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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바에서 시를 읽다 ⑥

채인숙의 독서노트 작성일2017-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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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바깥은 없다
시/  도종환
 
희망의 바깥은 없다
새로운 것은 언제나 낡은 것들 속에서
싹튼다 얼고 시들어서 흙빛이 된 겨울 이파리
속에서 씀바귀 새 잎은 자란다
희망도 그렇게 쓰디쓴 향으로
제 속에서 자라는 것이다 지금
인간의 얼굴을 한 희망은 온다
가장 많이 고뇌하고 가장 많이 싸운
곪은 상처 그 밑에서 새살이 돋는 것처럼
희망은 스스로 균열하는 절망의
그 안에서 고통스럽게 자라난다
안에서 절망을 끌어안고 뒹굴어라
희망의 바깥은 없다
 
출처 :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RHK 출판사)
 
 
NOTE *******
세상이 바뀌었다.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했다. 나라의 수장이 바뀐다고 해서 세상이 하루아침에 뒤집히는 일은 없겠지만, 추운 겨울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던 국민들의 염원이 이루어진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사람들은 그 광장에서 무엇을 얻고 싶었을까. 나는 그것이 새로운 희망이었을 거라 짐작한다. 희망은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 의미를 얻는 일이다. 지금 내가 걷고 있는 길에서 내 삶의 의미를 스스로 찾아내는 일이다. 얼고 시들고 상처가 되어 곪아터지고 스스로 균열하는 일이 있어도, 그 절망을 끌어안고 기어이 다시 희망을 찾아내고야 마는 것이다.
 
시인은 하필이면 그토록 춥디추운 겨울 눈밭에서 새로운 생명을 키워내는 자연의 섭리를 되새겨 보라고 말한다. 그리고 다른 바깥의 어느 곳이 아니라 바로 제 속에서 자라나는 희망을 들여다보라고 말한다. 나는 무엇보다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청년다운 삶의 의미와 희망을 찾을 수 있는 나라가 되기를 기도한다. 세월호의 부모들이 눈물을 닦고 잃어버렸던 일상을 찾아나설 수 있는 나라가 되기를 기도한다. 그 모든 희망이 바깥이 아니라 우리 안에서 이루어지길 기도한다. 인간의 얼굴을 한 희망이 우리에게 찾아와 상처받고 균열되었던 모든 마음들에 새살이 돋아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채인숙/ 시인. 2015년 <실천문학> 오장환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카피라이터, 라디오 작가, 방송 다큐멘터리 작가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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