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가의 골프 만담 5 ] 골프 라운딩, 뭣이 중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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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가의 골프 만담 5]
골프 라운딩, 뭣이 중헌디?
손님이 오셨다. 계절이 찾아오듯 그렇게. 아니, 때가 이르면 휘휘 날아드는 철새와 더 닮았다. 그래, 그의 방문은 먼 공간과 도타운 시간 사뿐 날갯짓으로 지우는 철새 도래와 더 어울린다. 때마다 의연함과 호기심 도탑게 지니고 오신다. 부부 늘 함께이니 원앙 같은 느낌이다.
함께 라운딩을 즐겼다. 라운딩 때면 그는 늘 겹으로 누리는 것이 있다. 인도네시아 자연이다. 그가 거주하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Dubai), 거기와 많이 다른 녹색 향연이 펼쳐진 곳. 녹색 향연은 그에게 늘 그리움의 대상이다. 만났으니 속삭여야 한다. 자연의 박동 마음에 새겨야 한다. 싱그러움 눈에 가득 담아야 한다. 나무와 꽃, 풀이 나눠주는 기운 듬뿍 품어야 한다.
사막에서 온 신사에게 레인보우 골프장은 그래서 좋다. 우뚝 솟은 산, 겹겹 쌓인 크고 작은 봉우리 둘렀으니 신선이 노니는 곳이지 싶다. 흘러내린 능선 손에 잡힐 듯 가까우니 신선된 듯 흐뭇하다. 라운딩으로도 족할진대 며칠이고 머무르는 호사도 누린다. 동향이자 고교와 대학까지 겹겹 인연을 지닌 지인이 골프장 내 주택에 터를 잡고 살기 때문이다. 몇 가지로 편의도 받으니 이 아니 좋으랴.
▲ ▼ ▼ 레인보우 골프장 풍경
▲ 정성원 회장. 레인보우 골프장에서 라운딩 중
그의 라운딩 시간 팔 할은 자연과 속삭임이다. 울울창창한 나무들 생명력 훑기다. 수종을 가려 성장세를 기록하는 학자인 듯 진지하다. 아니, 임시나마 깃들 나무를 가리는 철새의 맘 쯤이겠다. 그의 사랑을 받는 수많은 꽃, 웃음으로 흔들리지 않고 어쩌랴. 수많은 풀 눕고 일어서며 춤추지 않고 어찌 버티랴. 자연과 사람의 교분이야말로 서로 우러름이다. 감춰진 순정함 캐내기다. 하니 그가 자연과 나누는 속삭임을 보는 것도 기쁘다. 사람 간 다정도 모름지기 식물적 사랑이 으뜸이라 했다. 은은히 바라보고 안으로 교감하며 그 존재에 감사하는.
그는 사십하고도 수년 전 대한항공 주재원으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교류 여부나 지정학을 들춰도 당시는 한국인들에게 불모지로 분류되던 아랍에미리트 연합국 아부다비가 기착지였다. 신항로 개척이 주어진 임무였다. 인연의 시작은 필연의 문일레라. 그것이 곧 그의 가족 미래 개척이기도 했다. 지금 그는 세계인이 ‘사막의 기적’, ‘상상이 현실이 되는 나라’로 인정하는 두바이, 그 두바이 40여 년 시민으로 산다.
정장완(71), 그는 여행을 좋아한다. 지금도 틈만 나면 부부 함께 자연을 찾아 휘돈다. 자녀가 자라던 때는 두바이와 다른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 꼭 필요했다. 비를 찾아 산을 찾아 나무를 찾아 동서남북을 가리지 않고 하늘을 날았다. 두바이는 중동의 허브이자 지구촌 항로 요충지다. 24시간 1분 간격으로 세계 각지로 오가는 비행기가 뜨고 내린다. 그도 늘 날고 싶었으리. 자연 찾아, 인연 따라 오간 나라 숫자가 무려 80개국.
머물 때도 그는 그냥 머물지 않았다. 자카르타에서는 가톨릭 교우가 되어 세례를 받았다. 아부다비나 두바이에서는 한글학교를 이끌었다. 평화통일 자문위원회 활동으로 국가와 교민 간 교량 역할을 했고, 한인 성당의 임원으로 교우들을 이끌었다.
그의 인도네시아 사랑, 자연이 그 시작이었다. 20여 년 전, 그때도 부부 함께였다. 대한항공 사직 후 창업한 가구업 관련 전시 참관과 여행을 겸한 방문이었다. 첫날이 밝은 후 호텔 문을 나설 때다. 스콜이 선을 보였다. 아릿한 비, 사실로 내리는 비였다. 하강하는 물방울의 신비였다. 주위를 둘러봤다. 비바람에 몸을 맡긴 야자수의 흔들림, 짜릿한 생의 구가였다. 도심을 살찌우는 물먹은 건강한 나무들이 쏟아내는 음표까지.
여기다. 여기서 살자. 부부의 눈이 마주쳤다. 반 거주지로 선택한 순간은 짧았다. 얼마 후 아파트를 얻었다. 사막에서 기적을 일군 나라 아랍에미리트 연합국 두바이와 넉넉한 자연을 간직한 남방의 나라 인도네시아를 함께 사랑하기로 했다. 그로부터 두 나라를 오가며 생활한 것이 무려 4년, 현실의 효율성 때문에 나눠 살기를 접은 이후로도 마음은 인도네시아에 둘 때가 잦았다.
그는 아부다비 사막에 들어선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시작했다. 지금은 두바이 Emirates Golf Club이 주 라운딩 무대다. 매년 1월 PGA Desert Classic이 열리는 골프장이다. 1988 개장했으며 중동 최초이자 최고 골프장으로 국가 소유다. 1989년부터 EPGA 연초 개막 Club으로 30여년 전통을 쌓았다. 36홀로 18홀은 휘황한 조명 아래 야간 라운딩도 가능하다고 한다. 이 어찌 사막 위에 별처럼 뜨는 낭만 하나 아니랴.
▲ ▲ ▼ ▼ ▼ 중동 최초, 최고의 골프장으로 꼽히는 Emirates Golf Club
허허벌판 사막에 나무를 심고 가꿔 우거지게 하니 골프장을 빌미한 인간의 꿈 실현 아니랴. 잔디를 깔고 연못을 조성했으니 상상의 현실이리라. 강렬한 태양 아래, 후끈한 모레 위에서 펼치는 두바이 골프장 라운딩 이야기는 참 흥미롭다. 일명 사막과의 체력 싸움, 체험해보지 않은 나로서는 실감 부족이지만 그것이 바로 창조이지 싶은 거다.
그는 어딜 가나 할 수 있다면 골프 라운딩을 피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을 위해 골프 클럽을 대동하지 않는다. 머무르는 곳에서 주어진 골프 클럽으로 라운딩을 즐긴다. 라운딩 본질을 자연과 교분에 두기 때문이다. 아직 유연하고 멋진 스윙을 유지하는 비결이리라. 드라이버 거리에 나이를 핑계 댈 필요 없는 이유이라.
▲ 마침 그의 방문 때 망기스 나무가 첫 수확을 안겼다. 작은 파티를 열었다^^
그는 음악을 즐긴다. 아제르바이잔 여행을 할 때는 그 지방 고유의 악기 두둑 연주에 빠졌었다. 포르투갈에서는 파두 음악에 젖었었다. 그는 스스로 소리를 빚는데도 능하다. 뽕짝이 필요하면 즉석에서 십 수 곡 풀어내기 어렵지 않다. 결혼 즈음에는 100곡이 가능했다고 부인께서 귀띔을 한다. 라디오에서 트로트가 구성지게 흘러나오면 어린 자녀들이 단박에 그것을 아버지 노래 나온다고 했을 정도다. 그뿐 아니다. 경기민요나 남도 육자배기도 두루 섭렵했다. 분위기 잡히면 감칠맛 나게 뽑아내는 그의 소리에 추임새가 절로 나온다.
오늘, 그가 떠나는 날이다. 그 때문일까? 어제 저물녘 비가 흠뻑 내렸다. 도착한 날 부터 비 이야기를 했었다. 아직 건기인지라 비를 못 보는 여행이 될까 싶어 안타까워하던 그였다. 묘하다 싶게 그가 머무는 곳 중심으로 마른 대지를 푹 적셨다. 이 또한 때 맞춰 내리는 그 시우(時雨) 아니랴? 남는 자의 느낌도 썩 좋다. 가시는 손님에게 귀한 선물하나 들려 보내는 기분이다.
그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인도네시아 산천을 좋아 한다. 마주치면 선한 웃음을 짓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을 좋아한다. 머잖아 다시 찾을 이유가 그 부부에겐 많다. 그날 다시 자연을 함께 즐기는 재회의 라운딩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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