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하리! 바람처럼 빛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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興風! 흥하리!
바람처럼 절로 일어 날마다 빛나리!
다시 바람이 인다. 이리 익숙한 것이 이리 낯설게 다시 나를 깨운다. 아지랑이 살랑거리는 연초록 봄바람? 아니다. 보리밭 뒤흔들고 여름으로 짓쳐가는 초록 맥풍도, 무더위와 한판 대결을 즐기는 삼복의 계곡 바람도 아니다.
또글또글 가을볕 거들어 벼 이삭 익히는 누런 바람도, 동쪽 울타리에 늦게 핀 국화를 시샘하는 보랏빛 그것도 아니다. 빈 벌판 우레처럼 내달리고, 산마루 낙락장송 감싼 달빛 덮치는 하얀 삭풍은 더더욱 아니다.
아 느낌 푸짐한 팔 색 산바람, 건기와 우기를 사는 열대 나라 산마을 바람, 후우욱~ 마음속 깊이 파고드는 결 곱기도 고울사. 색 감추고 모양 숨기고도 드러내는 각양이 이리 신비하다니. 어디서 일었을까?
내려다보이는 숲을 넘어 온 바람, 이젠 작은 산골을 따라 어디로 흐르려는가. 이 산마을 지나면 나는 바람이 간 곳 몰라라.
그래 새벽엔 말간 새날을 열었지. 아침엔 찰랑찰랑 햇살 산뜻하게 폈었지. 덕분에 풀과 나무 꽃들이 제 나름 가진 색을 맘껏 뽐냈지. 生命恒於動, 그래 생명이 있는 것은 항상 움직이는 것이 순리.
바람 없는 숲, 바람 일지 않는 산마을 얼마나 싱겁겠어. 따끔따끔 화난 열대 나라 한낮 햇빛 흔들어 달래는 바람, 스콜 한줄기 몰고 와 기우는 오후 빛을 씻기는 바람, 어디서 물구름을 실어왔는가?
또 어디로 실어가 뭇 생명에게 세례를 주고 은총이 되는가. 바람, 이젠 내 앞에서 여리고 청아한 혼으로 석양을 마중하누나. 네 이름이 바로 ‘바람’이구나.
어젠 지구촌 어디에서 바다를 성나게 했다지? 또 어디에선 많은 비를 몰아 산마을을 덮쳤다지? 왜 그랬을까?
나는 오늘 또 바람을 쓴다. 천년 바람에도 변하지 않을 먹을 갈아 언제나 순정하게 만 가지 상과 천 가지 색을 받아들이는 하얀 바탕위에 바람길 하나 내 희망으로 새긴다.
興風! 흥하리!
바람처럼 절로 일어 날마다 빛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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