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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사상 최초의 현지상장은행 ‘사우다라은행’ 인수
우리은행 최상학 행장 “전국 지점망 확대로 로컬시장 파고들겠다”
수디르만에 위치한 인도네시아 금융의 상징인 인도네시아증권거래소 16층에는 올해로 진출 22년을 맞은 우리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이 있다. 10일 아침 9시에 찾은 우리은행 창구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은행업무를 위해 찾아온 고객들을 맞이하는 직원들의 움직임이 분주했다.
아침 회의를 마친 최상학 행장은 밝고 편안한 미소로 취재진을 반겼다.
/대담:황윤홍 발행인
정리: 최서혜 기자
우리은행 인도네시아 법인 소개
우리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은 지난 92년도 6월 18일 설립되어 올해로 22년째 현지에서 영업을 해오고 있다. 그간 큰 우여곡절 없이 우리은행 인도네시아를 키워오면서 수익도 많이 내고 탄탄히 성장해왔기 때문에 성공적인 영업을 해 왔다고 할 수 있다.
2013년말 기준으로 대출금 4억불, 예수금 3억불의 규모로 약 150여명의 직원이 근무중이다. 현재 자카르타에 본점을 두고 한국기업이 주로 분포되어 있는 땅으랑, 찌까랑, 보고르 지역 등에 6개의 영업네트워크를 갖고 있으며 오는 2월에는 사당 지역에 점포를 새로 오픈할 계획으로 총 8개의 영업망을 구축하게 된다.
그러나 현재까지 한국 커뮤니티 내에서만 활동해 왔고 로컬망에 접근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20여년 정도 기반을 닦았으니 이제 로컬 시장에 적극적으로 접근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에 근무는 언제부터
부임 3년이 넘었다. 처음 인도네시아에 발을 디딘 것은 2010년 8월 24일이었고, 제대로 일을 시작한 것은 그 해 10월 14일부터였다. 은행에서는 주로 국제부문을 담당하여 런던에서 1990~1993년, 97년도 초~2000년 6월까지 3년 반정도 뉴욕에 근무했다. 97년도 IMF 위기 때 뉴욕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많이 어려웠다. 그리고 이어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의 합병으로 지금의 우리은행이 탄생하였는데 지나고 보니 IMF 당시 그리고 수 차례 은행간 합병 과정을 겪으면서 힘은 많이 들었지만 당시의 경험들이 금번 사우다라은행 인수 작업에 무척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한국 금융업 현황에 대한 고견
산업, 금융, 정부라는 큰 축을 놓고 봤을 때 산업은 현대, 삼성 등 대기업들이고 금융은 증권, 은행, 보험을 말하는데 한국의 산업화 초기에는 금융이 기업을 리드하는 형태였다 그러나 대기업의 해외 생산기지 구축을 통해 먼저 국제화 되었고 금융이 이를 따라가는 모양새 되었다 . 물론 해외로 진출한 한국계 은행들이 많지만 국제금융계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안 보이는 이유는 현지 금융 노하우를 비롯해 부족한 점이 아직 많다. 수 년 전부터 정부와 한국금융계는 국제화를 통해 세계시장의 진출해야 한다는 큰 명제에 주목하고 있다. 그 와중에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시장은 바로 인도네시아이다. 인도네시아는 금융뿐 아니라 산업 차원에서도 매우 각광을 받고 있다. 대국에 아세안을 리드하는 중심 국가로 전망도 좋고 특히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각종 노하우를 접목하여 함께 성장해나갈 수 있는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 금융사 최초의 외국 현지 상장은행 인수 의미와 전망
지금까지 많은 한국계 금융기관들이 해외에 진출해 영업활동을 하고 있으나 대부분이 해외지점, 해외법인형태로 한국계만을 대상으로 한정된 영업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번 사우다라은행 인수는 지금까지의 해외 진출 형식과는 전혀 다른, 즉 현지 상장은행을 직접 인수, 합병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다. 100년이 넘는 한국 금융사에 최초의 시도로 우리은행뿐만 아니라 정부로서도 한국 금융의 세계화를 향한 획기적인 시도라고 볼 수 있어 그 어느 때보다 부담이 크다.
사우다라 은행 인수 내용
보통 기업 전략에서 오르가닉 성장과 인오르가닉 성장이라는 개념이 있다.
오르가닉 성장은 기업자체적으로 자체 지점을 지속적으로 넓혀 시장에 침투하는 것이고, 인오르가닉 성장은 현지에서 이미 활발히 영업중인 은행을 인수하여 네트워크를 짧은 시간내 최대로 확대하는 방식으로 우리는 후자의 방법을 택하여 지난 2012년도부터 꾸준히 추진해왔다.
당시 인수 대상은행은 약 5개 정도였는데 우리의 전략과 가장 잘 맞는 사우다라은행을 파트너은행으로 선정하여 2012년도에 양자간 SPA(Sales and Purchase Agreement)계약을 제주도에서 극비리에 체결했다.
사우다라 은행은 1906년 반둥에서 설립되어 2006년 인도네시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은행으로서 주요 주주은 에너지 그룹사인 메드코사로 관계인 지분 67.2% 중 33% 우리은행 인도네시아가 6%, 한국의 우리은행본점이 27%의 지분 인수 승인을 중앙은행으로부터 승인 받았다. 최종적으로 우리은행 인도네시아와 합병 후에는 우리가 70%의 지분 보유한 대주주가 된다.
사우다라 은행은 우리은행에게 무엇을 기대했을까
사우다라 은행은 지분의 67%를 메드코 그룹이 보유하고 33%는 개인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메드코그룹은 주 전공이 에너지자원개발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은행을 키워나갈 노하우나 자신이 부족했던 것 같다. 또한 은행은 자기자본의 증액이 중요한데 사우다라은행은 현재 자기자본이 5천만불로 우리은행 인도네시아 법인 자본금 1억 5천만불에 비해 취약하다.
그리고 메드코 측은 사우다라은행 인수 후 은행업에 대한 노하우도 없는 상태에서 추가 자본 투입에 대한 부담이 있었고, 마침 금융전문파트너가 필요 했던 상태에서 한국의 대형 국제 은행 중 하나인 우리은행의 제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여 함께 손을 잡게 된 것이다.
메드코 그룹 회장이 한류팬이라고 들었다
인수 작업시에도 메드코그룹 임원들이 한국을 매우 좋아하고 자주 한국을 자주 오가며 협상하였는데 모두가 한류 광팬들이다. 특히 우리은행 이순우 행장과 메드코 그룹 회장은 공적인 관계를 넘어 개인적으로도 매우 친한 사이다. 메드코그룹 회장의 막내딸은 완전 한국 마니아로 방에는 한류스타 사진들을 줄줄이 붙여 놓을 정도라고 들었다. 나도 한국으로 출장 갈 때면 자그마한 선물들을 들고 와 전달하곤 하는데 이러한 사적인 친밀감이 큰 프로젝트의 성사에도 좋은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 같아 기쁘다.
중앙은행 등 현지 금융 관계자들의 반응은
인도네시아에는 은행수는 3년 전이나 지금이나 120개다. 경제규모에 비해 너무 많다. 이들 대부분이 소규모 은행들로 경쟁력도 없고 관리도 제대로 안되기 때문에 중앙은행 측에서는 은행 수를 줄이고 싶어한다. 은행 수를 줄이는 것이 인도네시아 금융계의 숙제이기도 하다.
중앙은행은 은행 수를 총40개 정도로 줄이고자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결국 은행간 합병을 유도해 은행의 규모와 경쟁력을 키우고, 시스템 보완을 통한 리스크 관리 능력을 키우고자 한다.
따라서 우리은행 인도네시아와 사우다라은행이 합병하는 것은 중앙은행의 정책방향에 절대적으로 부합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은행 간 합병을 위한 승인요청이 이미 중앙은행에 많이 접수가 되어 있다. 아마 16건 정도가 승인을 받기 위해 대기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은행 인도네시아와 사우다라은행 인수 합병 건이 기존 선순위 대기자를 밀어내고 중앙은행이 최근 수년간 승인해준 유일한 건으로 알고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방문과 한국대사관의 도움이 컸다는데
중앙은행의 승인을 받는 절차는 매우 복잡하다. 특히 서류 절차가 복잡한데다 중앙은행에서 정책적인 판단을 해줘야 한다. 2012년도 6월 계약 이후, 중앙은행 승인을 2013년 12월 말 받았으니 꼬박 1년 반 이상이 걸렸다.
금번 우리은행의 성공적인 현지은행 인수는 우리 대사관의 지속적인 도움이 절대적이었고, 특히 작년 10월 박대통령의 인도네시아 국빈 방문시 유도요노 대통령께 우리은행 인수승인 건을 비롯한 각종 현안을 직접 거론하시며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신 결과임을 부인 할 수 없다.
그간 거북이 걸음을 해왔던 우리은행의 인수프로세스가 중앙은행이 작년 영업 마지막 날 최후 순간에 전격 승인한 중앙은행의 은행 인수 승인 마지막 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2014년부터는 금융감독원(OJK)로 은행 인수 승인 업무가 이관됨)
특히, 김영선 대사께서 금융관계당국에 우리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과 관련한 현안 처리를 촉구하는 공문을 발송하시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표명하는 등 그간 동포사회 각종 현안에 적극 개입해 문제 해결에 최선의 노력을 다 해주셨다. 이 자리를 빌어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사우다라은행 인수에 대한 현지직원들의 반응과 직원과의 소통은
매우 좋아한다. 은행이 대형화 되는 것이 일단 좋은 일이고 합병에 따른 고통스런 인원감축이 없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현재의 우리은행 인도네시아는 지난 22년간 현지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없었다면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이에 대해 항상 고마워하고 직원들의 복지와 대우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약소하지만 직원들 생일 파티 등을 통해 사기를 진작하고 매일 아침 업무 시작 전에 다같이 모닝댄스 타임을 갖는 등 밝고 즐겁게 근무하는 직장 분위기 조성에 노력한다. 지난 연말에는 전 직원에 성탄 케익을 선물했다.
작년부터 추진해온 사우다라 은행 인수 진행 상황은 수시로 직원들에게 설명해주고 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져서인지 그 뒤 이직률도 많이 줄어들었다. 가능한 직원들에게 은행의 모든 일을 수시로 공지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 함께 개선한다. 직원 사기 진작을 위해 년 1회 워크숍을 실시하는데 지난해에는 전 직원 모두가 그간 원해 왔던 롬복을 1박 2일로 다녀왔다. 너무들 좋아해서 나도 무척 기뻤다. 그런데 비용이 좀 많이 들긴 했다.(웃음)
그리고 우리은행 전세계 17개국 60개 점포에서 현지 직원들을 매년 2차례 선발해 서울 본사에서 실시하는 연수 프로그램이 있다. 한국관광을 포함하여 우리은행지점 견학 등 다양한 일정이 마련되어 있어 연수에 참여한 직원들은 모두 한국 팬이 되어 돌아오는데 반응이 굉장히 좋다.
사우다라은행 인수에 대한 한국동포사화의 반응과 향후 한국금융기관 진출 전망
동포사회에서도 무척 자랑스러워 하고 있으며 많은 축하를 받았다. 앞으로 사우다라 은행 지점망을 활용해 우리은행 지점이 족자, 수라바야, 스마랑, 발리, 수마트라 등 전국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우리은행 이름의 통장과 현금카드도 발급하기 때문에 지방에 계신 동포사회에도 한걸음 더 가까이서 서비스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현재 한화증권, 대우증권, 키움을 비롯한 한국 금융기관들이 인도네시아 진출해 있는데 타 금융사들의 인도네시아 진출도 더욱 활발해 질것이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은 외국계 금융기관들에 금융주권을 뺏긴다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는듯하다. 정부와 국회 그리고 언론과 국민 감정을 염두에 둔 진출 전략이 필요하다고 본다.
동포커뮤니티에 새해 인사
인도네시아 만큼 동포사회가 탄탄하고 안정되고 활동적으로 운영 되는 한인회를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특히 서로 단합이 잘 되는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매우 흐뭇하다.
타 동포사회는 물론 진출역사가 오래된 탓도 있겠지만 갈등도 많고 고민도 많다. 우리 인도네시아는 동포들이 주로 기업을 영위하며 살고 있어 생활 기반들이 탄탄하고 여유롭고 현지에서도 인정 받는 분위기다. 이 모든 것들은 인도네시아 우리동포들이 가지고 있는 근면, 성실, 그리고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강인한 정신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하며 우리 동포분들 및 기업가 모든 분들께 심심한 존경의 말씀을 드린다.
올 한해도 인도네시아 경제, 정치 전반에 걸쳐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지금까지 슬기롭게 극복해 온 것처럼 한 단계 더 성숙하고 발전하는 한인 동포사회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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