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항공수요 비해 ‘조종사 수급’ 불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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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문제 무시하는 항공사 ‘시한폭탄’ 띄우는 셈”
지난 13일 발생한 라이온항공(Lion Air) 소속 여객기의 발리 추락사고를 두고 전문가들의 여러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항공전문가들은 라이온항공의 잦은 항공 사고를 두고 ‘급격한 사업확장에 비해 안전부문 및 조종사 수급에 미흡한 경영’을 최대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번에 사고를 낸 보잉 737 여객기는 착륙도중 활주로를 이탈해 바다에 추락해 두 동강났으며 여객기에는 총 108명의 승객이 타고 있었다. 이들은 성인 95명, 어린이 5명, 1명 갓난아기, 승무원 7명으로 다행히 모두 무사히 구출됐다.
15일 현지언론 자카르타글로브는 이 사고에 대해 관계당국이 아직 확실한 사고원인을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사건 담당경찰은 기체 내 블랙박스를 분석 중이며 사고 당시 조종사를 심문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당국을 비롯한 여러 전문가들은 지난 달 처음 운행을 시작한 이 여객기의 기체 결함 가능성보다 조종사의 피로 누적을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립 인도네시아대학교의 항공전문박사 와완 물야완은 이번 사고원인에 대해 ”승무원의 건강문제”를 꼽았다. 그는 “항공기 자체는 새 것이었기 때문에 조종사의 피로 누적이 주원인일 것”이라 추측했다.
이에 대해 에드워드 시라잇 라이온항공사 대변인은 “이번에 사고 여객기를 조종한 조종사는 건강에 지장이 없었고 운행경험이 많았으며 하루 비행시간을 준수했다”고 밝혔다.
조종사의 장시간 비행 근무는 라이온항공 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항공부문 전체의 문제로 지적된다. 인도네시아는 항공산업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지만 경험을 갖춘 승무원을 충분히 고용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 문제에 대해 교통 당국은 최근 "항공업계는 조종사들에게 지나치게 긴 시간 일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항공업계지만 조종사 수는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물야완 박사는 “13일 사고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고 일침하며 “만약 조종사의 수가 비행기나 항공 편수에 맞게 증가하지 않는다면 더 비극적인 사고를 기다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건 시한폭탄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라이온 항공은 이번 사고를 비롯해 지난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여러 차례 사고를 내왔다. 가장 심각했던 사고는 중부자바 솔로에서 지난 2004년 10월 발생했다. 당시 비가 쏟아지던 활주로에서 착륙을 시도하던 라이온항공 여객기가 미끄러져 충돌하는 사고로 총 26명이 사망했다.
라이온 항공은 항공사고 이외에도 지난 2012년 조종사들의 마약 소지 및 복용혐의로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었다.
당시 인도네시아 경찰은 지난 4일 라이온에어 조종사를 마약류 각성제인 크리스탈 메탐페타민(Cristal methamphetamine) 소지 및 복용 혐의로 체포했다. 또, 교통 당국이 체포된 라이온에어 4명의 조종사들의 '비행 자격증'을 철회하면서 라이온 에어의 명성에 또 한 번 금이 갔었다.
라이온에어는 현재 국내 최대 민간 항공사이다. 최근 인도네시아 항공수요 붐이 일면서 지난 2011년 11월 보잉 737기 230대를 발주했다. 217억 달러에 달한 이 계약은 당시 단일 항공사 주문으로는 사상 최대였다.
또한 지난 3월 라이온항공은 유럽의 항공기 제작사인 에어버스로부터 A320기종과 A321기종을 총 234대를 구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총 184억 유로(26조 5000억 원)에 달했다. 이 계약은 항공기 구입 대수 및 총 구매금액에 있어 현재까지 사상 최대규모로 기록됐다.
라이온항공은 매년 승객이 약 20%씩 증가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사업확장도 매우 활발히 진행 중에 있다. 그러나 라이온항공은 동시에 유럽연합(EU)과 미국에서는 안전상의 이유로 다른 인도네시아 항공사와 마찬가지로 이·착륙을 금지당하고 있다는 점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한편, 항공 컨설턴트사 애스파이어 애비에이션의 다니엘 상 애널리스트는 “라이온항공은 몸집만 키울 것이 아니라 안전문제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항공사가 기업성장 및 비용 감축에 집중할 때 안전성을 빠뜨리기 쉽다”고 덧붙였다.
톰 발렌타인 오리엔트 항공매거진 기자는 “급성장에는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며 “항공사는 급성장할 때 가장 조심해야 한다. 라이온항공은 안전시스템을 확실히 구축할 의무가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라이온에어는 꾸스난과 루스디 끼라나 형제에 의해 지난 1999년 설립됐으며 급성장을 바탕으로 현재 총 72개 노선을 운행 중이다. 이 중 대부분이 인도네시아 국내선이며, 이는 세계 4번째 인구국인 인도네시아가 최근 신흥국 대열에 합류하면서 중산층의 항공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라이온 항공이 2025년까지 목표로 하는 세계 최대 항공사 톱 10에 들기 위해서는 이번사고로 추락한 신뢰와 명성을 되찾기 위해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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