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따라 창업하면 100% 망한다” > 경제∙비즈니스

나일론 지퍼, 의류 수출업 실패

청바지 워싱 사업으로 ‘대박’

세탁업 진출, 자동화 시스템 개발

“창업 후 죽기 살기로 해야 성공

열정 없는 사람에겐 가맹점 안 줘”

 

 

창업 20년 만에 1800여 가맹점을 확보한 국내 최대 세탁전문기업 크린토피아. 이 회사의 창업주 이범택(60) 회장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꼭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창업해야지 남 따라 하면 100% 망한다”고 말했다. 최근 창업시장은 은퇴한 베이비부머의 소자본 창업이 몰리면서 그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하다. 한 해 평균 59만5000개의 사업체가 신설되지만 한편에선 57만7000여개가 휴·폐업에 내몰린다. 이 회장을 만나 뜨거운 경쟁 속에서 창업이나 프랜차이즈가맹점으로 성공하는 비법을 물었다. 그랬더니 나온 답이 “남 따라 하지 말라”였다.

 

그는 “내가 바로 친구 따라 창업했다 숱하게 실패를 맛본 사람”이라고 회고했다. 그는 한양대 섬유공학과를 졸업한 뒤 ㈜럭키(현 LG화학)에 입사했다가 3년 만에 뛰쳐나와 1981년 사업을 시작했다. 첫 창업아이템은 나일론 지퍼. 그는 “당시 금속 지퍼 대신 나일론 제품이 막 나왔는데 인기가 대단했다”며 “나일론 지퍼를 만들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친구 말만 믿고 창업했다”고 말했다. 직장에서 3년간 모은 돈과 퇴직금을 쏟아부었지만 결과는 폐업. 나일론 지퍼 업체가 6개월 만에 수없이 생겨 원가도 못 건질 정도로 값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지퍼라곤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사람이 창업했다가 생산 기계 회사 배만 채워주고 끝난 것”이라며 웃었다. 이후 의류수출 업체를 차렸지만 다시 쓴맛을 봤다. 그는 “하다못해 통관 절차에도 까막눈이면서 그저 그럴싸해 보여 시작했으니 성공할 리가 있었겠느냐”고 했다.

 

이 회장은 “잇따른 실패 후 배운 교훈이 바로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자는 것이었다”고 했다. 그래서 시작한 게 청바지에서 물을 빼 ‘스노 진’을 만드는 청바지 워싱사업이다. 이 사업을 시작한 80년대 중반은 군데군데 물이 빠진 것 같은 스노 진이 유행하던 때였다. 하지만 당시 국내엔 진에서 물이 자연스럽게 빠진 것 같은 효과를 내는 기술을 가진 업체가 없었다. 이 회장은 경기도 김포에 축사를 빌려 중고 워싱 기계를 들여놓고 연구에 매달렸다. 그는 “내 전공이 섬유공학이라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며 “때론 코피를 쏟을 정도로 밤을 새워 가며 죽기 살기로 매달렸더니 워싱기술이 나오더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후 리바이스, 리 같은 해외 브랜드까지 이 회장에게 일감을 맡길 정도가 됐다. 워싱 사업이 시쳇말로 대박을 친 것이다.

 

92년엔 워싱 사업을 하면서 크린토피아사업을 새로 시작했다. 그는 “세탁업에 진출한 것도 워싱과 때를 빼는 게 유사해 잘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녹록지 않았다. 각종 국물의 때를 빼는 기술과 자동화 세탁 시스템을 개발하는 게 필요했다. 개발에 성공할 때까지 10년간은 줄곧 적자였다. 청바지 워싱 사업이 잘돼 적자를 메우고 자동화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세탁 사업도 본 궤도에 올랐다고 한다.

 

이 회장은 “창업 후에는 무조건 독기를 품고 죽기 살기로 매달려야 한다”며 “어영부영하는 사람 치고 성공하는 사례를 못 봤다”고 말했다. 세탁 사업을 하면서는 튼튼한 옷걸이를 만들기 위해 6개월 동안 철사더미 속에서 산 적도 있다고 했다. 이 회장은 “창업비가 적게 드니 그냥 크린토피아나 한 번 해볼까 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며 “난 그렇게 고민 없이 창업 아이템을 찾는 열정이 없는 사람한테는 절대로 가맹점을 안 열어준다”고 했다.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