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비즈니스 재정 절벽이 뭔가요 경제∙일반 편집부 2012-12-06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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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나랏빚 줄이기 위해
재정지출 확 줄이고 세금은 더 걷어
절벽에 선 것 같은 경제 충격 온다는 뜻
정부가 쓰던 돈을 줄여 나라 경제가 충격을 받는 것을 말합니다. 한나라 경제에서 제일 큰 소비자는 정부입니다. 그런 정부가 지갑을 닫으면 경제가 흔들립니다. 지갑을 닫는 이유는 대체로 나랏빚이 많아서입니다. 더 이상 빚을 내 돈을 풀기가 어렵다고 판단해 지출 예산을 깎는 한편으로 빚을 갚으려 세금을 많이 걷으면 경제사정이 어려워지겠죠. 이 충격이 낭떠러지에 선 것처럼 아찔하다고 해 ‘절벽’으로 표현한 겁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세금을 덜 걷고 정부 돈은 더 쓰는 식으로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썼습니다. 국민들이 쓸 돈을 늘리려고 세금을 줄이고, 가장 큰 소비자인 정부는 빚을 내 돈을 푼 거지요. 이른바 ‘부시감세법’을 2010년 연장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인 2001년 약 1000만 명에게 소득세를 깎아주기 시작했는데, 이 기간을 늘려 준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감세조치는 내년 1월 끝이 납니다. 소득세율은 소득에 따라 10~35%이던 것이 15~39.6%로 올라가게 됩니다. 또 시행중이던 사회보장세·상속세 감면, 긴급 실업보조금도 종료됩니다.
미국 정부가 쓰는 예산도 깎아야 합니다. 지난해 8월 미국 의회는 국가 부채 한도를 16조4000억 달러(약 1경8000조원)로 전보다 2조1000억 달러 올리는 데 합의했습니다. 그런데 조건을 붙였습니다. 정부가 쓰는 돈을 연간 1조2000억 달러 줄여야 한다는 거죠.
지출을 줄이기 위해 미국의 양당인 민주당·공화당 의원들은 당을 초월한 ‘수퍼위원회’를 만들어 삭감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하지만 합의를 하지 못했습니다. 민주당은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자’고 했고, 공화당은 이에 반대하면서 합의가 결렬된 거죠. 이렇게 되면 1조2000억 달러는 미국 정부의 내년 예산에서 자동 삭감됩니다.
세금을 더 걷고 정부 지출을 줄이는 식의 재정 절벽에 부닥치면, 일단 미국 정부의 재정상황은 좋아집니다. 미국 의회예산처(CBO)에 따르면 내년 6070억 달러의 적자를 해소하게 됩니다. 올해의 절반 수준입니다. 하지만 미국 경기는 후퇴합니다. CBO는 재정절벽이 닥칠 경우 내년 미국 GDP 성장률이 0.5%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반면 재정 절벽이 오지 않도록 해결할 경우엔 2% 내외로 성장률을 전망했습니다. 또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재정 절벽이 시작되면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을 늦출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경기 전망이 불투명하니 돈을 쓰지 않는다는 거죠. 따라서 실업률도 올라갑니다. 고용은 214만 명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백악관 보고서는 또 재정 절벽이 시작되면 미국의 1억1400만 가구가 매년 평균 1600달러(약 174만원)를 추가로 내게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매년 5만~8만 달러를 버는 중산층 가정은 2200달러를 더 내야 합니다.
이렇게 각 가정까지 직접 영향을 주는 사안이기 때문에 대선에서 주요 이슈가 됐습니다. 재선이 사실상 확정된 버락 오바마는 “세금을 계속 깎아주되 부자에게는 더 받자”고 했고, 밋 롬니 공화당 후보는 “부자를 포함한 모든 계층에게 계속 감세해 주자”고 했습니다. 정부 지출을 줄이는 방법에서도 이견을 보였습니다. 오바마 후보는 “국방비를 줄이자”고, 롬니 후보는 “건강보험·사회보장지출을 축소하자”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나서 주가가 하락한 것은 이 때문입니다. 오바마 당선자가 롬니 후보에 비해 세금은 더 걷고 재정지출도 더 줄일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죠. 선거 하루 뒤인 7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2.36% 떨어졌습니다. 나스닥 종합지수도 2.48% 하락했죠. 국내 증시도 영향을 받았습니다. 8일 코스피 지수는 1% 이상 하락해 1914.41을 기록했습니다.
재정 절벽 사태를 막기 위해 미국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여전히 부자 증세를 주장합니다. 현재 부부 합산 연소득 25만 달러(2억7000만원) 이상인 부유층에 대해선 소득세율을 35%에서 39.6%로 올리자는 거죠. 공화당은 의료보험 같은 정부의 재정지출을 줄이자고 합니다.
절충안도 나오고 있습니다. 공화당 내부에서는 연 소득 100만 달러 이상 고소득층의 세율을 올리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또 세율은 높이지 않되 고소득층 세금 감면 혜택을 줄이는 식으로 타협하자는 안도 있습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의회 지도부와 만난 오바마 대통령은 “해결할 자신이 있다”고 했다는군요. 이들이 어떤 식으로든 묘안을 내놓지 않는 이상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도 불안이 퍼질 수 있습니다. 미국의 정치권에 세계 각국의 시선이 향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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