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정권교체와 방위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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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일 자카르타에서 ‘2013 한, 인도네시아 국방협력 세미나’가 열렸다. 한국국방연구원 방효복 원장은 개회사에서 평화유지군, 재난구호작전, 사이버범죄 대응 부문에서 양국간의 방산협력이 제고되길 희망하였으며, 인도네시아 국방부 총비서국장(Sekjen)인 부디만(Budiman) 육군 중장은 인도네시아가 단순한 구매당사자에서 향후 군수산업 동반자로 승화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향후 몇몇 한국의 군수업체가 인도네시아로 이전하여, 인도네시아 시장뿐만 아니라 아세안(ASEAN) 군수시장을 겨냥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근래의 양국간 방위산업 협력 현황을 보면, 한국항공우주산업은 2001년 KT-1 단발훈련기 17대를 9천 1백만불에 수주한 것을 필두로, 2011년 5월에 T-50 고등훈련기(Golden Eagle) 16대를 4억불에 인도하는 계약서에 서명한 바 있다. 그 해 12월엔 대우조선해양이 1,440톤 급 U-209 잠수함 3척을 11억불에 수주하는 개가를 올렸으며, 2009년에는 이명박 정부와 유도요노 정부간에 50억불의 투자가 예상되는 KFX/IFX 전투기 공동개발사업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KFX/IFX 전투기 공동개발사업 추진을 위해 인도네시아 방산 협상팀이 영하의 날씨를 무릅쓰고 지난 해 12월 중순 서울 용산에 위치한 방위사업청을 방문하였다. 양국 협상팀은 2006년 발의된 본 프로젝트를 위해 이미 3차례의 회동을 가진 바 있다. 국방부 미래전력 총국장(Dirjen)인 뽀스 후따바랏(Pos Hutabarat) 단장을 비롯하여 국영 항공기제작사인 디르간따라사, 공군본부, 반둥공과대학, 국가개발기획청, 국방부 교육훈련원 관계자들로 구성된 대표단은 이날 협상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자마자 분위기가 가라 안기 시작했다. 본 프로젝트 예산집행에 대한 국회 동의가 나오지 않아 부득이 연기되었으며, 한국 정부는 국회를 설득하기 위해 2014년 9월까지 경제성 진단을 재검토하기로 하였다고 통보하였다. 이러한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하고 참석한 인도네시아 대표단은 실망을 감추지 못하였다. 이에 대해 한국 국방부 관계자는 관계 당사자가 모두 한자리에 모였을 때 발표하기 위해 사전통보를 하지 않았다는 변명을 내어 놓았다. 이날 회의 말미에, 타당성 조사가 끝난 후에는 본 사업이 진행된다는 확약을 할 수 있느냐는 인도네시아 측의 질문에 대해, 한국측은 즉답을 회피하였다. 당혹감을 안고 귀국한 인도네시아 협상단은 이를 언론에 공개하기 시작했다. 2011년 3월 11일 양국정부에 의해 서명된 계약에 의하면, 본 사업수행에 필요한 자금의 80%는 한국정부가, 나머지 20%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부담하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막대한 투자가 소요되는 본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2020년에는 F-16 유형의 전투기를 자체 생산하게 된다.
본 사업이 연기된 배경에 대해, 일각에서는 계약서상 기술이전 조항 때문에 미국의 반대가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어 놓기도 한다. 터키와 인도네시아간의 전투기 개발사업이 터키 측의 포기로 무산된 사례와 같은 맥락으로 보는가 하면,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과 관련하여, 북한의 위협이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 한국-인도네시아가 공동개발하는 기종보다 성능이 앞선 기종을 생산하는 선진국 쪽의 완제품 구매에 우선순위를 두는 게 아니겠느냐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더구나 인도네시아 국내에서 나오는 비판의 목소리도 설상가상이 되고 있다. 3년 반 동안 60명에 달하는 초기 전문요원들의 한국체류비용과 건물 임차비 명목으로 지출된 7백 5십만 불에 대해 국회(DPR) 동의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당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협상팀 단장인 후따바랏 총국장은 한국측의 애매한 태도도 문제지만, 국내에서도 예산집행 문제가 입에 오르내리고 있으니, 차제에 투명성 제고를 위해 자진하여 회계감사를 요청하겠다고 나섰다.
한국의 정권이 바뀌면서 보류되고 있는 한국, 인도네시아 양국간 최대 방산분야 협력사업이 국익을 위한 방향으로 순항되기를 바라면서도, 혹시 1년 반 후 2014년 대선을 마친 인도네시아 신정부가 이번에는 자신들의 정권이 교체되었다 하여, 양국간에 맺은 어떤 협약을 번복하지나 않을 지 우려되기도 된다. 정권 교체 이전인 지금 시점에도 ‘니뽄스틸 합작사업’이 포스코와 끄라까따우 스틸사 간의 계약위반 문제로 쟁점화 되고 있는 현실을 보노라면, 단순히 가정(假定)으로 돌릴 사안만은 아닌 것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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