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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비즈니스 할랄푸드 깐깐한 인증 넘고 넘어…무슬림 밥상 한식 바람 분다 유통∙물류 편집부 2018-05-15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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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은 ‘오징어볶음’을 먹을 수 있을까. 답은 ‘아니요’. 이슬람의 율법은 비늘이 없는 물고기 섭취를 금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식 고추장에 흰 쌀밥을 비벼먹는 건 어떨까. 역시 답은 ‘아니요’다. 발효식품은 부산물로 알코올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데, 알코올은 율법에 따라 먹거나 마셔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이런 음식이 제조된 시설에서 동시에 조리된 음식도 먹어서는 안된다.
 
‘할랄’ 푸드라고 하면 돼지고기와 술만 피하면 된다거나, 이슬람 방식에 따라 도축된 육류를 떠올리기 쉽지만 생각보다 규칙은 훨씬 광범위하고 까다롭다. 세계로 뻗어 나가는 한국 식품업체들에는 도전이자 기회다.
 
무슬림 인구 증가율은 전 세계 평균 인구 증가율 4.3%의 4배가 넘는 18.7%로, 식품시장 성장률도 전 세계 평균 63%보다 높은 92%로 나타나고 있다. 2019년에는 전 세계 11조 9,000억달러 규모에 달할 식품시장에서 21%를 차지할 것으로 농림축산식품부는 전망하고 있다.
 
특히 K팝과 드라마 인기가 높은 아시아권은 할랄시장의 63%를 차지한다. 이들은 이슬람에서 ‘허용된’이라는 뜻의 ‘할랄’이 아닌 음식은 입에 대지도 않는다. ‘하람’, 즉 율법에 따라 금지된다고 여겨서다. 한국 수입식품을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는 무슬림들이 많다. ‘불닭볶음면’ 등이 할랄 인증을 받은 이듬해인 2016년 삼양라면의 말레이시아 매출이 5배 넘게 뛴 것도 그 같은 이유로 분석된다.
 
하지만 인증은 매우 까다롭다. 공병천 신세계푸드 올반LAB 담당 상무는 “한식의 기본 양념인 고추장을 할랄 기준에 맞춰 개발해 인증받기까지 2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시판 고추장은 주정 성분으로 단맛을 더하지만, 율법에서는 금지된 재료다. 그래서 할랄 고추장은 알코올을 0.5% 이하로 저감시키는 후처리 공정이 필수적이다. 제품을 직접 찍어서 먹어보니 짠맛이 조금 강했다. 공 상무는 “주정을 빼고 만드는 과정에서 염도가 조금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할랄 인증서를 발급하는 세계 3대 기관은 말레이시아 이슬람개발부(JAKIM), 인도네시아 할랄인증기관(MUI), 싱가포르 인증기관(MUIS)이다.
 
이 중 세계 으뜸은 JAKIM이 꼽히는데, 말레이시아 정부 차원에서 할랄 인증산업을 육성하고 있어서다. 이곳의 인증을 받으려면 온라인 서류 접수 및 심사, 현장심사 및 인증 패널 미팅 3단계를 약 3~6개월에 걸쳐 진행해야 한다. 공 상무는 “한국이슬람교중앙회(KMF)의 심사 수수료는 제품당 200만원, JAKIM의 경우 항공·체제료를 포함해 제품당 약 1300만원이 든다”고 전했다.
 
현장심사는 원재료부터 공장 시설까지 샅샅이 살핀다. 2013년 햇반과 조미김, 김치 등 총 3개 품목 46개 제품에 대해 JAKIM의 할랄 인증을 받은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꼼꼼함에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CJ 관계자는 “김치의 경우 기본적인 원재료와 함께 맛을 내기 위한 조미액젓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원료까지도 모든 검사와 표준관리를 거쳤다”면서 “제품의 원·부재료부터 생산공정, 보관·창고관리, 운송 등 제품에 관련된 모든 관리 절차가 검토 대상”이라고 말했다.
 
공장 반경 500m 이내에 개, 멧돼지 같은 야생동물의 침입을 차단하고, 곤충이나 쥐의 오염 방지가 제대로 돼 있는지도 체크한다. 작업자의 개인위생과 시설 청결 상태 등도 심사항목에 포함된다. 인증의 유효기간은 2년으로, 재심사를 받아야 연장이 가능하다.
 
할랄 인증 제품이 위생적이고 품질이 뛰어난 것으로 인식되는 건 그 때문이다. 비무슬림들에게는 ‘신뢰할 만한 안전식품’ 마크로 통해 실제 소비층은 더 확대될 수 있다고 식품업계는 보고 있다.
 
이렇게 까다로운 할랄시장에 식품업체들이 진출하는 것은 저출산 및 인구정체로 인해 국내 식품시장의 성장이 한계에 달했기 때문이다. 유아동 인구가 줄어들면서 과자 및 빙과류 시장은 갈수록 축소되고 있고, 레드오션에 빠진 식품업체들의 영업이익률도 종종걸음 중이다.
 
반면 동남아 시장 전망은 밝다. 양성용 신세계푸드 사업기획팀장은 “말레이시아의 경우 1990년대 일본 음식이 유행했던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최근 한식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고 있고, 식문화의 일부로 정착될 가능성이 보인다”고 전했다.
 
이에 식품업체들은 한국의 맛을 살린 할랄 제품들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말레이시아 식품회사 마미와 손잡고 만든 ‘대박라면’ 김치맛과 양념치킨맛 2종을 지난 3월 출시했다. 현지 라면 대비 3배 이상 높은 가격에도 2개월간 200만개가 팔렸다. CJ제일제당은 할랄 인증 제품을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 수출하고 있고, 향후 중동으로 수출시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할랄푸드는 그렇지 않은 음식과 맛이 다를까.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 때 선수촌 식당에서 할랄 케이터링을 전담했던 신세계푸드의 김주환 요리사에게 묻자 “순간적으로 피를 빼서 도축하는 방식이 조금 다를 수는 있지만 맛에서는 거의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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