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비즈니스 회사가 포기한 인도네시아 시장…거미줄 물류망 구축 '홈쇼핑王' 되다 유통∙물류 편집부 2015-05-28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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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국종 레젤홈쇼핑 사장(왼쪽)이 자카르타 본사 스튜디오에서 홈쇼핑 운영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한국경제 박수진 기자
해외서 꽃피우는 기업가 정신
인도네시아 '부동의 1위' 유국종 레젤홈쇼핑 사장"
레젤홈쇼핑은 인도네시아 1위 홈쇼핑업체다. 작년 3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연간 조(兆) 단위 매출을 달성하는 한국 홈쇼핑업체와 비교하면 영세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2위 업체와는 상당한 격차를 두고 있다. 인도네시아 인구가 2억5000여만명임을 고려하면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유국종 레젤홈쇼핑 사장(49)이 2007년 인도네시아로 온 이유다. 유 사장은 “인도네시아로 오는 비행기에서 단절과 두려움보다는 새 출발과 희망을 생각했다”며 “희망이 레젤홈쇼핑을 만든 비결”이라고 말했다.
탄탄한 물류시스템 갖춘 일등 기업
레젤홈쇼핑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24시간 방송채널 2개와 70개에 달하는 지방방송 및 케이블방송에 홈쇼핑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다. 취급 제품은 100여종. 직원은 650명이다. 전국 43곳에 물류센터를 두고 있다. 매출과 종업원 수, 채널 수, 물류센터 수 등에서 2위 업체와 압도적인 차이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은 더 크다. 작년 기준 홈쇼핑 실구매 인구는 150여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0.6%에 불과하다. 국민소득이 낮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400달러였다. 선진국 사례를 보면 1인당 GDP 1만달러 시대가 되면 홈쇼핑시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인도네시아에서도 10년 내 그런 때가 온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유 사장은 “2030년이면 인도네시아 중산층 인구가 1억여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중 5000여만명만 홈쇼핑을 한다면 시장은 지금의 30~40배로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레젤홈쇼핑은 그때를 대비해 열심히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게 물류시스템이다. 이 회사의 전국 물류센터는 43개다. 2위 업체의 네 배에 이른다. 그는 올해 10개 더 만들 생각이다. 동~서 길이가 5100㎞에 이르고 섬이 1만7000개에 달하는 세계 최대 도서국에서 홈쇼핑사업의 성패는 물류망 구축에 있다고 믿고 있어서다.
유 사장은 “물류센터가 있는 섬에서는 당일 배송이 가능하고, 오지 주문도 나흘 안에는 배송할 수 있다”며 “이런 시스템을 갖춘 곳은 레젤홈쇼핑이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바탕엔 오토바이 택배 시스템이 있다. 레젤홈쇼핑은 인도네시아에서 처음으로 오토바이 배송 시스템을 도입했다. 열악한 도로 사정을 고려해 기동성 있는 오토바이를 배송 수단으로 선택했다. 그 결과 인도네시아 최초로 당일 배송 시스템을 구축했다. 레젤홈쇼핑은 한국 증시 상장으로 물류센터 보강 등의 인프라 확충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 생각에 잠을 못 잤다”
유 사장은 대학(청주대 일어일문학과) 졸업 후 중국을 상대로 무역을 했다. “성적도, 학벌도, 집안도 내세울 게 없어 기업에 이력서를 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는 게 그의 얘기다. 유 사장은 생필품부터 의료기기, 전자제품에 이르기까지 닥치는 대로 팔았다. 나중에는 자동차도 판매했다. 돈은 꽤 벌었으나 항상 리스크가 컸다.
1995년께 안정적인 일을 찾던 중 한국경제신문에 난 홈쇼핑 특집기사를 봤다.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기사였다. 그 길로 39쇼핑에 원서를 냈다. 2006년 12월 말 현대홈쇼핑에 사표를 낼 때까지 11년을 홈쇼핑업계에서 일했다.
인도네시아와의 인연은 현대홈쇼핑 재직 시절 찾아왔다. 2005년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설립을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의 일원으로 9개월간 현지에 체류했다. TF의 결론은 ‘불가’였다. 외국법인의 지분 취득 제한 때문에 주도적으로 사업을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현대홈쇼핑은 깨끗하게 포기하고 철수했다.
하지만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자원 매장량과 인구, 소득 수준 등을 고려할 때 인도네시아 홈쇼핑시장은 시작만 하면 대박을 낼 수 있는 곳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두 번의 위기와 새로운 출발
과감하게 아내 몰래 사표를 냈다. 2006년 말이었다. 이듬해 초 인도네시아로 왔지만 사업은 순탄하지 않았다. 유 사장은 애초 동업을 하기로 했다. 돈은 지인이 대고 경험이 많은 그는 경영을 맡기로 했다. 그런데 현지에 와서 동업자가 말을 바꿨다. 유 사장에게도 돈을 내라는 것이었다. 앞이 캄캄했다.
일이 틀어져 놀고 있을 때 다른 동업자가 나타났다. 39쇼핑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들을 불러 30여명으로 팀을 꾸렸다. 돈도 장비도 턱없이 부족했지만 성공할 수 있다는 의욕은 충만했다. 2007년 초. 처음 방송을 내보냈을 때 10건이 넘는 주문이 들어왔다. 유 사장은 성공을 직감했다. 그는 “한국에서 39쇼핑 첫 방송 때 달랑 한 건 주문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며 “10건이 넘는 주문이 들어온 게 기적 같았다”고 말했다. 그래도 처음 2~3년간은 직원들 월급도 제대로 주지 못할 정도로 힘들었다.
어렵게 사업을 이끌다 2009년 ‘대박’이 났다. 한국에서 들여온 해피콜 양면 프라이팬이 100만개 이상 팔렸다. 사업은 순풍에 돛을 단 듯했다.
유 사장은 여세를 몰아 홈쇼핑에서 드라마 영화 음악 등으로 채널을 늘리고,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홍콩 한국 시장에도 진출했다. 한때 계열사가 10개를 넘었다. 그러나 준비되지 않은 확장경영은 ‘부메랑’이 돼서 돌아왔다. 한 곳에서 자금이 막히자 그룹 전체가 흔들렸다. 레젤홈쇼핑은 부실 계열사를 정리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는 “신중하지 못한 확장경영의 부작용을 뼈저리게 느꼈다”며 “큰 수업료를 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는 인도네시아 홈쇼핑시장에 더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레젤홈쇼핑은 본업에 집중한 결과 올초 홈쇼핑 실고객 150여만가구를 확보했다. 또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한 홈쇼핑사업에도 진출했다. 모두 현지 업계 최초다. 해외에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시장을 리드하며, 시장을 업그레이드하는 ‘K비즈니스’의 현장이다.
출처 :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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