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과학기술, 대한민국 그리고 아세안 - 한-아세안 과학기술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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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대한민국 그리고 아세안
- 한-아세안 과학기술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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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준 과학기술정보통신관 참사관 / 주아세안 대한민국대표부
혹자는 제3차 세계대전이라고도 이야기하는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사태는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전염성이 매우 강한 이 작은 바이러스 때문에 우리가 그동안 당연히 받아들여 왔던 평범한 일상이 멈추었다. 마스크 및 휴지, 식료품, 병상 등을 시작으로 에너지, 식량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인간의 삶에서 크고 작은 전쟁을 치르게 만들었다.
우울하고 답답한 마음이 가득한 지금의 상황에서도 나름 안도감과 뿌듯함이 느껴지는 뉴스도 있다. 바로 전 세계가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는 우리 방역의 우수성, 특히 우리나라 기업에서 만든 진단키트에 대한 평가가 그것이다. 주요 외신들은 한국과 같은 광범위한 검사, 추적, 격리와 국민들의 적극적 협조를 기반으로 하는 방역만이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며, 심지어 전통적인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과 유럽 각국들도 본받아야 한다고 연일 전하고 있다.
우리의 광범위한 검사 능력과 질병 대처방식은 최고 수준의 진단의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 이 과학기술들은 우리나라가 오랜 시간에 걸친 투자와 노력으로 결실을 맺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이번 사태가 마무리되고 나면, 우리나라가 이런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더욱 국가 이미지가 높아져 향후 세계 경제의 중심국가가 될 기회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과학기술은 이렇듯 한 국가의 필수적 경제 성장 기반이기도 하며, 또 반대로 국가가 발전하면서 얻게 되는 결과물이기도 하다. 이번 글에서는 한 국가에서 과학기술이 가지는 중요성과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발전 역사를 돌아보고, 현재 진행되는 국제협력, 특히 한-아세안 과학기술협력 현황을 살펴보려고 한다.
과학기술수준은 경제수준
한 나라의 과학기술수준은 일반적으로 그 나라의 경제수준과 일치한다. ‘2019 IMD(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 세계경쟁력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과학인프라 상위 10개국에는 미국에 이어 중국, 한국, 스위스, 독일, 일본, 이스라엘, 대만, 스웨덴, 덴마크 순인데, 대부분 선진국들이 상위권을 차지함을 보아도 잘 알 수가 있다. 그것은 과학기술이 경제발전의 초석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며, 반대로 큰 폭의 경제적 투자가 없이는 과학기술이 발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기존의 것을 보다 효율적·효과적으로 만들고 새로운 기술 및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낸다. 이를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함으로써 그 나라의 경제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물론 전 세계가 촘촘히 연결되어 있어 한 국가가 모든 분야의 최첨단 과학기술을 보유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자국 내에서 조달되지 않거나 조달할 수 없는 과학기술 분야가 많을수록 향후 그 분야에서 산업 발전 자체가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다른 과학기술 선진국에 대한 기술 종속의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더욱이 지금은 첨단산업과 지식산업의 부가가치 창출이 경제성장의 중심이 되는 시대이다. 이러한 산업들의 고부가가치성은 선진국 수준의 과학기술 수준이 아니고서는 달성할 수 없다. 다시 말해 높은 과학기술 수준을 가진 국가가 아니면 선진국이 될 수 없으며, 낮은 수준의 기술로 저임금 구조만을 통해서는 초고속 경제발전을 이룬다는 것은 이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합리성에 기반한 과학기술
과학기술의 중요성은 비단 경제 분야에만 국한하는 것은 아니다. 과학기술은 인간이 자연환경에 대응하면서 일어나는 사건들에 대해 상관성, 개연성, 인과성 등을 분석하기 위한 도구였으며, 그 분석결과가 재연성 또는 예측성을 갖느냐 갖지 못하느냐에 따라 진실과 거짓을 판별할 수 있는 기준이 되어왔다. 즉 인간의 합리성이 과학기술의 발전과 그 궤도를 같이 해온 것이다.
달리 말하면, 국가의 과학기술이 발전되어 간다는 것은 국민의 합리적 사고방식이 함양되어 가는 것이다. 합리적 사고방식을 가지는 국민은 합리적 문화를 가지게 되어 합리적 사회제도를 만들고 비합리적 행태나 제도들을 제거해 나가 전체적으로 효과적, 효율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그 나라의 경제 수준은 국민들의 합리적·과학적 사고방식과 행동의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한 나라의 과학기술은 그 나라의 경제·사회·문화 등 전반에 걸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과거와 현재
1934년 4월 19일에 ‘제1회 과학데이’ 기념식이 열렸다. 이 행사는 국민들에게 과학의 중요성을 계몽하게 위해 당시 과학대중화운동 단체였던 ‘발명학회’가 개최한 행사였다. 일제에 의해 빼앗긴 조국에서 조선의 과학자들은 과학기술의 힘이 있어야 민족의 자립과 발전이 가능하다고 외쳤다. 아쉽게도 광복 이후 전쟁까지 치르게 되면서 한동안 과학기술 분야는 답보 상태였고, 1950년대 말에 이르러서야 정부의 과학기술 육성책에 힘입어 그 발전이 시작되었다.
1935년 ‘과학데이’포스터.(출처: 한겨레2017.4.17
http://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791001.html)
1959년 원자력연구소(현 한국원자력연구원)가 만들어지고, 1966년 한국과학기술연구소(현 한국과학기술연구원)가 설립되는 등 우리 정부는 장기적 과학기술 발전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하였고, 외국에서 유학한 과학자들을 유치하고 연구시설·장비를 구축하는 등 당시 우리나라 경제규모 대비 많은 지원을 하였다. 1973년에는 대덕연구단지가 만들어졌고 계속해서 다양한 전문연구원들이 설립되는 등 정부와 민간의 꾸준한 과학기술 투자를 바탕으로 우리나라는 여러 과학 분야에서 발전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80년대부터는 본격적인 민간 연구개발 투자가 시작되었고, 90년대는 정보통신기술에 대한 투자가, 2000년대 들어서는 각 분야 선진 산업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가 이루어졌다. 2010년대에는 민간의 연구개발 투자액이 정부 투자대비 크게 상회하게 되면서 정부는 기초과학과 원천기술에 대한 투자를 더욱 강화하기 시작하였다.
현재 우리나라는 특히 통신, 교통, 컴퓨터, 가전, 반도체, 조선 등의 분야에서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으며, 해당 산업분야에서 전 세계 시장을 주도해 가고 있는 상황이다.
흔들리지 않는 과학강국을 위해
올해 1월 16일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진흥을 담당하고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정부부처 최초로 대통령 업무보고를 했다. 그 장소도 우리나라 과학기술·정보통신기술의 산실로 꼽히는 대덕연구단지 내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었다. 이는 우리 정부가 최근 어려움을 겪었었던 소재, 부품, 장비 분야에서 기술독립을 이루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고, 또 지속적인 미래 성장을 위해 무엇보다도 과학기술혁신이 중요하다는 메시지였다.
여기서 과기정통부는 2020년에 연구개발 예산 24조원 시대를 열고, 이른바 ‘아무도 흔들 수 없는’ 기초가 튼튼한 과학기술 강국을 실현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과기정통부는 5세대 통신플러스(5G+) 전략을 통해 작년의 5G 세계 첫 상용화에 이은 주도권을 이어가고, 국민체감 인공지능(AI) 융합서비스 발굴을 위한 ‘AI+X’ 프로젝트도 가동할 계획이다. 또 ‘디지털 미디어 강국’을 구현할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도 마련, 추진할 예정이다.
아세안와 함께 하는 과학기술 발전
우리나라는 한국전쟁의 폐허에서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전례 없는 산업성장을 이루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잊지 않아야 할 것은 많은 선진국들의 지원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도움으로 인해 우리나라는 연구기관, 연구·교육시설, 연구개발 정책 및 제도 등을 구축할 수 있었고 자체 연구역량을 갖출 수 있었음은 거역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우리나라도 1998년 이래로 글로벌 공동체의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서 선진국들과 공동연구를 통해 글로벌 문제해결을 지원하여 왔고 후발국가들이 지속가능한 경제 개발의 토대를 구축할 수 있도록 협력하여 왔다. 우리 정부부처 대부분이 담당 분야의 전문성과 기술을 토대로 많은 국제협력을 추진하고 있는데, 과기정통부의 경우에는 수혜국의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개발협력 프로그램들을 운영하여 왔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과기정통부는 현재 과학기술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대학과 연구기관 간 공동 연구개발, 기술사업화, 인적자원 개발, 과학기술혁신정책 수립 등을 지원하고 있는데, 2009-2019년 동안 124개국과 138개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또한 협력국가들의 수요가 특히 많은 정보통신기술 관련 개발협력은 정보통신정책 자문 및 전문가 훈련, 방송인력 교육, 컴퓨터 교육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특히 인터넷을 쉽게 사용하고 배울 수 있도록 48개 국가에 52개의 정보접근센터를 구축했다.
2019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이
한·베트남 정보접근센터(IAC) 신규 개소했다.
(출처 디지털데일리 http://m.ddaily.co.kr/m/m_article/?no=189508)
아세안과의 과학기술 협력을 살펴보면, 아세안 회원국들이 경제발전 수준과 산업구조가 각기 다른 만큼 각국의 상황에 맞는 협력사업들을 발굴하고 추진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의 경우에는 기술이전과 창업, 사이버보안 관련 협력이 우선되고,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의 경우는 전통산업 및 이와 함께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가 우선 협력 분야이다.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미얀마, 라오스, 필리핀의 경우에는 농업 생산성 제고, 수자원 관리, 폐기물 처리, 에너지 자원 확보, 지능형 교통망 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한편, 최근 들어서는 스마트시티 분야에서의 협력도 확대되고 있다.
이렇듯 우리나라는 10개 아세안 회원국들과 필요한 과학기술 분야에서 현재 양자간, 다자간 많은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와 특정국가 상호 간의 양자 협력은 해당 필요기술의 주무부처 간 소통에 따라 진행되고 있으며, 다자는 아세안을 통해 크게 2개의 회의체에서 다양한 협력사업들이 발굴-협의-추진되고 있다. 즉, 과학기술 분야는 2년마다 개최되는 한-아세안 과학기술혁신공동위원회를 통해 협력 프로젝트를 논의하여 수행하고, 정보통신기술 분야는 한-아세안 디지털장관회의가 주요 소통창구이다.
우리 정부는 2017년 ‘신남방 정책’을 발표하면서 아세안과 기존 4강(미·일·중·러) 수준의 외교관계를 구축하고 기술·인적교류 확대를 통해 상생번영을 위한 협력관계를 더욱 증진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과기정통부는 신남방 정책의 3P(People, Prosperity, Peace) 전략과 연계하여 과학기술·정보통신 우수인재 양성, 과학기술 활용 생활문제 해결, 신산업·스마트 협력을 강화하고, 사이버보안 및 기후변화에 공동대응하기로 하였다.
구체적으로는 작년 11월에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후속조치로 한-아세안 과학기술협력센터를 만들어, 아세안 회원국들과의 과학기술 정책교류, 공동연구 및 연구자와 기관 간 네트워크 구축, 협력사업 수요 발굴 및 추진 등을 수행하는 과학기술 협력 지역거점으로 자리매김하게 할 것이다. 또한 아세안 회원국의 석·박사 학생을 국내 과기특성화 대학에 유치하며, 과학기술정책 담당 공무원의 연수훈련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깨끗한 물 공급, 오염지하수 처리, 폐기물 처리 및 자원화 등에서도 지속적으로 긴밀하게 협력하여 나갈 것이다. 그동안 꾸준히 진행해왔던 5G 통신기술이나 서비스의 시범사업 실시, 정보통신정책 개발 및 자문, 인터넷 접근센터나 정보통신기술 교육센터의 설립, 방송통신 고도화 전략 수립지원, 사이버보안 공동대응 등과 같은 협력사업들도 계속해서 진행될 계획이다.
사람 중심의 상생 번영을 위하여
한국과 아세안은 지난 20여 년간 과학기술 분야에서 다양한 협력을 진행하여 왔으며, 그동안 괄목할 만한 성과들이 많았다. 특히 인력양성이나 정책역량강화 부문에서의 협력 결과로 인해 아세안 각국이 필요한 분야에서 제도와 정책을 수립 및 개선하고 미래 발전을 위한 준비를 해나갈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은 매우 고무되는 점이다.
신남방 정책과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로 인해 한-아세안 과학기술 협력이 새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만큼 앞으로 더 많은 협력프로그램과 역량강화 사업들이 수요에 기반하여 체계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서로 교류하고 성장하게 되기를, 그래서 한국과 아세안이 건실한 상생번영의 공동체가 되어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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