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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에서 영•미권까지 ‘최저임금 인상’ 바람 분다

경제∙일반 작성일2014-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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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터 살리고 봐야 한다”는 옛 말
금융위기 후 물가 급등에도 급여 100달러 미만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에서 잇달아 최저임금 인상 시위가 촉발된 데 이어 영국과 미국에서도 최저임금 논의가 한창이다. 경제는 조금씩 회복되고 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윗목’만 따뜻해질 뿐 ‘아랫목’으로 온기가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자, 더 이상 최저임금 인상을 미룰 수 없다는 세계적인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동남아, 물가 오르는데 임금 제자리(godik tebal)
국제노동기구(ILO)의 2012~2013년 ‘글로벌 임금 리포트’를 보면 세계의 평균 실질임금 상승률(중국 제외)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0%대에 머물러 있다. 그나마 임금인상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아시아의 일부 국가들 덕분에 플러스를 유지하고 있을 뿐,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은 이미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최근 가장 격렬한 최저임금 인상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곳은 아시아다. 캄보디아에서는 월 80달러(약 8만원)인 최저임금을 160달러로 올려달라고 시위를 벌이던 의류공장 노동자 5명이 경찰의 발포로 사망하는 유혈사태까지 빚어졌다. 방글라데시에서도 월 38달러인 최저임금이 최근 격렬한 시위 끝에 68달러로 인상됐지만, 노동자들은 100달러를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기름값 등 생필품 가격 인상에 반대하는 시위대 1만5000여명이 지난해 말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독립광장을 점거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는 동남아의 임금 수준이 워낙 오랫동안 비현실적으로 낮은 수준에 억눌려왔던 데다, 금융위기 이후 환율 상승 때문에 물가 급등이 계속되면서 더 이상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방글라데시의 경우 최근 4년간 물가가 40% 가까이 올랐다. 생필품 물가만 따져보면 더욱 심각하다. 방글라데시소비자연합(CAB)에 따르면 양파 1㎏의 가격이 최근 불과 넉 달 사이 16%나 올랐다. 방글라데시 연구기관인 ‘정책대화센터’는 3인 가구에 필요한 한 달 기본 식재료 비용이 67달러라고 밝혔다. 결국 68달러로 오른 새 최저임금으로는 의류노동자들이 집세나 교육비는커녕 밥값조차 감당하기 벅찬 셈이다. 캄보디아 역시 정부가 구성한 노동실태조사반에서 물가 등을 고려했을 때 최저임금을 현재보다 두 배 인상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영미, 주가는 사상 최고치인데 최저임금은 역대 최저 수준
최저임금 인상 문제는 현재 미국과 영국 사회 내에서도 ‘뜨거운감자’다. 미국에서는 맥도널드와 KFC 등 패스트푸드 가게 종업원을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최저임금을 인상해달라는 대규모 시위가 수차례 열렸다. 애틀랜타와 로스앤젤레스 등에 집중되던 시위는 점차 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오는 28일 신년 국정연설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된 구체적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오바마케어’ 실패에 따른 돌파구를 최저임금에서 찾으려 하고 있다고 평가절하하지만, 이는 그만큼 미국의 최저임금 문제가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미 브루킹스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시간당 7.25달러인 미국의 최저임금은 실질구매력으로 환산했을 때 1956~1983년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또 미국 경제정책연구소 분석 결과 최저임금이 미국 평균 임금의 37%에 불과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최대 사용자 단체인 영국산업연맹(CBI)이 이례적으로 임금 인상을 촉구했다. 존 크리들랜드 사무총장은 신년사에서 “너무 많은 사람들을 최저임금 수준의 일자리에 묶어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계마저 인정할 정도로 임금 격차 문제가 심각해졌음을 보여준다. 영국의 노동자 평균 임금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실질가치로는 13.8% 하락했다.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 수는 89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반면 영국 100대 기업의 경영진 평균 보수는 노동자 평균 임금의 136배인 것으로 조사됐다.
최저임금 인상 움직임에 따른 반발도 만만치 않다. 다국적 의류제조업체들은 값싼 노동력으로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고 있는 동남아의 최저임금 인상이 결국 소매가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저항하고 있다. 미국의 주류 경제지와 경제학자들은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일자리가 감소하는 역효과가 나타난다”며 “회복세로 접어든 경제가 다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ILO 보고서는 미국과 유럽의 경우 1인당 노동생산성과 임금 증가율 격차가 두 배 이상 벌어져 1999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경우 비농업분야의 1인당 노동생산성이 1980년 이후 85% 증가했지만 평균 임금은 35% 상승하는 데 그쳤다. ILO는 “실질임금 감소는 결국 소비를 위축시켜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해칠 수 있다”며 “적절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제의 균형을 다시 재조정(rebalancing)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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