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부의 사랑 법
본문
< 인도네시아에서 보는 세상 >
이 부부의 사랑 법
부부의 날, 가정의 달 오월 중 하루다. 두 사람(2)이 하나(1)가 된다는 의미를 담아 21일이다. 2007년 법정 기념일로 제정했다. 처음엔 '건강한 부부와 행복한 가정은 밝고 희망찬 사회를 만드는 디딤돌'이라는 표어로 민간단체가 주도했다. 정부에 청원을 내자 ‘평등하고 민주적인 부부문화를 장려하고 선도하기 위해’ 국가가 화답했다.
부부, 그 의미를 따지면 새길 것 참 많다. 그러나 결론으로 건질 것은 딱 하나 아니랴. 누구나 이해하고 알만한 부부애. 그 귀하고도 흔한 단어 ‘사랑’. 물론 부부간 드러나는 사랑 모습이야 부부마다 천차만별이리라. 무엇이 옳고 그르며, 어느 부부가 더 행복하다고 내세울 것이 따로 없다. 어떤 형태든 그 고유한 부부애를 존중해야 할 뿐.
사랑, 필자가 이 단어를 쓸 자격이 있는지 추궁하지 마시라. 쑥스럽지만 목하 공부 중이다. 혹 누구 사랑이란 단어 들출 시기 이미 지났다고 외면하지 마시라. 한가히 그런 거 들먹일 상황 못 된다고 고개 돌리지 마시라. 사랑을 체념하지 않는 것이 사람 사는 일 아니겠는가? ‘사랑하자’라는 좋은 말 SNS로 퍼 나르기만 할 것 아니다. 사랑을 위해 스스로 수고하고 실천해야 하리라. 사랑이 행복으로 가는 길임을 모르는 사람 없을 테니.
사랑을 두고 상대방 감정 괘념치 않는 것이 지혜라 했다. 상대방 몫은 그대로 두고, 오직 자기 역할 잘하는 것이 슬기라 했다. 사랑의 정의도 그렇잖은가? 받는 것도 아니고 쌍방 소통도 아니고 그냥 주라는 것. 중요한 것 하나가 지금부터 하는 사랑 아니랴. 왜? 사랑은 바로 지금 자기의 문제니까. 사랑하는 일이야말로 나이 관계없이 늘 배워야 하고, 정성을 쏟아야 하는 일이니까.
“진실하게 맺어진 부부는 젊음의 상실이 불행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함께 늙어가는 것이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작가요 평론가인 앙드레 모로아의 말이다. 결론 이렇게 뻔해도 되는 건가? 이렇게 쉬워도 되는 건가? 나이 먹을수록 부부가 더욱 사랑하라는 거다. 모두가 알았을 거다. 사랑은 돈과 지위 문제가 절대 아니라는 거. 그런데 함께 늙어가는 것을 사랑으로 녹여내느냐 아니냐의 문제라는 것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 아닌가?
▲ ▼ ▼ ▼ ▼ 박도연 사장 · 이창숙 여사 부부
부부 이야기 하나 들춘다. 아주 평범한 부부다. 일요일이면 함께 등산하는 산행팀 몇 부부 중 박도연(61) 사장 · 이창숙 여사 부부다. 이 부부 자카르타 동·서부 지역 찌까랑에서 소담한 음식점 <소양강>을 경영한다. 부부가 함께 열심히 음식점을 경영하고 일요일이면 함께 산행을 한다. 하루 일과가 끝나면 둘이 함께 한 잔 기울이고, 더러 둘이서 오붓하게 2차를 즐기기도 하는 부부다. 그야말로 현실에 충실한 부부다.
이 부부, 시쳇말로 찰떡이다. 하루에 떨어져 있는 시간이라곤 아주 잠깐이다. 부인이 헬스클럽, 남편이 골프 라운딩하는 시간 정도가 좀 멀리 있는 시간이다. 운동하지 않는 날은 그야말로 온종일 함께이다. 함께 출근하고 함께 일하고 함께 퇴근한다. 이렇게 함께 있는 거 좋을까? 싫을까? 나름 설이 분분할 거다. 아무래도 좋다. 각자이거나 함께이거나 다 부부 상황에 따르는 것 아니랴. 그리고 그 상황 부부가 만들고 닦아 나가는 것 아니랴. 좋거나 싫거나 오직 당사자들 몫이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좋은 아내를 얻은 남자다”
유대인 5천 년의 지혜요 정신의 샘터로 여기는 탈무드(Talmud)의 말이다. 좋은 아내를 둔 남자, 와~ 부럽다. 그는 모든 남성에게 선망의 대상이리라. 그런데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거 거저 얻어 지는 거 아니다. 그는 분명 노력하는 좋은 남편일 것이다. 세상의 좋은 아내는 좋은 남편을 가졌다. 좋은 남편은 좋은 아내와 함께다. 불변의 진리.
그런데도 지인들은 박 사장을 다그친다. 좋은 아내를 얻은 행운의 남자라는 것이다. 괜한 질투심을 드러낸다. 그 땜에 박사장께서 몇 차례 술도 샀다. 대부분 그의 지인들은 부인 이창숙 여사의 배역에 점수를 더 준다. 박 사장으로서는 나름 억울하다 하소연 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다. 세상인심의 향배를 거스를 재간이 없다.
▲ 산행 도반들과 부부
박 사장 부부가 사는 찌까랑 지역에 떠도는 말이 있다. 어려운 일 두 가지다. 그 하나가 자카르타 왕래다. 시도 때도 없이 밀리는 도로 사정 때문에 생긴 말이다. 그 길을 오가는 사람이라면 공감 백%다. 또 하나가 음식점 소양강 좌석 예약하기라 한다. 물론 이건 호불호가 갈릴 거다. 취향 다양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음식이니 다른 의견 왜 없으랴. 요모조모 따져 부정하는 말도 있으리라.
하여튼 이 부부가 경영하는 음식점이 늘 붐빈다. 왜일까? 이유를 알아봤다. 자주 가는 단골손님들 결론인즉 주인 부부의 성실함 때문이라 했다. 그러니까 부부가 함께 음식점 운영에 전념하는 것에 호감도 높다. 음식 맛도 그렇거니와 때맞춘 서비스가 손님의 기분을 좋게 한다고 했다. 필자 또한 갈 때마다 느끼는 맘 같다. 각설, 찰떡 부부애가 성업의 기반일까?
이 부부의 특징이 하나 있다. 감사한 마음을 덮어두지 않는다. 말로 아니라 행동으로 감사한 마음을 실천한다. 손님에게 뭔가 해 줄 수 있음을 즐겁게 여긴다. 때마다 이벤트 메뉴가 서비스로 등장하는 것이 그것이다. 좋아서 자주 찾는데, 그 이유로 감사와 사랑을 받는 손님들은 반갑고 즐거울 수밖에. 물론 대부분 고급이거나 귀한 것은 아니다. 다만 마음을 내 정성을 들이고 수고를 해야 하는 것들이다.
▲ 산행팀의 이벤트 산골 닭 백숙
일요일 등산은 부부에게 큰 활력소다. 부부는 등산 때 섭취한 자연 기운으로 일주일을 견딘다고 늘 말한다. 부부가 등산에서 챙기는 것은 건강뿐만이 아니다. 때마다 등산팀을 위해 맛난 음식을 챙겨 온다. 때론 산 정상에서 등심 구울 준비를 해오기도 한다. 년 초 시산제 때도 역할이 크다. 산골 집 닭으로 백숙을 끓이는 날도 갖은 수고를 다 한다. 늘 배곯는 산골 외딴집 강아지나 떠돌이 개들을 위해 뼈다귀나 음식점 남은 음식을 나르기도 한다.
▲ ▼ 산골 골물 가에서 신뜨롱 잎을 농부처럼 거두는 부부
▲ 하산길의 부부
부부는 산행을 하는 순간에도 늘 손님 생각이다. 산나물 챙기기에 바쁘다. 인도네시아 특유의 신뜨롱 잎, 빠빠야 잎, 뽀뽀한 잎, 싱콩 잎 등이다. 도심 시장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싱싱한 그야말로 순수 자연산이다. 고도 1천m 언저리 산과 골에서 자라 향기 좋고 영양 그만인 귀한 것들이다. 하산길 무거운 배낭을 지고도 만면 희색이다. 손님들이 좋아할 거라고.
지난 일요일 산행 때도 그랬다. 각자 싸 온 도시락을 펼쳐 놓고 먹은 후다. 부부는 곧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나 데이트 길을 나섰다. 재배지처럼 무성하게 널린 야채 신뜨롱 잎을 채취하기 위해서다. 골 물 흐르는 습지로 가 무성한 뽀뽀한을 만나기 위해서다. 죽순이 생산될 철엔 그 무거운 죽순을 망설임 없이 짊어진다. 손님에게 제 철의 죽순 무침 한 접시 서비스로 올리기 위해서다. 식후엔 늘 까다로운 손질을 거쳐 얼린 낭까가 디저트로 오른다. 이 또한 산을 내려올 때 낭까 생산지에서 산 거다. 디저트로 낭까를 먹는 즐거움 누가 어디서 쉽게 누리랴.
▲ 과일 중 가장 큰 과일 낭까 알맹이
박도연 사장, 이창숙 여사 부부 사랑의 농도야 필자가 가늠할 수 없다. 그러나 이웃 사랑 실천은 필자 또한 늘 겪는 바이니 가늠할 수 있다. 그로 짐작컨대 그들은 분명 좋은 아내와 좋은 남편이다. 그 사랑 넘쳐 이웃 사랑으로 번진다. 세상의 어느 꽃이 부부가 피운 사랑의 꽃, 그 아름다움과 향기에 견줄 수 있으랴.
“내가 존재하는 목적은 단 한 사람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다.”
비 파트낭이 세상 부부들을 위해 한 말이다. 세상의 남편과 아내가 상대에게 필요한 단 한 사람이라면 따로 행복을 논할 필요 있을까? 세상은 온통 넉넉하고 아름다우며 기쁨으로 넘치리라. 세상 모든 남편과 아내들 곁에 꼭 필요한 단 한 사람이 굳건하기를 빈다.
추천0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