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띡, 느린 영혼의 여행 ①
본문
바띡, 느린 영혼의 여행 ①
글. 사공 경 / 한인니문화연구원장
*무단복제 금지
바띡(Batik)에는 시계의 시간이 아니라 자연의 시간이 흐른다. 철학의 시간이 흐른다. 바띡은 한없이 느린 시간을 통해 만들어진다. 이 느린 시간이 주는 고해성사를 통해 바띡 만드는 여인들은 철학자가 된다. 느린 시간의 아름다움을 통해 예술가가 된다. 바띡은 신께 헌신하고 자연에 순응하는 정갈한 마음으로 문양의 상징성을 되새기며 섬세하고 정교하게 그려야하기 때문에 인내심이 필요하고 사랑 없이는 완성될 수 없다.
인도네시아 직물의 대명사는 바띡이다. 흔히 바띡을 자바의 영혼이라고 한다. 그만큼 자바인의 생활에 깊숙이 뿌리박혀 있기 때문이다. 그 문양에는 그들의 우주관과 철학, 인생관, 문화적 배경, 지역적 특성, 생활양식 등이 내재해 있다. 그래서 바띡을 이해하지 못하면 인도네시아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또한 바띡은 전통문화이나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고 현재진행형이다. 현재와 과거를 아우르는 바띡으로의 시간 여행은 그 자체가 아름다움이다.
1. 바띡(Batik)이란?
직물 중에서도 바띡은 대중들에게 쉽게 전통문화와 천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게 해 준다. 바띡은 질이나 완성도 면에서 인도네시아 자바산(産)이 가장 우수하다. 그래서 바띡하면 인도네시아(자바)를 먼저 떠올린다.
바띡은 특정한 의복이나 문양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염색기법을 말하기도하고 그 염색기법으로 만든 옷감이나 옷을 말하기도 한다. 바띡 염색기법은 말람malam(왁스 혼합물)으로 그려지거나 덮인 부분은 염색이 되지 않는 (wax-resist dyeing) 기법을 이용한다.
여러 문헌에 의하면 바띡의 어원은 다음과 같다. ‘Ambatik'으로 ‘천위의 작은 점들’이라는 뜻이다. ba는 옷이라는 뜻의 baju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 tik은 Tritik이나 Titik에서 유래를 찾을 수 있다. 뜨리띡(Tritik)은 염색하지 않고 싶은 부분을 바느질로 봉합해 염색을 막는 염색법을 말한다. (칼리만탄에서는 현재도 이러한 기법을 사용해 아름다운 천을 만들고 있다. 이는 바띡은 아니다. 바띡은 꼭 말람을 사용해야한다.) Titik은 인도네시아어로 ‘점을 찍다, 점을 떨어뜨리다’라는 뜻이다. 띡(tik)은 작은 점을 여러 개 찍을 때의l 의성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띡은 부드럽고 작고 아름다운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유네스코 웹사이트에는 바띡의 어원이 이렇게 실려 있다. Batik from Javanese word: Amba ='to write' and Titik= 'dot' 바띡은 그 어원처럼 말람액을 옷감 위에 적절히 점을 찍듯이 연결해 세계에서 가장 독특하고 아름다운 문양을 만들어낸다.
2. 바띡 제작 과정과 도구
(1) 천(옷감)을 준비
천(면이나 실크)을 부드럽게 하여 염료가 잘 스며들고 말람을 잘 착상되게 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단계를 거쳐야한다. 준비된 천을 씻은 후, 식물성 기름 (Minyak Camplong+Soda)에 담그기, 삶기, 풀 먹이기, 말리기, 다듬이질과 같은 과정을 거친다. 천은 예술작품을 그리는 화폭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일등급 면은 katun primissima라 부르며, 씨실 100~120줄/per inch, 날실 105~125/per inch로 이루어져 있다. 날실과 씨실 수가 줄어들수록 질이 떨어진다. 이등급 면은 katun prima, 3등급 katun santyo (면+sodium hidroxide), 4등급 katun dobi (면+polysteer)이다. 1960년대부터는 실크도 많이 사용한다.
천(면이나 실크)을 부드럽게 하여 염료가 잘 스며들고 말람을 잘 착상되게 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단계를 거쳐야한다. 준비된 천을 씻은 후, 식물성 기름 (Minyak Camplong+Soda)에 담그기, 삶기, 풀 먹이기, 말리기, 다듬이질과 같은 과정을 거친다. 천은 예술작품을 그리는 화폭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일등급 면은 katun primissima라 부르며, 씨실 100~120줄/per inch, 날실 105~125/per inch로 이루어져 있다. 날실과 씨실 수가 줄어들수록 질이 떨어진다. 이등급 면은 katun prima, 3등급 katun santyo (면+sodium hidroxide), 4등급 katun dobi (면+polysteer)이다. 1960년대부터는 실크도 많이 사용한다.
(2) Malam 작업 - 왁싱
천에 밑그림을 그리고 나서 그 위에 말람 작업을 시작한다. 처음에는 벌집에서 나오는 밀납(beeswax)만 사용하다가 수요가 많아져서 파라핀(paraffin), 송진, 동물성 기름도 함께 사용하게 되었다. 이러한 혼합물을 말람이라고 한다. 디자인에 따라 다른 배합 비율로 말람을 만든다. 이 비율은 가계나 바틱업체 마다 비밀에 부쳐지고 다음 세대로 전승된다.
천에 밑그림을 그리고 나서 그 위에 말람 작업을 시작한다. 처음에는 벌집에서 나오는 밀납(beeswax)만 사용하다가 수요가 많아져서 파라핀(paraffin), 송진, 동물성 기름도 함께 사용하게 되었다. 이러한 혼합물을 말람이라고 한다. 디자인에 따라 다른 배합 비율로 말람을 만든다. 이 비율은 가계나 바틱업체 마다 비밀에 부쳐지고 다음 세대로 전승된다.
왁싱을 하고 바띡을 그리는데 아래와 같은 도구가 필요하다.
① Canting: 12세기에 만들어진 짠띵은 그림과 같은 형태로, 이전 형태에 비해 좀 더 섬세한 작업을 가능케 한다. 이전에는 나무의 앞부분을 날카롭게 만들어서 사용하였다. 앞쪽에 구리나 꾸닝안(Kuningan)으로 만들어진 얇은 작은 용기가 달려 있는데 이는 무겁지 않고 단단하며, 대나무나 나무로 만들어진 6인치 정도의 손잡이가 있다. 짠띵에 녹인 말람을 담고, 흘러내리는 말람으로 점을 찍듯이 문양을 그린다. 만년필 모양의 도구로 앞부분에 쭈쭉(cucuk)이라고 불리는 대롱을 통해 뜨거운 말람액이 나온다. 용도에 따라 한 개부터 최대 일곱 개의 쭈쭉이 달려있다. 말람이 굳기 전에 원하는 그림을 그려야 하기 때문에 짠띵 사용은 숙련된 기술과 정성이 필요하다. 넓은 면을 말람으로 덮을 때는 짠띵 대신 붓을 사용하기도 한다.
② Cap(=stamp): 1815년경에 바띡 문양이 새겨진 나무로 만든 도장이 있었다. 바띡 작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1845년대 자바 섬의 북부해안에서 구리로 만들어진 큰 도장(대체로 30X30cm)이 등장한다. 이 도장은 손잡이는 철로 만든다. 바띡 한 장(2mx1.15m)을 만드는데 45일이 소요되었는데 짭을 사용하여 하루에 20장씩이나 생산하게 된 것이다. 이로써 바띡의 산업혁명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③ Gawangan: 천(화폭)을 펼쳐서 걸어 두는 대나무나 나무로 된 걸이를 말한다. 가왕안에 펼쳐둔 천에 넓고 깊은 철학의 세계를 그리면서 영적인 세계를 추구한다.
④ Wajan: 말람을 녹이는 직경이 20cm 정도의 냄비 같은 용기를 말한다.
⑤ Anglo (Kompor): 말람을 녹이기 위한 작은 화로이다. 요즈음은 전기냄비를 많이 사용한다. 문양을 그리면서 신의 가르침을 알기위해서는 꼼뽀르에서 나오는 불과 같은 뜨거움이 있어야 하리라.
(3) 염색 (Dyeing)
전통적인 염색은 다양한 천연재료를 사용한다. 한 예로 문양이 완성된 천을 인디고(indigo, 천연 청색) 색상으로 염색을 하고 나서 계속해서 청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염색된 부분을 모두 말람으로 덮어야 한다. 다음으로 소간(sogan, 천연 갈색) 염료로 염색을 하게 되면 말람으로 덮인 부분은 여전히 인디고 청색을 유지하게 된다. 참고로 인디고색은 소간색보다 염색이 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어렵다. 그래서 인디고를 먼저 염색한다. 잘 배합된 염료는 탈색되지 않고 깊고 풍부한 색상이 나온다. 염료의 배합 비율도 바띡업체의 기밀에 속한다.
(4) 말람 제거 (removing the wax)
일반적으로 삶아서 말람을 녹이지만 작은 칼로 긁어내기도 한다. 끊는 물에 soda를 넣으면 말람을 효율적으로 없애는데 도움이 된다.
이처럼 바띡은 옷감이라는 화폭 위에, 짠띵이나 짭이라는 도구를 통해 만들어진다. 짠띵이나 짭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예술품이다. 다양한 색상의 바띡을 만들려면 염색 후 일련의 과정을 다시 거치고, 또 염색을 해야 한다. 자바를 뛰어넘어 인도네시아 인들의 정체성이 가장 잘 담긴 세계문화유산인 바띡 뚤리스(tulis)는 이처럼 작업 과정 뿐 아니라 도구나 재료도 아놀로그 방식이다.
인도네시아 인들은 바띡에 신비와 주술적인 힘도 있는 것으로 믿는다. 산, 바다 등 대자연을 향한 경외와 화산 혹은 지진해일 같은 자연재해나 모든 악운으로부터 보호받고자 하는 염원도 바띡에 담는다. 바띡은 명상과 인내, 집중이 요구되는 영적인 예술 활동으로, 그들은 느리고 섬세한 작업을 통해 영혼의 먼지를 털어내면서 구도자 같은 모습으로 바띡 문양을 그린다. (② 바틱의 역사 연재)
참고문헌: Batik 'The Soul of Java' by Fred W. van Oss Indonesia Indah by Drs. Biranul Anas
추천0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