌았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조꼬위 대통령은 5년의 임기 동안 인도네시아의 경제 성장률을 평균 7%로 높이겠다고 약속했었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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