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비즈니스 사방에 줄 쳐 놓고 먹잇감 기다리듯 세상 엮어내는 거미형 R&D로 가라 경제∙일반 편집부 2012-12-12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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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순 아서디리틀 코리아 대표
“개미처럼 열심히 하는 R&D가 아닌, 거미줄을 쳐놓고 먹이를 기다리는 똑똑한 R&D로 전환해야 합니다.”
경영컨설팅업체 아서디리틀 코리아 홍대순(42·사진) 대표는 최근 인터뷰에서 불확실성이 커진 시대에는 거미형 인재가 주도하는, 이기는 R&D 전략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개미형 인재는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해서 숙제를 잘 풀어내는 유형이다. 기술과 경험이 있으며, 협동정신과 근면함이 덕목이다. 주로 집단생활을 하고 능력에서 개인차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근대 산업사회 인재의 상징이다. 반면 거미형 인재는 거미줄을 쳐놓고 먹잇감을 기다리듯이 전략을 짜고 사전 준비를 하는 유형.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사고와 감정적이고 직관적인 사고를 동시에 할 수 있으며, 창의력이 뛰어나다. 개성이 강해 주로 단독생활을 한다.
홍 대표는 “지금까지는 ‘두께를 절반으로 줄여라’ ‘속도를 두 배로 높여라’ 같은 목표가 정해지면 개미형 인재가 열과 성을 다해 달성하는 추격형 R&D가 한국 산업을 이끌어 왔지만, 앞으로는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전략적으로 판단하는 거미형 인재를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잡성과 불확실성이 커진 오늘날엔 숙제만 잘해서는 안 되고, 문제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출제자가 되어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아날로그 세계에선 경험과 기술이 쌓여야 다음 단계로 올라설 수 있는 연속성이 있기 때문에 후발 주자가 선발을 단번에 추월할 수 없었지만, 디지털 세계는 언제든 경쟁구도와 순위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선발·후발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휴대전화를 만들지도 않던 애플이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시장을 열면서 노키아·모토로라 같은 휴대전화 강자들이 속속 무너진 것이 한 예다.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 같은 거미형 인재가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해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는 분석이다.
튀는 아이디어를 어떻게 사업화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한다. 3M의 포스트잇은 강력 접착제를 개발하던 중 실수로 끈적임이 적은 접착제를 만들면서 탄생한 발명품이다. 홍 대표는 “개미형 인재로만 구성됐다면 ‘접착력이 약하면 풀이 아니다’라고 했을 텐데, 고정관념을 깬 의사결정 덕분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거미형 R&D의 핵심은 거미줄을 쳐놓고 먹잇감을 기다리는 것.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아 선제적으로 시장을 만들어놓고 고객이 끌려들어 오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마차시대에 고객에게 “어떤 마차를 원하느냐”고 물으면 “좀 더 빠른 마차”라는 대답이 돌아왔지만, 포드가 자동차를 처음 내놓자 고객들은 기존 생활방식을 바꿔가면서 자동차로 몰려들었던 것과 같다. 홍대표는 “숙제만 열심히 하는 마차 회사는 속도를 높이는 R&D에 주력했지만, 출제자의 입장에서 문제를 재정의한 기업이 자동차 시대를 연 것처럼 새로운 게임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기업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거미형 R&D를 위해서는 공간구조나 시간 활용 같은 R&D의 기초부터 바꾸라고 제안했다. 구글의 모든 직원은 업무시간의 20%를 창의적인 프로젝트에 쓴다. 현재 맡고 있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을 스스로 찾아 개발해 나갈 수 있는 시간이다. 구글의 e-메일 프로그램인 G메일, 구글뉴스 등 구글의 히트 상품은 모두 20%에서 탄생했다. 3M도 업무시간의 10%를 현재 속한 프로젝트 이외의 일에 쓸 수 있는 ‘10% 룰’이 있다. 홍 대표는 “직원들이 산책을 하다가, 또는 목욕을 하다가 갑자기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 ‘유레카’라고 외쳐주길 기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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