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인도네시아 한인 서예 동호회 <자필묵연> 전시 리뷰 > 자필묵연 自筆墨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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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필묵연 自筆墨緣 2017, 인도네시아 한인 서예 동호회 <자필묵연> 전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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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글
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413회 작성일 2017-09-12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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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작가, 우리의 오늘은 작품
 
 글 : 인재 손인식(서예가, 자필묵연 지도)
 
 
 
“와~ 이런 실력이 있었어요? 이거 자기 작품 맞아요?”

말은 분명 비방이다. 그런데 의미는 칭찬이다. 정기회원전 때면 더러 듣는 격려요 찬사다. 격려와 찬사는 특히 처음 참가하는 회원들에게 몰린다. 그러나 첫 출품회원들은 선뜻 대답하지 않는다. 쑥스러운 웃음으로만 답한다. 아직 세련되지 못한, 그래서 만족하지 못한 작품을 내 걸었다는 겸손의 의미다. 뭔가 해냈다는 자부심인들 왜 없으랴. 따라서 어느새 작가가 됐다고 추키는 이웃의 조크가 아주 객쩍지만은 않다. 문화가 창출하는 아름다운 삶의 한 단면이다.
 
인도네시아 한인 서예동호회 <자필묵연>이 <時習而展, 때때로 배워 펼치다>를 열었다. 벌써 열두 번째 여는 정기 전시(9월 7일~12일. 자카르타 한국문화원)다. 이 전시는 <사) 한국서예협회 인도네시아 지회전>을 겸한다. 25인의 회원이 83점의 작품을 내 걸었다. 2017년 대한민국서예대전 입상작 9점과 2017, 서울서예대전 입상작 17점도 함께 걸렸다.
 
정기전을 치르면서 늘 느끼는 것은 그 필요성이다. 정기전이란 이름으로 열리는 발표전은 공모전 참가와 함께 실력을 배양하는데 이바지하는 바가 매우 크다. 정기전은 항상 첫 참가자인 초보 학습자들이 있다. 이번 정기전에도 1회 발표전 때와 다름없이 학습 기간이 짧은 첫 참가자가 있다. 다만 수년 또는 10여 년을 수련한 회원들이 있어 작품의 양이 더 많아지고 질이 다양해졌다.
 
동호회원 정기전 작품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참 흥미로운 구석이 많다. 아주 현실적인 사항이나 목적이 오롯이 들어있다. 우선 자신의 내적 지향점이 선택한 구절과 글씨의 모습에서 빠끔히 드러난다. 자녀를 향한 간절한 기도의 마음이 돋보이기도 하고, 손자 손녀를 향한 사랑이 따뜻하게 숨겨 있다. 어떤 형태로든 소비되고 마는 시간이 나름의 염원을 담고 이런저런 작품으로 드러난다. 그래서 나는 동호회원들의 정기전 작품을 천천히 감상하는 것이 즐겁다.  
“꾸미려고 하지 마세요.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멋이나 기교가 아닙니다.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이지요.”
 
작품전을 준비할 때마다 내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작품, 단 한 점일지라도 작품을 창작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전업 작가인 내게도 창작이란 고행이다. 하물며 수련 기간이 짧은 동호인들이야 오죽하랴. ‘작품’이란 단어가 붙으면 시작부터 부담이 가중일 것이다. 더구나 전시장에 내 건다는 것은 용기도 필요한 일임이 분명하다.
 
작품이란 뭔가? 작품이 도대체 뭐지? 이 기회에 곱씹어보자. 일견 답은 간단하다. 작가의 결실이다. 그렇다면 작가란 누군가? 다 갈래의 답이 나올 수 있겠는데, 나는 여기서 이렇게 답하겠다. 과정에서 완성을 지향하는 ‘사람’이 작가다. 즉 과정을 뭔가로 맺는 ‘사람’이 작가다.
 
사람은 모두 오늘을 산다. 어제에 이은 내일의 과정으로서 오늘을 산다. 우리는 바로 그 오늘을 살기에 우리 모두 자기 삶의 작가요, 오늘은 오늘 자기의 작품이다. 오늘 흐르는 시간과 변하는 생각을 행동으로 뭔가 자기 방식으로 맺어내기에 우리 모두 작가다. 예술품을 창작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만이 작가라는 규정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작가 지향을 제한하는 규정 또한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무슨 일을 하든지 작가를 지향하자. 어떤 일을 하든지 작가가 되자. 무슨 일 어떤 일을 하더라도 작품으로 생각한다면 결과 또한 작품이 되지 않겠는가. 다만 좋은 작가가 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좋은 작품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최선의 열정을 기울여야 한다.
 
좋은 작가가 되고 싶은가? 좋은 작품을 창작하고 싶은가? 방법이 있다. 학습을 하면 된다. 서예로 예를 들겠다. 서예학습이란 시대를 관통하여 오늘에 남겨진 보편을 배우는 것이다. 보편이란 곧 서예의 역사와 고전이다. 보편이지만 그러나 모두 한 시대를 풍미한 특별한 것들이다. 평범한 것들은 역사로 기록되지도 고전으로 남지도 않기 때문이다. 곧 보편은 사회적으로 말하면 누구에게나 통하는 ‘상식’이다. ‘진리’다. 많은 이들이 상식을 소리 높여 외치는 이유가 여기 있으리라.
 
흥미롭지 않은가? 한 시대를 풍미한 특수성이 시간이 지나 역사와 고전이 되는 순간 누구나 보고 배울 보편이 된다는 것. 누구에게나 어떤 일에서나 그 보편을 배우는 것이 최고의 학습이라는 것. 물론 작가에게는 참다운 창작을 해야 한다는 과제가 뒤따른다. 보편 위에 올려놓아야 하는 오늘 자기의 특수성이다.
 
우리 모두 작가가 되자. 작품을 창작하자. 그래서 시간이 흐른 다음 역사가 되고 보편이 되자.

※ 여기에 실린 작품은 2017, 자필묵연 정기전 출품회원 작품 중 각 한 점씩 선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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