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바에서 시를 읽다 ⑤
본문
춘망사 (春望詞)
시/ 설도
花開 不同賞 / 꽃 피어도 함께 바라볼 수 없고
花落 不同悲 / 꽃이 져도 함께 슬퍼할 수 없네
欲問 相思處 / 그리워하는 마음은 어디에 있다가
花開 花落時 / 꽃 피고 질 때만 찾아오는지
攬草 結同心 / 풀 뜯어 동심결로 매듭을 짓고
將以 遺知音 / 님에게 보내리라 마음먹다가
春愁 正斷絶 / 그리워 타는 마음이 잦아질 때면
春鳥 復哀吟 / 봄 새가 다시 와 애달피 우네
風花 日將老 / 바람에 꽃잎은 날로 시들고
佳期 猶渺渺 / 아름다운 기약 아직 아득한데
不結 同心人 / 그대와 마음 하나 맺지 못하고
空結 同心草 / 공연히 동심초만 맺고 있다네
那堪 花滿枝 / 가지 가득 피어난 저 꽃 어찌하려나
번作 兩相思 / 날리어 그리움으로 변하는 것을
玉箸 垂朝鏡 / 아침에 거울 보며 흘렸던 눈물을
春風 知不知 / 무심한 봄바람은 아는지 모르는지.
NOTE ********
성도(成都)에 가면 당(唐)나라의 여류 시인 설도를 만날 수 있다. 우리 나라에 황진이가 있다면 중국에는 설도(薛濤 7790 - 832)가 있었다. 부모를 일찍 여의고 집안이 가난했던 탓에 설도는 악기(樂妓-기예(技藝)를 파는 기녀)가 되었다. 그녀의 당대의 시인이자 사천감찰어사로 성도에 온 10살 연하의 원진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미 아내가 있었던 원진은 설도와 며칠 간 짧은 사랑을 나눈 후 성도를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설도는 평생동안 독신으로 지내며 원진을 그리워했다. 그녀는 생전에 500여 편의 시를 지었다고 하나 지금은 88수가 전해진다. 춘망사는 그녀의 곁을 떠나가버린 원진에게 바치는 시다. 우리 가곡인 ‘동심초’는 그녀의 시 춘망사(春望詞) 중 세 번째 수를 번역한 것이기도 하다. 1200년이 지난 지금, 원진을 그리워하며 평생을 보낸 설도의 저 애틋한 사랑을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문득 궁금하다. 휴대폰 문자 메시지로 사랑을 속삭이고 이별을 고하는 세대들에게 저 그리움의 깊이가 과연 짐작이나 될 수 있을런지.
채인숙/ 시인. 2015년 <실천문학> 오장환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카피라이터, 라디오 작가, 다큐멘터리 작가 등으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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